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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타르트
작가 : 소피아
작품등록일 : 201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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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작성일 : 17-12-17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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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년들에게 큰 축제인 스프링 쇼. 무대 위에서 빛나는 음악과나 연기과 학생들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못질, 바느질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너희가 이번에 해야할 연극은 ‘신데렐라와 백설 공주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 래. 작년 우리가 했던 셰익스피어 퓨전보다도 할 일이 많을 거야. 질문 있으면 지금 할래?”

 

 무대를 만들고 꾸미고, 세트를 세우고 의상을 제작하고 소품을 꾸며낸다. 무대 앞에 나서는 배우만이 아니라 무대 뒤 연출, 조명 그리고 미술과 소품 팀 없이는 연극을 올릴 수 없다.

 

 “연극 팀들은 배우 애들 오디션 끝나고 한번 다같이 모인다니까 그때 컨셉 발표하면 되거든? 너희끼리 날짜 정해서 그 전에 몇번 만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때도 그랬고, 너무 자주 모이면 일이 안 되지만 한 번도 안 만나도 안 되잖아? 시간낭비 안되는 선에서 자주 봐.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미술 소품 담당과는 선배들이 손을 걷어부치고 나서서 도와준다는 점이다. 다른 과도 대게 그렇지만, 후배들이 잘하는 꼴을 못 보는 선배들의 경우 이끌어주는 부분이 거의 없거나 되려 훼방을 놓으려고 하는 일도 있다. 자기보다 잘나가는 게 배 아픈 것이다.

 

 “... 이번에도 꼭 성공시켜야해. 작년에 장미님이 연기과에서 나온 덕분에 연극 담당한 애들은 죄다 상업영화나 드라마쪽으로 들어가서 일 배우고 있거든. 너희도 그쪽 인맥 생기면 바로 일 시작하는 거 알지? 열심히 해서 상업 미술팀 들어가야지.”

 

 다른 과와 또 다른 점은 미술과 소품 준비는 아무래도 선배가 주축이 되어 이끌어나가야 하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전체 평판이 학교의 위상을 높여주기에 더욱 선배들이 신경쓰는 것도 있다. 후배가 못하더라도 선배가 나서서 어느정도 품질을 지켜줘야 위신이 선다.

 

 “이번에 우리는 보컬하는 애들도 같이 해서 뮤지컬 올리느라 바쁘거든. 그래도 최대한 도움 줄 테니까, 우리가 작년에 준비한 자료는 자료실 가서 찾아보면 있을 거고. 이거는 마지막 수정본 복사야. 이 정도까지 안 해도 돼. 그땐 컨셉 잡는 애들이 미친듯이 해서 완성본에 가깝게 뽑은 거고. 그냥 만들 수 있을 정도에서 그만둬도 돼.”

 

 반마다 돌아가며 2학년 미술과 학생들이 1학년 미술과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 그 중에도 그 이야기를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듣고있는 학생이 있었다.

 

 “어디보자. 너 이름이… 송현석? 너 손이 그렇게 빠르다며? 포트폴리오도 봤어. 이쪽 의상 제작은 딱인 것 같은데. 이번에 연극쪽 전체 컨셉이랑 의상 제작 담당해줄 수 있을까? 애들은 따로 붙여줄게. 색이랑 의상 컨셉 잡아주고 걔네가 만들면 마무리 작업 좀 도와줘.”

 

 2학년들이 일을 배정하면 대게 1학년은 따라 들어가는 편이다. 이쪽도 이쪽 나름 계급과 서열이 있어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거절할 수가 없다.

 

 “예, 근데 메인 크레딧은 제 이름으로 올라가는 거죠?”

 “당연하지. 네가 총괄이라니까. 이번에도 잘 해서 티비에 많이 나가면 너한테 개인적으로 옷 맡기는 연예인도 생길 수 있어. 작품에 같이 들어가자는 일을 받을 수도 있고.

 

 우리쪽은 알다시피 나이나 성별보다는 포트폴리오니까. 열심히만 해. 아, 다음주에 배우 애들 오디션 있다니까 애들 이미지 궁금하면 가보고.”

 “넵 감사합니다.”

 

 현석이 조용히 말했다. 현석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코스튬 플레이 쪽에서 이미 잘 알려진 코스튬 디자이너다. 처음에는 손도 많이 찔리고 원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생긴 해프닝도 많았다.

 

 덕분에 지금은 누구보다 손바느질도 빠르고, 워낙 많은 옷을 만들어 본 덕에 컨셉을 시각화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 분명 연기과랑 같이 하는 연극 드레스 준비는 현석을 위한 기회다.

 

 “현석이 네가 총괄이라며?”

 “대단한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마지막 작업을 하라는 거야.”

 “그게 그거지. 좋겠다.”

 

 다른 미술과 반 학생들까지 현석을 보러 왔다. 연극 준비를 하는 팀은 따로 모이기로 했지만 그 전에 의논하고 싶거나 의견이 있는 경우 현석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를 졸업하면 자기만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게 꿈인 현석의 목표는 인맥. 이 학교에는 이미 유명한 학생들도 많고, 앞으로 더욱 유명해질 보석같은 학생들이 산더미다.

 

 ‘그 학생들이 입는 옷이 내 옷이라면?’ 졸업 후에 고가의 VIP 만을 위한 옷을 만드는 일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석은 벌써부터 입이 귀에 걸렸다.

 

 ‘오디션에 가서 애들 좀 보고 와야겠어… 누가 이번 스프링 쇼때 스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다들한테 좋은 인상으로 남는 게 좋겠지.’ 현석이 마커로 드레스 컨셉 디자인을 그리며 생각했다.

 

 현석이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미지. 사람이 입는 옷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투영하는지, 혹은 그 사람이 옷을 입음으로서 나타나는 인상이 그 사람이 추구하는 이미지인지가 현석 나름대로의 철학이다.

 

 ‘극본을 보니 엘리자베스는 수수한데 빛나야하는데… 진주 가루를 써서 드레스 부분이 은은하게 빛나게 해볼까?’ 현석의 밤샘 고민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과제는 한창 자라나는 시기의 듬직한 남학생을 여자보다 예쁜 여자로 꾸며야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가능하면 연기과에서 또 다른 화제를 낳을 수 있게 말이다. 그래야 현석의 드레스도, 작품 활동도 날개 돋힌 듯 날아갈 수 있다.

 

 ‘아… 아무래도 어떤 느낌이 나을지 감이 안 오네. 애들 얼굴을 직접 보면서 생각 좀 해야겠어.’ 스케치북과 마커를 책상 한편으로 미뤄두고 현석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홈페이지에는 학년마다 학생들의 이름과 입학 당시 찍은 프로필 사진 페이지가 있었다.

 

 ‘와 애들이 꽤 많네? 아 다른 학교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적은 건가… 거기도 다 무대에 올리는 건 아니라고 하니까. 어 잠깐, 이유진? 반가운 이름이네. 얘는 그다지 남자답게 생긴 편은 아닌데? 이런 애들이 입어주면 좋긴 하겠지만...

 

 이렇게 봐선 전혀 모르겠는데. 키나 몸무게라도 적어주지. 이래선 도움이 안 되잖아. 와 윤준모다. 왕자 역은 딱 봐도 얘네. 그럼 아예 색을 조금 다르게 써볼까? 진홍이나 남색 계열로 가야하나?’

 

 밤이 늦었지만 현석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모조리 적어두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현석은 마커와 펜을 놓지 않고 계속 이것저것 그려나갔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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