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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플레이리스트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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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닝러브‘
작성일 : 20-09-27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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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 러브’를 시작하고 늘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몇 달 간은 그 몇 년의 시간을 모두 한 번에 보낸 느낌이었다. 은복이의 빈자리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처음엔 그냥 두고 싶었다. 채우고 싶지 않은 은복이의 자리였지만 그럴수록 빈자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말자언니는 내게 말했다.

  “복이의 자리를 지키는 게 누굴 위한 걸까? 복이가 언젠가 돌아오건 돌아오지 않건, 그런 기대가 우리에게 있다면 걔가 그렇게 떠났을까? 일말의 기대마저 버리고 가야했던 복이를 생각해. 너, 그러는 거 이기적이고 어리석어 보여. 난 언제든 기회가 되면 빈자릴 채울 거야. 어떤 식으로든. 우린 그렇게 해야 하고 내가, 건이가 ‘버러’를 위해 여기 있듯 너도 그렇게 해야 해! 그럴 맘 없으면....... 너도 떠나도 좋아!”

  말자 언니의 말은 단호했다. 꽤나 언니다운 말이었지만 당시의 나에겐 ‘너도 떠나도 좋아!’라는 말만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충격이었다. 내가 은복이의 탈퇴를 받아들이지 못했듯 말이다. 언니의 그 한 마디 말은 며칠간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시간이 지난 후엔 그녀가 했던 말들이 다시 전체 재생되었다.

  난 그렇게 7월에 있었던 락 페스티벌을 소화했다. 페스티벌이 끝난 후 난 말자 언니와 이건이에게 3인조를 제안했다. 은복이의 빈자리를 직접 메꾸기로 한 것이다. 언니는 나를 못미더워했지만 그녀와 이건이에게 편곡을 배우기로 했고, 지금까지 난 열심히 그 계획을 수행해 오고 있다.

 

  다시 정규 2집 준비에 바빠졌다. 공연은 줄었지만, 우연히 하게 되었던 방송 때문에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일 년 전 까지만 해도 꿈으로만 꾸던 일이었다. ‘버닝 러브’의 음악이 길거리에서 들리고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가 우리의 곡을 듣고 있는 걸 발견하는 일. 그래서 더욱 새 앨범 작업에 신경이 쓰였다. 그 때부터였다. 은복이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이건이와 나는 밤 12시를 넘기면서 새 곡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전화벨이 울렸을 때 받지 않으려다 받은 휴대폰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야! 은수! 너 웬일이야? ‘버러’가 TV에 나오다니! 하하.........”

  석 달 만에 듣는 은복이의 목소리와 말투는 여전했다.

  “하하하.........”

  난 대답대신 그녀와 함께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웃긴 뭘 웃어? 너 되게 못생기게 나와. 말자 언니는....... 크크....... 장난 아니고....... 야, 그나마 건이가 봐 줄만 하다. 걘 TV로 봐도 비실거리는 구나!”

  은복이가 말했다.

  “그걸 지금 본 거야? 2주나 지난 건데....... 왜 연락이 없나 했어!”

  내가 말했다.

  “이 언니가 좀 바쁘거든. 넌 상상도 못할 거다!”

  은복이가 말했다. 옆을 보니 듣고 있던 이건이가 웃고 있었다. 난 얼른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넌, 넌 어떻게 지내? 회사는 잘 다녀?”

  내가 물었다.

  “어. 적어도 ‘버러’만큼은 바쁠 걸? 미안........ 한 번 찾아 간다는 게 시간을 못 냈어. 말자 언니랑 건이도 여전하지?”

  “여전하지 못해. 누나 요즘 이빨 빠진 호랑이야. 요즘은 은수가 꽉 잡고 있지. 방송에 나간 것도 은수 덕이고.......”

  안부를 묻는 은복이에게 이번엔 이건이가 대답했다.

  “진짜? 말도 안 돼....... 상상이 안 돼. 하하하........ 시간 내서 꼭 확인하러 가 봐야겠는데?”

  “아니야, 그 정도까진. 얘가 오버하는 거야!”

  허공에 손사래를 치며 난 말했다.

  “맞아. 너도 아니고 말자 누나도 아니고, 은수가 공연관람 왔던 방송국 PD들한테 직접 홍보하면서 ‘버러’를 어필한 거야. 내가 직접 보지 못했으면 나도 안 믿었을 걸?”

  “그게 그렇게 까지 못 믿을 만한 일이냐?”

  이건이의 말에 난 부끄러워서 말했다.

  “야야, 그만 해라. 우리 은수 또 얼굴 벌개 지는 거 보인다. 훕, 너네 둘도 여전하구나........”

  은복이가 말했다. 이건이와 나는 잠시 마주 보았다.

  “다음 달 공연 때 올래? 정규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새로운 곡도 들려주고 싶고.......”

  “그래, 가도록 해 볼게. 되게 궁금하네, 3인조 ‘버러’....... 또 연락할게. 공연 준비 잘 해라!”

  나의 제안에 은복이는 이렇게 말했지만 말투에 아쉬움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나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이는 내 어깨를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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