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하얀 목엔 은빛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영기는, 처음에 그 목걸이에 눈이 가 닿았지만,
다시,
그녀의 목선 따라 내려간 그 십자가 문양에 눈이 가 닿고 있었다. 순간 그는 십자가 끝이 들여다보고 있던 그녀의 가슴이 궁금해졌다.
빈약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돌출 되어 이목을 한 번에 끌 수 있는 그런 사이즈는 아니었지만, 영기는 그녀의 가슴은 분명 세상에서 제일 따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호흡할 때 마다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는 가슴을 보며 영기는 생각했다.
저 가슴은 기억하겠지? 한 겨울 냉기처럼 날카롭게 틀어박히던 사람들의 말을 말이야. 그래서 가슴은 어쩔 수 없이 따뜻해 진 거야. 그러지 않으면 그 날 카론 비수를 되돌려 주어야 하잖아. 그녀의 가슴도 첫사랑이나, 혹은 그 같은 캄캄한 이별을 맛보았겠지?
그 캄캄한 하늘 아래 홀로 서서 어둠이 어떻게 짙어지는 지, 어둠에도 농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겠지.
그래 가슴이 없는 사람은 알 수 없어, 그래, 저렇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가슴은 분명 기억하고 있을 거야. 순간을 먹고 분명 저렇게 자랐을 테니깐 말이야. 하지만 내 가슴은 왜 부풀어 오르지 않지? 나도 참 많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녀의 가슴을 빨면, 그녀의 세월과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아,
서로 말 하지 않아도, 나는 그녀의 가슴에 각인 된 세월의 순간들을 기억해 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가슴이 따스한 온기로 나를 감싸 줄 테니 말이야. 저 가슴에 기댈 수 있다면, 난 분명 내 메마른 하루를 촉촉이 적실 수 있을 것 같아.
천상인의 레일 11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