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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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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_13화
작성일 : 17-11-30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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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야, 얼마나 더 가야 돼?”

  “이제 다 왔어. 조금만 참아.”

  승훈은 조수석에 앉아 있는 선영을 다독였다. 연휴가 아닌데도 도로에 차가 많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한두 시간 쯤 늦어질 것 같았다.

  “도착하면 밥부터 먹을까?”

  “응. 배가 고픈 것 같아.”

  “알았어. 내가 맛있는 집 알고 있으니까 거기부터 들를게.”

  “그래.”

  선영은 대답을 하는 동시에 등받이를 뒤로 최대한 젖히며 두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보던 승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짜증을 내지 않고 버텨주고 있었다. 그녀의 짜증은 그가 감당하기 힘들었다. 승훈은 네비게이션을 확인했다. 두 시간 정도 뒤인 도착예정시간이 좀처럼 줄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전나무숲이라고?” “응? 어! 전나무숲길이라고 정말 좋아.”

  다른 생각을 하던 승훈은 선영의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재빠르게 대답을 했다.

  “졸리네. 나 좀 자도 되지?”

  “그럼, 당연히 되지. 편하게 자.”

  “도착하면 깨워줘.”

  “그래.”

  승훈은 눈을 감고 있는 선영의 옆모습을 곁눈질로 보았다. 진짜 졸린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도착할 때까지 내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선영은 귀여운 외모의 애교가 많은 여자였다. 남자 형제들 틈에서 자란 승훈에게 그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다만 그때는 선영이 애교 뒤에 숨기고 있던 진짜 성격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내비게이션에 찍혀 있는 목적지는 ‘오대산 국립공원’이었다. 한동안 여자 친구가 없던 승훈은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풍경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었다. 그는 그렇게 다녀본 곳 중에서 나중에 애인이 생가면 같이 오고 싶은 곳을 기억해 두었다. 지금 가고 있는 ‘오대산 전나무숲길’도 그 중에 하나였다.

  3년 전에 오대산을 찾았던 그는 전나무숲길에 반해서 그 뒤로도 두어 번 더 찾았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뻗어 있는 전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걷고 있으면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았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숨결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까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숲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하나같이 편안해 보였다.

  여름에는 전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밑으로 걸으며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에 땀을 식혔고, 겨울에는 전나무 가지마다 핀 눈꽃이 햇빛을 받아 저마다의 빛을 뿜어내는 눈부신 모습에 추위를 잊었다. 어느 계절에 와도 전나무숲길은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전나무숲길 가까이 있는 월정사도 좋았다. 사찰은 언제가도 오고가는 이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인제에 있는 자작나무 숲도 들리고 싶었다. 하얀 기둥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는 자작나무 숲은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이게 뭐야?”

  “이럴 리가 없는데.”

  “제대로 알아보긴 한 거야?”

  “당연하지. 이런 얘기는 없었는데…….”

  선영의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승훈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오대산 국립공원 입구였다. 중간에 밥까지 먹느라 예상했던 시간보다 세 시간 더 걸려서 도착한 그곳에는 입산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그들을 막고 있었다.

  “이상하다. 4대 산맥사업 시작한다는 뉴스도 못 들었는데.”

  승훈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처럼 팻말 앞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승훈은 4대 산맥사업 공사로 인해 당분간 입산을 금한다는 설명을 다시 읽었다.

  “그거 또 읽으면 뭐 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승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대관령 양떼목장이라도 갈까?”

  승훈이 그답지 않은 순발력을 발휘했다. 언젠가 봤던 평창관광 후기를 적어놓은 블로그가 불현 듯 떠올랐다.

  “양떼목장?”

  선영도 솔깃한 것 같았다. 승훈은 계속 선영의 눈치를 살폈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날렸다. 강원도의 바람은 겨울에 성큼 다가서 있었다.

  “이 날씨에 양들이 나와 있겠어?”

  선영이 승훈에게 눈을 흘겼다.

  승훈은 말없이 바람에 차갑게 식어버린 땀을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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