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 그럼 여기가 지구가 맞니??
율: 지구요? 그게 뭐예요?? 처음 들어봐요.
이나는 매우 당황하였다. 당황할 수밖에 없다.
분명 자고 일어났는데 생전 처음 보는 집이고, 분명 등교 시간인데 학교에 가니까 선생님들이랑 친구들은 없고.. 길 가다가 낯선 아이한테 길을 물어보니까 여기가 지구가 아니다?
아마 어떤 사람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나:’이게 뭔 소리지…얘가 지금 나 놀리는 건가? 아니다 내가 꼬맹이한테 물어본 거 자체가 비현실 적이네.. 근데 여기가 지구가 아니면 어디라는 거지.. 사람이 사는 행성은 지구 하나밖에 없는데.. 아닌가.. 화성도 잘하면 살수 있뎄나.. 아니 됐고 내가 어떻게 지구가 아닌 여기에 오게 된 거지?? 나, 난 분명 자고 일어났는데.. 아.. 진짜…. 속상하다
율: 뭐해요 누나?
이나: 아 아니야. 근데 지구가 아니라면 여기가 어딘데…?
율: 지구가 먼지는 모르겠지만 지구가 아니라 여긴 쥐구 인데요.
이나: ? 쥐구? 지구가 아니라? 그 찍찍 찍 쥐구?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런 행성은 처음 들어보는데..
이나는 역시 아까 자기가 들은 게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율: 저도 지구는 처음 들어봐요……ㅎ 누나는 이름이 뭐예요?
이나: 어? 신이 나 성은 신 이름은이나
율: 신기한 이름이네요 저는 율이에요 최율! ㅎ
이나: 하하하 그렇구나..,,
이나는 머리에 온갖 생각들로 가득했다.
자기가 과학시간에 졸아서 그런가..
과학에서 배울 때 사람이 살수 있는 행성은 지구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애초에 태양계에 쥐고라는 데가 있었나…. 등등 온갖 생각들이 다 들었다.
이나는 문득 자신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여름이라고 이나와는 유치원 때부터 친했다.
엄마 아빠가 없다고 놀리지도 않고 여름이의 부모님은 이나를 친 딸처럼 예뻐해 주었다.
그리고 여름이는 이나를 매우 좋아하며 똑똑한 친구였다.
이나: ‘왜 지금까지 이 생각을 못 했지? 전화를 하면 되잖아!!’
이나는 곧바로 폰을 꺼내서 즐겨찾기에 추가되어있는 여름이의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그 광경을 율이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달칵
이나: 여보세요? 여름아!!
이 전화번호는 없는 전화번호이며 삐 소리 후….
이나: 어라?? 그럴 리가 없는데
이나는 부정하면서 몇 번이고 전화를 했지만 휴대폰 속에서는 계속하여 없는 전화번호라는 소리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여름이의 엄마한테까지 전화를 해봤지만 모두 없는 전화번호라고 떴다.
결국 이나는 전화를 거는 것을 포기했다.
갑자기 아까 율이가 울고 있었던 게 이나는 생각이 났다.
이나: 아 근데 율이 너는 왜 울고 있었어??
율: 네?
이나: 아까 거기 앉아서 울고 있었잖아.
율: 아 그게…
어떤 어른: 얘야 괜찮니? 아까부터 봤는데 계속 얻다 대고 그렇게 혼자 구시렁거리니?
이나: …… 네???
어떤 어른: 아 아까부터 계속 봤는데 허공에다가 이야기하고 있길래..
그렇다.
이 남자분은 아까부터 이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남자분도 혼잣말을 하고 있나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혼잣말이 아닌 것 같아서 이상해 이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나: 저.. 여기 남자아이 안보, 보이세요??
어떤 어른: 그게 무슨 소리니? 아까부터 너 혼자 말을 하고 있잖니
율: ‘그래 원래 저게 정상인데….’
이나: 아…. 네 조심히 가세요
어떤 어른: 혹시나 병원 가봐
이나: 네….
이나는 속으로 화가 났다.
난 분명 여기 율이가 떡하니 보이는데…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정신병 걸린 사람처럼 취급받은게 너무 짜증 났다.
율: 누나 괜찮아요?
이나: ……….
율: 누나?
이나: 어, 어?
율: 괜찮아요??
이나: 아.. 응……이 아니라 안 괜찮아!! 넌 도대체 뭐야? 왜 저 사람한테는 네가 안 보이고 나한테만 보이는 건ㄷ? 나 혹시 어디 죽을 병에 걸린 건가? 아니면 아직 꿈인 건가?? 아니면 내 혼자 막 환상이 보이는 거니?? 넌 대체 뭐야? 네가 만약에 귀신이면 다른 사람 눈에도 안 보이고 내 눈에도 안 보이는 게 정상이잖아..
율: 미안해요
이나: 아니 아니 네가 사과를 하면 안 되지 어 안 돼 안 돼 내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정신병자 취급을 받다니….
이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자기도 모르게 불이라도 난 것처럼 다급하게 속에 있던 말들을 속사포처럼 쏴버렸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율이에게 화를 내었다.
율: 누나
이나: ……엉
율: 누난 내가 보이는 거지??
이나: 응 이상하게도.. 하하핫
율: 누, 누나.. 진짜 내가 보이는 거야??
율이는 이나가 자신이 보인다고 완벽한 확신을 하자 안심이 되었는지 훌쩍 거리기 시작했다.
이나: 왜, 왜 우는 거야? 아니 일단 보여 응 아주 잘 보여
율: 누나 있잖아, 나 귀신이다? 죽었어 2년 전에
이나: 아~죽었구나~그래…죽어…어?? 주, 죽었다고??귀, 귀신이라고?
율: 응 근데 누나만 내가 보인데
이나: 우와…내가 단단히 미치긴 미쳤구나.. 귀신이 다 보이네
율: 누나 미친 건 아니야 2년 동안 한 번도 내가 보인다 한적 있는 사람은 없었는데 누나가 처음이네
이나: 그니까 나만 미친 거지….
율: 누나.. 내가 보인다 했잖아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줘…..
이나: 부탁? 무슨 부탁인데…?
이나는 율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율: 일단 거기로 가자!....
이나: 응
율이는 이나를 데리고 계속해서 걸었다.
물론 이나만 걸었다.
율이는 귀신이기 때문에 둥둥 떠다녔다.
어쨌든 율이는 이나와 함께 큰 대학 병원으로 들어갔다.
이나: ‘여기는 왜지?’
율: 아 미안 갑자기 데려와서ㅎㅎ 누나 여기는 병원인데
이나: 그건 알겠는데... 혹시 여기 누가 계셔?
율: 우리 엄마가 계셔
이나는 율이 내 엄마가 병원에 계신 다는 게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어릴 적 자신의 부모님이 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것도 어렴풋이 그려져서 그런 것 같아 보였다.
이나: 엄마 성함이??
율: 최서연이 셔
이나: 저쪽에 가면 맨 끝 방에 계신데. 근데 어머니께서 왜? 그리고 넌 어쩌다가 유령 신세가 되었어?
율: 아.. 그게 내가 횡단보도에서 엄마랑 같이 손잡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엄마가 지갑을 꺼내는 동안.. 내가 횡단보도를 혼자 건넜거든…. 아.. 그러다가 내가 트럭에 치여서 이 모양이 됐는데.. 엄마가 계속 자기 탓이라고 자기만 아니었으면 하면서 계속 자책하고 계셔…2년 동안 밥도 제대로 드시지도 않고 잠도 자지도 않고…
이나는 또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
이나: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율: 우리 엄마한테 내가 말하는 대로 좀 전해줘 나는 내가 말을 해도 우리 엄마는 듣지 못하니까 누나가 대신 좀 말해줘라….
이나는 한참 놀 나이고 한참 다 재밌을 나이에 교통사고 때문에 일찍 죽은 율이가 너무 안타깝고, 그런 어린 아들을 혼자 먼저 보내고 매일 고통스러워하는 율이 내 엄마도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나: 응 말해줄게 뭐라 말할까?
율: 일단 들어가자
드르르륽
율이의 엄마: 누.. 누구세요?
율이 내 엄마는 많이 야위어 보였다.
밥은 제대로 먹지 않아 피골은 상접해 있고 병원에서 주는 밥은 식판 위 그대로 남겨져있었다.
얇고 금방 부러질 것 같은 손에는 링거가 꽂혀져 있었고 잠을 못 자서 그러신지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길게 누러뜨려 져 있었다.
율: 엄마….
율이는 금방 울 것처럼 보였다.
이나: 아 네 저는 그.. 율이 아는 누나예요.
율이의 엄마: 아하!! 그러시구나 ㅎㅎ 나이가 몇 살이니?
이나: 아 고3이에요ㅎ
율이 내 엄마는 율이의 친구라 하자 금방 화색이 돋고 웃음을 보였다.
율이의 엄마: 그렇구나. 율이에게 이렇게 큰누나도 있었구나.. 그거까지 몰랐네.. 근데 여기에는 갑자기 어쩐 일로?
이나: 아 그게.. 조금 이상하게 들리시도 있을 텐데 지금 여기 제 옆에 율이가 있거든요.. ㅎ
율이의 엄마: 응?? 율이가…지금 여기에 있다고? 근데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거지? 너 지금..! 율이 아는 누나라는 것도 뻥이지? 율이가 죽은 지 벌써.. 2년! 이런 사이비 같은 놈이!!
이나: 아니에요! 아니에요! 거짓말이 아니라…지금 정말 여기 옆에 있어요…
율이늬 엄마는 이나의 얼굴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율이의 엄마: 정말이니?.... 율이 가.. 여기에 있니?
이나: 네.. 여기 그 율이가 엄마에게 하실 말씀 제가 옮겨 적었어요..
이나는 편지를 건네 드렸다. 율이도 옆에서 그 광경을 쭉 지켜보고 있었다.
이나: 그럼 이만.. 안녕히 계시고 건강 꼭 챙기세요..ㅎㅎ
드르르륽
이나는 율이와 함께 조용히 나왔다.
잠시 문밖에서 기다리는데 곧 율이의 엄마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율이의 엄마는 아무 잘못 없는데 자꾸 자책하니 보는 이나도 슬퍼지고 안타까웠다.
이나: 됬지..?
율: 응ㅎㅎ
오늘이 내 처음 보는 율이의 밝은 웃음이었다. 그 누구보다 매우 행복해 보였다.
율: 누나 나는 이제 가봐야될 것 같아
이나: 어디로?
율: 그건 알려 줄 수 없고 누나도 얼른 집에 가서 자. 지금 시간이 늦었어.
이나: 아 응..
율: 오늘 정말 정말 고마웠어!! ㅎ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마!
이나: 그, 그게 무슨 말ㅇ.
율: 안녕 ~
율이는 이상한 말을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율이는 안녕이라는 말을 하고는 손을 흔들던 율이의 형태는 뿌옇게 되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아예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 이나는 귀신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나는 왠지 자기가 이제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하지만 오늘 한 터번에 일어난 일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팠다.
자신이 보던 소설이나 웹툰에서 보던 것 같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홀연히 살아진 율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이나도 모르겠다.
그저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말라는 이상한 말을 남겨두고 사라졌다.
이나는 이 말의 뜻을 생각하며 그 처음에 일어난 집으로 가려고 버스를 탔다.
이나는 율이가 자신이 보던 만화처럼 혹시 소원이 풀려 하늘나라로 승천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나는 하지만 지금 부터도 막막했다. 어디서 잘지가 문제 인인 것이다.
이나: ‘아…. 아까 그 집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만 비번이 문젠데…. 일단 그쪽 동네로 가야 되나…..
이나는 속으로 많이 걱정을 했다.
잠은 어떻게 해야 되나 싶고 내일은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이나는 결정 끝에 일단 버스를 타고 그쪽 동네로 가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일단 버스를 탔다. 그러고는 율이가 이나에게 남긴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나: ‘율이는 어디로 간 걸까?? 진짜 승천했을까?? 음…혹시 율이가 말한 게…. 나 앞으로도 계속 귀신을 보는 건가??설마~ 뭐가 됐든 오늘 진짜 힘들었네…내일은 집에 갔으면 …….. 좋겠다.’
하아 아아 참…
이나: ‘잠 온다..’
이나는 오늘 하루 정말 피곤했는지, 여러 생각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버스에서
골아 떨어져 버렸다.
드르렁 겅 칵 드르르르렁….
이나는 정말 피곤했는지 버스에서 코를 골았다.
다행히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타 있지 않았다.
버스 기사님은 이나의 코 고는 소리를 듣고선 말했다.
기사님: 허허 어린 녀석이 고생을 많이 했나 보구먼… 코를 아주 열심히 구네…허허
라며 웃었다.
이나는 자신이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잠옷을 입은채로 밖을 돌아다녔다는걸 모른채 잠을 아주 잘 잤다.
만난 사람들은 율이를 포함해 이나가 부끄러울까봐 말을 하지 않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