기획전 이름만 보고도 "아 이건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참동안 미루다 마침내 기획전 종료 하루 전에 부랴부랴 다녀왔습니다. 고고학 교수분들이 큐레이터로 참여한 이 기획전은 인류가 철기를 처음 다뤘을 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철기와 인류의 역사를 압축한 전시였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백수십 만 년이 넘지만 본격적인 문명의 폭발로 이어진 건 누가 뭐래도 철기시대가 열리면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류의 '기술문명'은 '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지요. 그런 만큼 저는 소설을 쓰기 위해 모은 자료 중 '제철'과 '철기'에 관한 자료가 가장 높은 지분을 차지합니다. 정말 온갖 곳에서 다 자료를 긁어모았지요. 그만큼 철에 관심있는 제가 이런 기획전을 놓칠 수 없는 노릇!
사실 기획전에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한 바가 없지 않았습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와 퀄리티를 자랑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치고는 너무 작았어요. 슬슬 걸으면서 보면 한 시간도 안 걸려서 전부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전부 세 개 파트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 파트 한 파트가 유물 하나하나를 상세히 보고 설명도 읽어가면서 지나쳐도 20분 이상이 안 걸리더군요.
반대로 전시를 다 봤을 때는 기대한 것보다 더 큰 걸 얻었습니다. 관람 중 내레이터 분께 몇 가지 궁금점을 여쭈어봤는데 큐레이터인 교수님께서 오셔서 직접 대답해주셨지요. 덕분에 학계의 많은 학설과 연구 결과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뜻깊은 시간이었지요.
전시 자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좋았습니다. 학습으로도 좋고, 저희같은 창작자들의 자료 조사용으로도 좋았어요. 1부는 철기의 역사를 다루고, 2부에서는 철과 권력의 상관관계와 전쟁을, 3부에서는 철과 생활, 문화를 다루었는데 각 파트 모두 훌륭했습니다.
기획전은 이제 내일이 마지막이라 보시고자 한다면 빨리 준비해서 내일 바로 가셔야 하지만, 만약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이 종료되더라도 이 전시를 다시 볼 방법은 있습니다. 올해 12월에 전주에서 다시 열리기 때문에 지방에 사시는 분들 중 관심 있으신 분은 그 때 전주에서 보실 수 있지요.
아무튼 매우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박물관은 언제 무엇을 보러 가도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