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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대학생 이혜진 (여)
작가 : 이설
작품등록일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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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대학생 이혜진 (2)
작성일 : 17-10-31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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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잠깐 혼자 있을게. 나가서 바람 쐬고 와.”

  납골당 맨 밑 칸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엄마가 혜진을 보고 말했다. 얼르은. 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혜진은 엄마가 구겨진 오천 원을 흔들자 마지못해 받아들었다. 애당초 혜진은 부모님께 돈 받는 것을 싫어했다. 머뭇거리는 모습에 혜진을 보고 핀잔을 던질 법도 한데 엄마는 그저 숨만 크게 내쉬었다. 혜진은 답답한 납골당의 공기를 견디기 힘들었다. 아빠에게 주겠다며 사온 술병을 까는 엄마도 보기 힘들었다. 반쯤 지워진 립스틱이 얼룩덜룩한 입술을 꾹 깨물며 혜진은 납골당에서 나왔다.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다. 이대로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엔 감기가 들 것 같았다. 탐탁지 않은 마음을 뒤로하고 눈에 들어오는 카페로 들어가 가장 싼 메뉴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하나요.”

  “3,600원입니다. 나오면 진동벨로 알려드릴게요.”

  가장 구석진 자리에 풀썩, 쓰러지듯 앉아 멍한 눈으로 조명을 쳐다봤다. 뭐 했다고 이렇게 피곤하지… 38번 고객님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피곤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계산대로 가서 커피를 받아 온 혜진은 커피를 테이블에 두고 엎드려 잠을 청했다.

 

  “이혜진. 아빠한테 할 말 없어?”

  집에 오자마자 아빠가 눈을 부라리며 혜진을 호통을 쳤다. 깜짝 놀라 쳐다본 시선의 끝은 펼쳐진 성적표와 그 밑에 쓰인 담임 소견이었다.

  ‘1학기에 비해 성적이 크게 떨어졌으며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합니다. 가정에서의 지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가정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 이건, 아빠… 혜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술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악! 아빠 내가 잘못했어요, 이리 와, 이 년아. 내가 이러라고 너 학원 보내고 돈 벌어오는 줄 알아? 너 고등학교 들어갈 때 뭐라고 했어, 아빠 기대 부응할 만큼 성적 잘 받아오겠다고 했잖아… 다행히도 아빠는 혜진에게 술병을 휘두르진 않았다. 그러나 그, 술병을 깨고 폭언을 내뱉은 행동은 충분히 혜진을 겁먹게 하기 충분했다.

  ‘이런 꿈, 저번에도 자주 꿨던 것 같은데,’

  그래, 이런 꿈은 저번에도 자주 꾸었지. 이건 꿈이니까, 겁먹을 필요 없어. 혜진이 꿈속의 아빠에게 무어라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발작하며 혜진이 일어났다.

  “헉!”

  카페 안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혜진을 쳐다봤다.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아요. 혜진은 머쓱함에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혜진은 걱정 어린 점원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한입도 대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버리고 나왔다. 자다 일어나 몽롱한 정신으로 아까 꾸었던 꿈을 생각한다. 이미 수십 번도 더 꾼 꿈이지만 매번 혜진은 꿈속의 아빠에게 대적할 수 없었다. 납골당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빠의 유령이 옆에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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