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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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저 오토바이는 택시야? 이 여자, 저 여자 다 태우고 다니는?
작성일 : 18-02-11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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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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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게 그녀가 사라져버렸다. 대기실은 교실을 개조한 것이라 앞문, 뒷문 2개가 있었는데 그가 아이에 집중하는 사이 그녀가 다른 문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시아도 말하면서 뭔가 찔리긴 했던 모양이었다.

 

  "야, 해리 포터가 울고 가겠네. 호그와트에서 투명 망또라도 사온 거야? 축지법도 아니고 사람을 완전 인간 말종 만들어놓고 지는 나갔네? 아, 설마 내가 이와중 너한테 의리를 바랐다니...그래, 내가 멍청한 거지."

 

 그렇게 투덜대며 신경질적으로 재료를 박스에 집어 넣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그가 나와 차에 갔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정말 시작부터 일진이 사나웠다. 시작은 그것이었다. 파랑이 시아에게 사탕을 고백을 보았다는 것. 그때부터 기분이 꼬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뭐야, 그럼 둘이 사귀는 거야? 아까 걔들 표정이 그닥 좋지 않았는데? 시아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건가? 아님 바로 차인...아니지. 찰 거면 처음부터 받질 않았겠지. 아, 나 지금 뭐하는 거야? 이런 초등학생 장난 같은 사탕 고백에 왜 내가 온 신경을 쓰고 있는 거냐구."

 

 그렇게 절규하면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에 그는 1패 중이었다.

 

  "아, 씨...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아니, 그런데 쟤는 대체 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지한테 쓰레기였어? 내가 그렇게 쓰레기 짓을 했냐구? 저 때문에 피 만졌지, 응급실 데리고 가느라 업었지. 얼마나 헌신했어? 사실 지가 그렇게 된 건 다 지 실수였지. 안 그래?"

 

 누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묻고 열심히 혼자 대답하는 중이었다. 사랑에 빠지는 건 이토록 어리석은 일이었음을.

 

  "아, 그래. 나 상관 안 하기로 했잖아. 이럴 시간에 내 인생 플랜이나 짜자구. 돈이나 벌면서. 그게 현명한 일이지."

 

 그가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도로로 나가려는 길목에서 정류장에 서있는 시아를 발견했다. 큰 가방을 한 손에 메고 다른 한 손에는 사탕바구니를 든 채였다.

 

  "쳇, 아주 애지중지하며 들고 가고 있네. 버리지도 않고. 다 먹고 엄청 뚱뚱해져라, 칫!"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저주를 퍼부으며 그는 가버렸다.

 

 ***

 

 파랑의 바이크를 타고 학원으로 온 린은 폴짝 가볍게 내렸다.

 

  "고마워요. 정류장까지 태워다줘도 고마운데 좀만 더, 좀만 더 가자 하다보니 학원까지 와버렸네요?"

  "그러게."

  "어차피 이 박스 사물함에 넣어 놓아야죠. 또 어떻게 들고 와요. 무겁게."

  "하긴, 나도 넣어놔야겠다."

 

 그때 익숙한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는 로사가 교무실 창으로 밖을 보았다. 파랑의 바이크에서 내려 다정하게 웃고 있는 애는 린이었다.

 

  "어쭈구리? 린이 태운 거야? 뭐야? 저 오토바이는 택시야? 이 여자, 저 여자 다 태우고 다니는?"

 

 파랑을 거절했지만 비어져나오는 질투는 어쩔 수 없었다.

 

  "야, 뭐 둘이나 올라갈 거 있냐? 줘봐. 내가 다 갖다 두지뭐."

  "오? 진짜요? 앗싸! 그럼 부탁해요."

 

 염치, 눈치라고는 없는 린이 그의 제안을 넙죽 받아들였다. 말하고 나니 괜한 후회가 드는 파랑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상남자인 척 했으니 일단 들어 주는 수밖에.

 

  "고생 많으셨어요!"

 

 그렇게 발랄하게 인사하고는 린이 돌아섰다. 양 어깨에 메이크업 박스를 멘 그가 교실로 올라갔다. 로사는 쿨한 여자가 되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

 

  "아, 내가 무슨 상관이야. 누구를 태우건 말건. 아, 아니 어떻게 그래도 나더러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고백한지 이삼일 만에 다른 여자를 태우고 다녀? 그렇게 바로 바뀌는 게 사람이야?"

 

 교실로 들어오는 그의 소리에, 뇌의 지시를 무시한 그녀의 엉덩이가 들썩 하고 일어났다.

 

  "저기...파랑씨?"

  "어? 계셨어요?"

  "네, 뭐...실습을 잘 하고 왔어요?"

  "네, 다들 열심히 했어요. 부모들도 만족한 눈치였고요. 별 실수 없었어요."

  "아, 다행이네. 물가에 내놓은 애들 같아서 말이죠."

  "뭐, 그러실 수 있겠네요."

 

 담담히 하는 대답이 더 짜증났다. 정성스럽고 살뜰한 반응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겠지만 이건 너무 사무적이고 차가웠다. 고백할 때만 하더라도 100번은, 아니 10번은 더 찍을 것처럼 굴더니 지금은 바다에 빠진 운석처럼 온냉이 분명해 그녀는 당혹스러웠다.

 

  "컴플레인은 없었고요?"

  "아, 하완이 사고를 좀 쳤는지 소란스럽긴 하던데...내용은 모르겠네요."

  "하완씨가요?"

 

 그녀의 놀란 눈과 폭풍 관심에 그의 심정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괜히 말해줬나 싶었다.

 

  "무슨 사고요?"

  "소아성추행? 소아성범죄?"

  "네에?"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그녀의 눈이 벌어졌다. 흰자가 와르르 쏟아질 지경이었다. 그런 반응이 즐겨워 그는 이야기에 양념을 치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하완에게 질투가 나던 차 그녀를 더 실망시키고 싶었다.

 

  "뭐, 지금쯤 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있을 지도..."

  "하완씨가 그 어린 애들한테 무슨 짓을 햇단 말이에요?"

  "뭐, 그런 가보죠."

  "오 마이 갓, 세상에 말도 안 돼! 그런 사람이었다고요?"

  "시아가 봤나본대요? 걔도 샘과 같은 반응이었어요."

  "아니, 어떻게 사람이 멀쩡하게 생겨서 그럴 수가 있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녀의 점점 격해지는 반응에 신나기까지 한 파랑이었다. 더 붙일 얘기가 없나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린이를 데리고 나오는 게 아니라 끝까지 그들의 싸움을 관람했어야 했다. 엔딩크레딧을 보지 못한 안타까운 심정 억누를 길이 없었다. 그래서 싸움 구경은 놓치면 안 되는 것이었나보다.

 

  "헐...전화해봐야겠어요."

  "해보세요."

  "그렇게 실습을 먹칠해버리면 더 이상 학원으로도 일이 들어오지 않는단 말이에요. 내가 나가기 전 실습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말해줬건만 고등학생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이 사고를 치고 오다니. 학원 이름을 걸고 나가면 그때부터는 프로라고요. 프로의식을 가지라고 했건만."

  "걔가 뭐 그리 부족하겠어요. 이거 아니어도 충분히 밥 먹고 살텐데."

  "안 받네..."

 

 마침 하완은 전화를 받지 못 했다.

 

  "바쁘겠죠."

  "난 정말 그런 사람인줄 몰랐어요. 세상에 우리 애들도 조심하라고 일러줘야겠는데..."

 

 귀가 얇은 그녀는 이미 그의 말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완과 비교되어 믿음직해보이는 파랑에게 마음이 돌아서려는 순간, 옆 교실로 들어가는 시아가 보였다. 그리고 보이는 것 또 하나.

 

  "어, 시아네? 그럼 직접 물어봐야겠..."

 

 로사가 멈칫한 이유, 그건 바로 시아가 지금 안고 있는 흰 곰 사탕바구니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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