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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다, 쫓기다 Reboot
작가 : Hana
작품등록일 : 201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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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ver You Will Go
작성일 : 17-12-09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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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쫓다, 쫓기다 Reboot

 

 

 

 Wherever You Will Go

 - The Calling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이스탄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중에 하나인 그랜드 바자르 근처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아마도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찌감치 문을 여는 로컬 커피숍인지 흔히 알고 있는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간판도 많이 낡아보였지만, 꽤나 인기가 있는 곳인지 나와 백은섭이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 걸어가는 동안에도 몇 명의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커피와 보기만해도 당분이 충전되는 것 같아 보이는 바클라바와 로쿰을 접시에 받아서 바깥의 자리에 앉았다. 확실히 차가운 바람이 살갗이 에이던 헤이그와는 달리 이제 초겨울에 접어드는 계절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의 날씨는 포근했다.

 

 그 잠깐 사이에 하늘은 아까보다 많이 환해졌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었다. 마치 버튼을 눌러 해제한 것처럼 거리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시럽이 손과 접시에 붙어 길게 늘어지는 바클라바를 한 입 깨물고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더니 그나마 좀 정신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며칠 동안 너무 정신 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지라, 그나마 이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다행인가 싶은 마음도 잠시, 디온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 지가 새삼 걱정이 들었다. 입안에서 바삭 하게 부서지는 바클라바의 촉감을 느끼며 백은섭을 돌아보는데 백은섭이 커피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 마셔?"

 "뜨거우니까."

 "고양이 혀냐?"

 "고양이가 뜨거운 거랑 무슨 수본이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미간을 확하고 찌푸린 백은섭을 보니 어쩐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뜨거운 거 잘 못 먹는 사람을 고양이 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아마 일본식 표현이라서 북한에서는 잘 안 쓰는 모양이네."

 "흠."

 

 내가 피식 하고 웃으며 다시 커피를 마시다가 불현듯 왜 백은섭은 여기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트가 보냈다고는 하지만... 뭔가 거래를 한 건가? 지난 3년간 백은섭의 생사도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여기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근데..."

 "근데 뭐?"

 "진짜로 나 도와주러 온 거야? 그게 다야?"

 "기래."

 "왜?"

 

 당연히 너를 도와주러 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왜라고 반문했고, 한 모금 마시려다가 여전히 너무 뜨거워서인지 미간을 찌푸리며 커피잔을 다시 내려놓은 백은섭이

 

 "너 말이디."

 "응?"

 "모르는 척 하는 거이네, 아니면 진짜 눈치를 못 챈 거이네?"

 "....뭐를?"

 

 내 말에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비스듬한 자세로 팔짱을 낀 채 느릿한 시선으로 나와 눈을 마주친 백은섭이

 

 "내가 너한테 마음 있으니까 그런 거지."

 "....응?"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백은섭의 말에 깜짝 놀란 내가 놀란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자,

 

 "못 알아들은 척 하지 말라. 너 그 정도 눈치도 없고 내가 그렇다는 거 모를 거라고 생각도 안 한다."

 "나는 디온이 있어!!"

 

 곧바로 터져 나온 나의 대답에 백은섭이 선선히 웃으며

 

 "누가 너랑 사귀고 싶고 뭐 기렇다고 했디? 그런 거 아니니 걱정 말라. 나는 그런 거 언감생심 생각도 없다. 그저 너 잘 되길 바랄 뿐이야. 그리고 그런 생각하는 나한테 너를 도와 줄 기회가 생긴 것뿐이고. 그리고 그게 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럴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백은섭에게 확답을 듣고 나니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머리 속이 복잡해져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는 백은섭이 고백을 했다는 것보다 더 다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일단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정리가 된 후에 대답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어이 할 거이네?"

 "뭘 어떻게 해 뭘?! 무엇을?!"

 "....그 암호 말이다. 무슨 생각하는 거이네?"

 "....아?"

 

 으아아아아!!

 백은섭이 고백했다는 이 상황에 패닉한 탓인가 백은섭이 말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예민하게 대답해버렸다.

 

 "어...음...아직은...생각 안 해봤는데...."

 "흠...그럼 일단 일어나자. 어차피 다 치웠는데 앉아 있는 것도 염치없고."

 "어,어."

 

 백은섭의 말대로 빨리 나가라고 눈치를 주는 것처럼 빈 커피잔과 접시들을 티나게 치워진 빈 테이블에 앉아있기도 눈치가 보이니까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세워둔 곳으로 걸어가던 나에게 그랜드 바자르시장의 아치형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방수포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었던 상아색으로 만들어진 2층 정도 높이의 탑과 터키석 블루 색깔의 현판의 아래로 금색의 KAPALICARSI GRAND BAZZAR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만든 입구 옆쪽으로 4자리의 숫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야야야야 백은섭!!!"

 

 앞서 걷던 백은섭의 소매를 붙잡아 어깨를 마구 치자, 놀란 백은섭이

 

 "왜왜? 뭐인데?"

 "저거! 저거 숫자!!!"

 

 내 말에 백은섭이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랜드 바자르의 입구에 시선을 돌렸고 4자리의 숫자를 확인한 백은섭이

 

 "저거...."

 "맞아."

 

 하도 접었다 폈다 해서 꼬깃꼬깃해진 종이를 꺼내 백은섭에게 내밀었고 14자리 중 처음 4자리를 맞춰 본 백은섭의 눈이 반짝 빛났다.

 

 "들어가자."

 "기래."

 

 

 

 이제 막 아침을 시작한 그랜드 바자르는 하루에 20만 명에서 25만 명이 오고 가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손 꼽히는 시장답게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가 이제 막 들어온 관광객들을 비롯해서 아마도 이스탄불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현지인들이 섞여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시장에 들어온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랜드 바자르 시장의 상점의 간판에 써 있는 숫자들이었다. 어떤 순서로 적혀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랜드 바자르 안의 상점의 간판에는 적게는 4자리 ㅡ 2개씩 나누어져 적혀져 있는 ㅡ, 많게는 6자리 ㅡ 3개씩 나누어져 적혀져 있는 ㅡ 의 숫자의 간판이 있었다.

 

 다른 종이를 꺼내어 처음 그랜드 바자르에 들어올 때 적혀있던 4자리 다음의 4자리 숫자를 적은 다음 백은섭에게 건넸다.

 

 "넌 이거 4자리 숫자 상점에 들어가서 이 숫자 상점이 어떤 게 있는지 확인해볼래? 난 6자리 확인해볼게."

 "기래."

 

 그리고 6자리의 숫자가 적혀있는 상점 중에서 가장 조용해 보이는 상점의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간 상점은 중동 식 향신료를 팔고 있는 곳인지 들어서 자마 이국적인 냄새가 이 코안을 파고 드는 그런 곳이었다. 작은 백에 담겨있는 가로로 된 향신료들뿐만 아니라 커다란 삼베 같은 재질의 포대 같은 곳에도 담겨있는 것들이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좋은 거 많아요!!"

 

 내가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던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터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걸어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뭐 찾아요?"

 

 터키 액센트가 확실했지만, 여행자들을 많이 상대하는 장사꾼이어서 그런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아마도 좀 더 터키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인지 터키식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다.

 

 "아...저 혹시 그랜드 바자르 내에 가게 중에 이 숫자로 등록 된 가게가 있나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적어놓은 3자리씩 나눈 6자리의 숫자를 보여줬고, 그 숫자를 본 남자의 눈썹이 한쪽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올라갔다. 안다는 표시인 거 같아 반가운 마음에

 

 "어디로 가면 되나요?"

 "아....그냥 알려달라고?"

 "네?"

 

 내 말에 종이를 손에 말아 쥔 남자가 나에게 손가락을 까닥까닥 해 보이며

 

 "사람이 살면서 예의가 있어야지."

 

 돈을 요구하는 명확한 표현이었다.

 나도 적지 않게 겪어본 일이고, 특히나 여행자를 상대하는 이런 관광지에서 여행자에게 이렇게 금전을 요구하는 일은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주의를 주는 것이기도 하고.

 

 특히나 중동이나 이집트쪽으로 여행을 갈 때에는 유난히 좀 심하게 느껴지는 일이라 ㅡ 그리고 지금은 이런 걸로 말 다툼할 시간도 없고 ㅡ 주머니에 커피를 사고 남은 잔돈을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여기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아, 무슨 애들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의 손에 쥐어준 돈은 동전과 지폐를 합쳐서 거의 20유로에 가까운 돈이었다.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대, 그 남자는 내가 급하다는 걸 눈치 챘는지 아마 내가 호구라고 생각했던 건지 남자는 이죽거리며 웃으면서 돈을 더 달라는 제스쳐로 나에게 손을 까닥댔다. ㅡ 게다가 번호를 적은 종이까지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가며 ㅡ

 

 기분이 나빠진 내가

 

 "찌질한 새끼."

 

 라고 나직하게 말한 뒤 몸을 돌려 상점을 나가려 하자, 그 남자가

 

 "뭐라고? 어디서 계집주제에 감히."

 "계집? 감히?"

 

 화가 난 내가 몸을 돌려 한 마디 대꾸하려는 데 갑자기 남자의 얼굴 옆으로 뭔가가 날아가 남자가 서 있는 뒤쪽 벽에 박혔다. 벽에는 낯이 익은 검은 색 잭나이프가 박혀있었다.

 

 "백은섭?"

 

 몸을 돌려 입구를 확인하자, 이제 막 입구에 발을 디딘 듯 한 발을 삐딱하게 걸친 백은섭이 당장이라도 레이저가 쏘아져 나올 거 같은 눈으로 그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간 나이프에 깜짝 놀란 남자는 우물쭈물하고 있었고, 그 남자의 바로 앞까지 걸어간 백은섭이 자켓 단추를 풀고 왼쪽 자켓 만을 열어 남자에게 벌려 보여주었다. 자켓 안 쪽에는 눈에 띄게 보이도록 하네스에 매달린 글록이 있었다.

 

 "허튼 짓 하면 어이 될 지 니가 얼마나 멍청한 새끼라 해도 잘 알기야."

 

 백은섭의 차가운 협박의 말에 그 남자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고, 말을 마친 백은섭은 다시 자켓의 단추를 잠그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벽에 박힌 나이프를 능숙하게 빼냈다.

 

 눈에 보이게 벌벌 떠는 남자는 내게서 빼앗아간 종이의 뒤쪽에다가 간단하게 약도처럼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했다. 약도를 받아든 백은섭이 한번 훑어보고는 내게 넘겼다. 받아 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은섭이 그 남자를 바라보며

 

 "확실한 거이네?"

 "네..."

 

 아까 전 나를 대할 때와는 너무 다른 그 남자의 태도에 저게 바로 전형적인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치졸함인가 싶은 마음에 헛웃음이 나왔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우물쭈물하는 그 남자에게

 

 "진짜 찌질하고 치졸한 새끼. 너야말로 인간에 대한 예의 좀 지키고 살아라. 이 쓰레기야."

 

 힘을 잔뜩 준 목소리로 상점 안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크게 외친 나는 그 상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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