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마파크] /가족, 영원한 동반자/ 집 앞 냇가에 장막을 치고, 아들의 상여를 기다리다.
글쓴이 : 한작협  16-04-11 14:29   조회 :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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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년 4월 10일, 명금이 풍산에서 와서 김택룡의 장자 김숙이 그 동생 김각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해주었다. 김숙은 바로 밑의 동생 김적의 장례 때문에 풍산에 가 있던 차였다. 김숙의 편지에는 김적의 상구(喪柩)가 어제 산양을 떠나 풍산 현사(縣舍)에 와서 묵었다는 이야기와 그 곳에 생원 이진(李瑱) · 이구(李樞) · 배역(裵懌) · 사찰관(司察官) 김유상(金有詳) 등이 와서 모였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풍산 현사에서 정성스레 대우해주고 있으며 또 사람과 소를 많이 얻었으므로, 출발해서 오는 데 지체할 걱정이 없다는 말도 있었다. 원래는 오늘 집에 당도해야 하지만 이렇게 비가 오므로 월천 확연정(廓然亭)에 도착하여 하룻밤 묵고 내일 일찍 예안 한곡으로 들어올 예정이므로 그렇게 알린다고도 했다. 김택룡은 이 소식을 듣고는 놀랍고 기뻐 서둘러 사람을 확연정으로 보내 도중에 맞으려 하다가 일단 그만 두고 내일을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날 4월 11일, 아침에 인금이 월천에서 와서 김택룡에게 전하길, 김적의 상구는 어제 황혼 무렵 확연정에 들어가 자리 잡았으며, 오늘 담지군[擔持軍, 상여 등을 메는 일꾼]이 아침밥을 먹고 난 후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택룡은 즉시 집 앞 냇가에 장막을 치라고 명령하고, 자신이 그 곳으로 직접 가서 점검하고 독려했다. 생질 정득과 아들 김각 · 심성일이 확연정으로 가서 함께 호송하여 왔는데, 오시[午時, 오전 11시에서 오후1시 사이] 조금 전에 상구가 이르러 장막 안에 들여 놓았다. 동네 여러 친족이 모두 그 곳에 모였다. 김택룡이 위제(慰祭)를 지내자, 여러 친족 중에도 치전(致奠)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별감(別監) 김달가(金達可) · 아들 김숙과 대평(大平, 김택룡의 서자) 무리, 그리고 김적의 상구를 호송하여 온 노비 풍종 · 명금 · 종개 · 종만 · 막동 · 강아지 · 권복 · 인금 · 막복 · 개수 · 일년 · 조복중 · 어질문 · 어질동 등 여러 사람이었다. 담지군은 예안 팔결군(八結軍)으로 하리(下里)의 30명과 상리(上里)의 10명이었다. 해질녘에 김적의 상구를 운구하여 산소에 이르러 의막[依幕, 임시로 거처하기 위해 천막이나 장막으로 친 막사]을 세우고 일단 그 자리에 안치했다. 그리고 김택룡은 권응명이 만들고 있는 외곽[外槨, 관을 담는 곽]이 내일 완성되면, 산에 올라가 정한 시각에 전석(磚石)을 깔 계획을 세웠다.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상례의식 - 발인, 출상
 상여가 상가를 떠나 장지로 출발하는 것을 발인(發靷) 또는 출상(出喪)이라 한다. 전날인 4월 9일에 김적의 발인이 거행되어, 이 날은 그의 상구(喪柩)가 김택룡이 있는 곳으로 오는 중이었다. 김적의 묏자리를 김택룡이 살고 있는 주변에 정했기 때문이었다. 김적은 결혼해서 산양에서 살고 있었다. 김택룡은 아들의 발인이 거행되기 전, 구입한 묏자리에 산소조성을 위해 산역(山役)을 시작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아들의 상구를 맞아들이는 그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아들의 상구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에 기뻐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상여를 장지로 운반하는 것을 운구(運柩) 또는 운상(運喪)이라고 하거나 ‘행상 나간다’고 한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운구를 담당하는 일꾼은 ‘상두꾼’이라 하며, 상여 노래의 앞소리를 하는 사람을 ‘선소리꾼’이라 한다. 운상 때는 맨 앞에서부터 방상씨(方相氏), 명정(銘旌), 영여(靈與), 만장(輓章), 운아삽(雲亞?), 상여(喪輿), 상주, 백관, 조문객의 차례로 줄을 잇는다. 상여를 메는 상두꾼은 일반적으로 12명이 했다고 하는데, 세도가의 경우에는 상두꾼이 72명까지 참여했다고도 한다. 이 상두꾼의 숫자는 장례식의 중요성과 죽은 사람의 세력과 재력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상여의 앞에는 상여꾼들의 우두머리가 서서 걸음에 박자를 붙이고, 이들은 박자에 맞춰 걷는다. 상여 뒤에는 흰 말이나 당나귀를 탄 상주를 앞세운 고인의 가족들이 뒤따른다. 전통적인 상복을 입은 상주 주위에는 친척과 친지가 무리지어 있으며 다시 그 뒤를 등불과 깃발 상징 등을 든 기수들이 따르는데 경우에 따라 이들의 숫자는 달라진다고 한다. (허인욱, 『옛 그림 속 양반의 한평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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