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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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프리다 살롱
작성일 : 17-11-07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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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프리다 살롱

 

  “왔어?”

 

  자형이 앞치마에 쓱쓱 손을 닦아내며 물었다. 자형은 오늘도 말간 민낯에 빨강 립스틱만을 바른 모습이었다. 숱 많고 긴 머리를 깨끗하게 빗어 묶고, 함빡 미소 지은 얼굴엔 약간의 피로가 배어있었다. 한창 저녁 장사가 시작될 무렵이라 바빴던 것이다.

 

  프랑소와는 구슬로 만든 발을 헤치며 부엌으로 들어가 설거지 거리에 손을 댔다. 자형은 프랑소와의 손을 찰싹 때렸다.

 

  “일할 생각 말구 밥이나 먹어.”

 

  자형에게 등을 떠밀려 나온 프랑소와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구석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단골손님 세 팀이 식사 중이었다. 부동산 아저씨들, 꽃집 아가씨, 근방에서 자취한다는 청년.

  프리다 살롱을 먹여살리는 고마운 이웃들이었다.

 

  “과외는 어쩌구 벌써 온 거야.”

 

  자형이 레몬 물을 가져다주며 물었다. 프랑소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으로 목소리를 꾸몄다.

 

  “둘 다 어디 갈 데가 있대서. 담에 특강 몰아 하려구.”

  “어딜 가는데 과외도 빼먹고?”

 

  자형은 자못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입구 쪽 테이블에서 부동산 아저씨 하나가 장아찌를 더 갖다달라고 소리쳤다. 자형은 날쌔게 주방으로 들어갔다.

 

  프랑소와는 물을 홀짝홀짝 마시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앞에서 눈이 멎었다. 인쇄본이지만 색감이 선명한 그것은 가게 한 구석에 붙어 강렬한 존재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프리다 살롱. 이 가게는 자형이 프랑소와를 혼자 키워내며 일군 알찬 결과물이었다. 밑천 없는 미혼모가 혼자 아이를 키우며 여기까지 왔음에 프랑소와는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의 존경심을 품고는 했다. 프리다칼로를 좋아하는 프리다칼로를 닮은 엄마를, 프랑소와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오늘 새우 좋으니까 새우볶음밥 먹어.”

  “응.”

 

  프랑소와는 거의 외우다시피 한 메뉴판을 심심해서 읽어보았다. 자형은 주로 파스타를 맛깔나게 만들었지만 그녀의 샌드위치도, 볶음밥도, 스프도 꽤 인기가 있었다. 여름철이면 빙수도 팔았고 겨울이면 팥죽을 팔기도 하는, 가정집 같은 식당이 컨셉 아닌 컨셉이었다.

 

  ‘꽃집 아가씨는 연어 샌드위치, 부동산 아저씨 중 뚱뚱한 사람은 돈까스, 마른 사람은 계란 프라이 올린 김치 볶음밥, 자취 청년은 알리오올리오.’

 

  프랑소와는 단골손님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정확히 꿰고 있었다. 자형이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그들을 보며, 식당 밖에서의 그들의 삶을 상상해보는 것이 프랑소와만의 놀이였다.

 

  잠시 짬이 난 틈을 타 자형은 은근하게 프랑소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어디 좋은 데 가는 거였으면, 너도 따라가지 그랬니.”

 

  프랑소와는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켁켁거리는 프랑소와를 보며 자형은 허리를 꺾고 웃었다. 곧 꽃집 아가씨가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가는 것이 보였다. 가게에 둘 꽃들을 싼 값에 내주는 맘씨 고운 아가씨였다. 자형은 종종 걸음으로 아가씨에게 갔다. 프랑은 바지에 묻은 물을 털어내며 생각했다.

 

  ‘엄마는 내가 여자애들과 어울리는 게 좋은가 봐.’

 

  계산을 마친 꽃집 아가씨가 흘끔 프랑소와를 쳐다보고 나가는 것이 보였다. 혼자 저녁을 해결하러 종종 오는 자취 청년 역시 프랑을 흘깃대는 것이 느껴졌다. 프랑은 자신을 향한 시선들에게서 언제나 무거운 부담을 느꼈다.

 

  ‘사람들 눈엔 내가 특이하게 보이는 거겠지?’

 

  체구가 가냘픈 몸에 분홍색 니트와 연청바지를 입은 작은 아이. 스물셋이나 되었지만 흔히들 중, 고등학생 정도로 보는 비리비리한 타입.

 

  ‘넌 도대체 여자니, 남자니?’라는 질문을 밥 먹듯이 듣는 아이.

 

  프랑소와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부엌에서 자형의 콧노래가 한들한들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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