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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zero)
작가 : 반짝반짝슈이치맨
작품등록일 :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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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작성일 : 16-12-17     조회 : 389     추천 : 0     분량 : 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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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가지?

 그냥 걸었다. 오라는 데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동네를 지나 시장 통을 걷자니 시장 했다. 끓이려다 만 라면도 생각이 나고 시간은 저녁시간을 알리고 있었으니 뱃속의 시장기는 어떤 시계보다 정확했다.

 나의 주머니에는 비누가 준 담배 라이터 8000원 정도 핸드폰이 전부였다. 비누네 고시원에서 잃어 버린 지갑 때문에 신분증도 없는 상태였다.

 

 그때 비누의 전화기가 울렸다. 나는 비누와 몇 일 지내면서 그의 전화기가 울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세상과 연결이 끊겨버린 한 시대의 존재를 알리는 박물관의 전시 품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전화가 소리를 낸다는 것은 묘한 기분에 빠지게 했다.

 심각한 표정의 비누는 전화를 끊고 말했다.

 “경찰인데 경찰서로 오래”

 “왜?”

 “왜긴 고시원에 불 난 것 때문에 그렇지.”

 “언제 오래?”

 “아무 때나”

 “갈데 도 없는데 지금 가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슬리퍼를 끌고 우리는 삼락 경찰서로 갔다. 마치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행위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만 해야 하는 것 같아서 꼭 그와 같이 걸었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경례를 붙이는 경찰 때문에 우리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두 손을 모았다.

 

 사고일 것이다. 누가 그런 허름한 고시원에 불 따위는 놓겠는가 하지만 경찰은 방화의 꼬투리를 잡고 싶어하는 것처럼 눈을 번득이며 꼭 그와 같이 말했다. 경찰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곳이다. 술 버릇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안방과 같은 곳이거나 아님 지나쳐 가야 할 터미널과 같다.

 어릴 적에 오토바이를 훔치고 싶은 충동을 제어 하지 못 하고 쇠 사슬이 연결이 된 오토바이를

 끌고 가다 몇 미터도 못 가고 주인에게 잡힌 적이 있다. 그것 역시 술을 먹고 한 짓이었다. 무슨 힘이 있었던 건지 사슬에 연결된 오토바이 거치 대를 마저 끌고 온 동네 쇠 끌리는 소리는 내고 있었다. 내가 사슬 끊는 기구가 있어서 사슬을 끊어내고 오토바이를 끌고 갔다면 완전 범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그리 허망하게 덜미가 잡히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경한 소리에 오토바이 주인 뿐 아니라고 동네 사람이 무슨 사달이 났나 하고 집밖을 나와 봤다 그런 경험 이후로 그것이 저주가 된 건지 꽤 자주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있다. 얼마 전에 비누와 싸워서 경찰서를 온 것도 몇 일 전이니까

 

 나는 비누의 옆에서 앉아서 비누의 증언을 보태어 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고 있었어요. 옆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더라고 그래서 신경질이 나서 문을 여니까 연기가……”

 “그럼 당신은 뭐하고 있었어?”

 “저요? 저도 자고 있었죠. 문을 여니까 옆 방 여자가 불 났다고 아니나 다를까 연기가 자욱하더라 구요?”

 “그럼 평상시 여자랑 교류가 있었나?”

 “아니요. 처음 보는 얼굴입죠.”

 비누가 말했다.

 “그런데 옆방 여자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그건 불 끌 때 멍하니 보다가 옆에 있던 여자가 자긴 옆 방에 있었다고 해서 알았죠.”

 “불 구경 했다는 말인가?”

 경찰은 그렇게 끊어지는 말들을 끊어가며 물었지만 소득 없다는 걸 아는지 시들 해져갔다. 아님 우리를 상대하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고 해야 더 좋을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시들해져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비누 만 심각해서 경찰이 하는 질문에 충실해 답해 주고 있었다. 보상금이나 뭣하나 건질 수 있을 까 하는 희망에서였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고 알았어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멈췄다. 자리에서 일어 서면서 됐어 하고 말했다. 우리는 그를 올려다 보면서 그러니까 됐습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그를 쳐다 봤다. 보호소에서 사람이 서넛 있었는데 창살 앞에 바짝 붙은 사내가 무엇을 기다리는 듯 했다. 잠시 뒤 중국집 배달 부가 배달 통을 들고 들어오면서 요란하게 식사 왔는데요 하고 말했다. 그 공간에 퍼지는 중국 요리의 향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것에 정신이 빼앗기지 않은 사람은 없는지 한 경찰로 보이는 한 사내가 테이블로가 크게 소리 쳤다. 식사하시죠 하고 말했다. 테이블에 음식 정확히는 짬뽕들 탕수육 그리고 서비스 만두를 내려 놓고 우동은 어디죠 하고 물으니 보호소의 무언가를 기다리던 사내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다들 식사를 위해서 한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우리들 앞에서 세상의 모든 범죄를 다 대하고 있는 사람 같은 표정의 경찰이 온화한 얼굴이 되어서 음식 있는 쪽으로 갔다. 그의 얼굴은 온화로 친다면 부처의 얼굴 같아져서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데 하는 말이 떠 올랐다.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말이다. 나는 갑자기 큰 죄를 지어서 온화한 얼굴의 경찰에게 심한 심문을 받고 싶어졌다. 영화에서 보자면 식사 시간이 되면 그래도 심문 중 밥도 주고 내가 본 영화에서는 대개 잡채밥이거나 설렁탕 이거나 했다. 그런 영화만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랬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말이야 하는 말을 꺼내면서 담배도 붙여주고 했다. 그러니 그 순간 나는 그들이 먹는 식탁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라는 강한 욕구가 고개를 들이 밀었다. 비누도 그랬는지 그들의 식탁에서 황홀한 냄새를 풍기면서 자태를 자랑하는 중국음식을 침을 삼키며 보고 있었다. 출처가 불분명 하지만 비누나 나의 배 둘 중 하나에서 들리는 위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를 향해 한 젖 가락 혀 하며 부르지 않았다. 우리 나라 인심이 이렇지 않을 텐데 잠시 그렇게 계속 앉아 있자니 우리에게 힐문하던 경찰이 안가나 하고 물었다. 다른 거 물으실 말 없나요? 물었지만 그는 됐어 하는 짧은 답을 했다. 보호소 안에서 우동을 소리까지 내가며 먹던 사내는 꽤 비싼 정장을 입고 금시계를 차고 있었으며 풍채도 좋았다. 그가 말했다.

 “저 젊은이들도 식사 전인가 봐”

 그것은 우리를 향한 것인지 지들끼리 개 떼들처럼 머리를 쳐 박고 먹고 있는 경찰들을 향해서 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에 우리는 네 하고 대답했다. 그 말에 다시 부처의 얼굴이 된 경찰이 그래 어서 가봐 하고 말했다. 달라고 우리도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개 떼들은 우리에겐 하등의 관심이 없었다. 머리 꼭지에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서 의자를 패대기 치며 나도 좀 줘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 했다. 술이나 들어가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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