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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작가 : 시예랑
작품등록일 : 201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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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옆집여자(1)
작성일 : 17-11-24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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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시간이 되자 부리나케 다인이 있는 유치원으로 향했다. 이미 다른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갔는지 남은 아이는 다인을 포함해서 몇 명뿐이었다. 자신을 한참이나 기다렸을 아이에게 괜히 미안해져 일부러 더 환하게 웃으며 다인을 반겨주었다.

 

 

 "다인이~ 오늘 유치원에서 잘 놀았어?"

 

 "웅? 고모!! 고모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 그래도 고모 일 끝나고 바로 달려 온 거야. 얼마나 속도를 냈는지 자동차안에 엔진 만져보면 뜨끈뜨끈할걸?"

 

 "진짜?! 고모 최고!"

 

 "다인이 오늘 착하게 고모 기다려줬으니까 맛있는 거 해줄게. 집에 가는 길에 장 봐서 가자."

 

 "웅!웅!!"

 

 

 어린아이지만 입은 참 어른스러운 다인이는 잡채가 먹고 싶다고 하여 고기와 야채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했다. 아이가 다 먹고 나서 식탁을 치우는데 낮의 경복과의 통화가 마음에 걸렸다. 도대체 그 남자는 김경복한테 뭐라고 말한 걸까.. 그렇게 화내는걸 보니 김경복은 그 남자에게 진심인 것 같은데..

 

 

 "애당초 두 동성애자 사이에 내가 이상하게 낀 것 같은 느낌은 뭐지.."

 

 

 그 남자에게 다시 접근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수호가 재인의 바로 아래층에 살고 있다는 것을 경복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왠지 전화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급적이면 이제 김경복과 윗층의 남자와는 엮이고 싶지 않은 수호였다. 성격 이상한 남자긴 하지만.. 그래도 미리 말이라도 해둘까?

 

 

 "다인아. 고모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tv보면서 놀고 있어."

 

 "응!"

 

 

 계단으로 올라가자 한 층을 전부 누리고 있는 현관문이 보였다. 56층에 사니까 집에 있으면 나오겠지... 이 넓은 집에 혼자 살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벨을 누르고도 다른 사람이 나오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문에서 나온 인물은 수호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그..여쭙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런데.."

 

 "...말씀하시죠."

 

 "그게.. 오늘 김경.. 아니 크리스를 만나서 저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하던데.."

 

 "네. 진수호씨가 저랑 크리스씨가 사귀는 걸로 오해하셔서 헤어지게 된 게 아닌가 싶어서 오해가 있으면 수호씨랑 잘 풀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왜..?"

 

 "아뇨! 크리스랑 저는 잘 풀어볼 것도 없어요. 애당초 크리스의 성향이 원래 그쪽인지 몰랐던 건 저니까요.. 오늘 크리스가 저한테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화를 내더라고요. 재인씨를 만난 게 상당히 화가 났던 것 같은데.."

 

 "아..본의 아니게 제가 진수호씨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어버렸나요?"

 

 "아닙니다. 제가 회사에 찾아간 건 사실이니까요.. 크리스가 한번 더 재인씨에게 접근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면서 열을 내던데.. 지금 제가 바로 아래층에 살고 있잖아요. 어차피 한 달만 사는 거라 금방 나가긴 할 거지만 이 사실을 크리스가 알면 더 방방 날뛸 것 같아서 혹시 다음번에 크리스를 만나게 되면 저에 대한 말은 하지 않으셨음 해서요.."

 

 "흠.. 알겠습니다. 왠지 저 때문에 험한 소리까지 듣게 한 것 같군요."

 

 "그냥.. 크리스가 재인씨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회사에 찾아 갔을 때만 해도 저도 많이 열 받고 어이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에 비해 힘든 사랑을 하는 거잖아요 크리스도.. 가뜩이나 힘들 텐데 저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는 않네요. 솔직히 저도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고요.."

 

 "....."

 

 

 뭘 생각하는 건지 아무 말도 없이 재인이 빤히 쳐다보자 수호는 이상해하며 자기얼굴에 뭐가 묻었냐고 물었다.

 

 

 "아니요. 그냥 신기해서요. 어찌 보면 1년간 진수호씨를 속인 것도 모자라 헤어질 때도 매정했던 사람인데 이런 말들을 다른 사람도 아닌 크리스씨가 좋아한다는 제 앞에서 한다는 게 좀... 진수호씨를 착하다고 봐야할지.. 바보 같다고 봐야할지.."

 

 "윽..바보는 좀 심한거 아니에요?"

 

 "말이 그렇다고요. 아무튼 말씀대로 크리스씨에게 진수호씨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할 이야기는 다 끝난 건가요?"

 

 "네. 아..! 저기 이거.."

 

 

 네모난 반찬통을 건네자 재인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이게 뭐냐고 묻는다.

 

 

 "잡채에요. 조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었는데 많이 만들어서.. 남의 집에 오는데 빈손으로 오는 것도 그래서 좀 싸왔어요. 방금 만들어서 맛있을 테니 식사 안하셨으면 좀 드셔보세요."

 

 "...집에 초대받아서 오는 것도 아닌데 빈손으로 오면 어떻습니까?"

 

 "제가 이래봬도 시골사람이라 인심이 좋은 편이거든요? 남의 집에 예고도 없이 찾아왔는데 이런 거라도 챙겨와야죠. 아... 혹시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세요? 안 좋아하시면.."

 

 "아뇨...감사히 받겠습니다. 근데..큭!"

 

 "왜..웃으세요?"

 

 

 이 남자가 웃으면 괜히 수상쩍어 보였다.

 

 

 "아뇨.. 이런 걸 챙겨오는걸 보니 진수호씨는 바보가 맞는 것 같아서요."

 

 "뭐라고요?! 여기 이웃들이 정이 없는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 그리고 아까부터 바보라니요? 싫으면 내놓으세요."

 

 "한번 주신건데 왜 도로 내놓으라고 합니까? 이건 잘 받을게요. 그럼.."

 

 -쾅

 

 

 아무튼 정이 안가는 남자다.. 이런 사람한테 이웃의 정을 나누려했던 내가 병신이지.. 허탈해하는 수호와 다르게 문 너머의 재인은 나쁘지 않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바보랑 착한거랑은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이렇게 바보 같은 여자는 주변에서 본적이 없었다. 그때 얼핏 들은 얘기로 유추해봐도 크리스는 수호에게 증오의 대상이 될 만한 존재였었다. 그런 대상이 자길 배신하고 다른 사람과 힘든 사랑을 하는 것인데 그것을 안쓰럽게 생각할 여자가 솔직히 몇 명이나 있겠는가? 게다가 크리스는 자신의 성향까지 속이고 만난 것이었다. 그런 것을 혐오스러워 하기보다 오히려 걱정을 하다니..

 

 어처구니없는 와중에 마지막 한방은 잡채였다. 전남친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성향까지 알고 있음에도 이런 걸 챙겨올 생각을 하다니.. 신경줄이 굵은건지 아님 정말 바보인건지..

 

 

 "어.. 맛있어 보이는데?"

 

 

 집에서도 계속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 출출하던 차였다. 문 앞에서 얘기하는 도중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느껴져 허기를 더해 가는데 바보라는 말에 열 받은 수호가 얼굴을 붉힌채로 도로 가져가려들자 냉큼 문을 닫고 잡채를 챙겨왔다. 생긴 것 이상이나 맛도 휼륭했다. 간이나 당면의 탄력까지.. 한식 전문레스토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반찬거리 중 하나였지만 그곳에서 만든 것보다 왠지 맛이 더 좋다고 느껴졌다.

 

 

 "요식업 쪽에서 일하나...?"

 

 

 그 시각 수호는 집으로 내려와 짜증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tv를 보며 놀고 있던 다인이도 수호가 돌아오자 어디 갔다 왔었냐고 꼬치꼬치 캐묻는데 윗집에 잠깐 갔다 왔다 하니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윗집?! 고모 그럼 별 봤어?"

 

 "별? 내가 윗집에 간 거지 옥상에 올라간 건 아닌데.. 별은 왜?"

 

 "엄마가 그랬는데 윗층 집은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누워서 하늘도 보고, 별도 볼 수 있대!"

 

 "아.. 저기 집은 그렇게 되어있대? 고모도 안에 들어가 보지 못해서 그건 모르겠다. 다인이 누워서 별보고 싶어?"

 

 "응!응! 엄마가 엄청 멋있을 거라 그랬거든."

 

 "그래? 그럼 고모가 나중에 저기 윗집보다 더 예쁜 하늘 누워서 볼 수 있게 해줄게. 다음에 거기 같이 가자."

 

 

 그곳은 시골집이었다. 윗집의 인테리어가 얼마나 낭만적인지는 몰라도 도시의 밤하늘보다 시골의 밤하늘이 훨씬 아름답고 별도 빼곡하다. 고향의 언덕 산을 오르면 넓은 들판이 나오는데 그곳에 누워 하늘을 보았던 장면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았다. 거기가 어디냐면서 까치발을 들고 채근거리는 귀여운 조카를 보자 위층에서 짜증났던 기억은 저절로 잊히고 말았다.

 

 

 "다인아! 얼른 엘리베이터 눌러!"

 

 "눌렀어. 고모!"

 

 "가방하고 다 챙겼지? 일 끝나면 바로 데리러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오늘도 아침전쟁이 치러졌다.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는데 자신의 출근준비까지 해서 시간 맞춰 나가야하니 정신이 없었다. 워낙 층이 높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옆집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작가의 말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부디!!추천과 코멘트 부탁드려요♥♥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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