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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소녀
작가 : 레슨
작품등록일 : 201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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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이 손가락에 맹세를 걸고
작성일 : 17-12-25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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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영선배는 이상하지 만치 우리 일에 흥미를 보였다. 단조로운 일상의 도피처라고 생각하는지, 그냥 후배의 부탁으로 하게된 일 같지는 않게 느껴졌다. 솔직히 그녀가 합류한 건 우리에겐 예상 이상의 도움으로 다가왔다. 예상은 커녕 상상도 못했다.

 “그 사람이 만나주기로 했어.”

 혼자서 그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고 올 것이라고는.

 

 6월13일 화요일이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우리랑 만나주겠다고 했다고요?”

 “응.”

 우린 솔직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고 주위를 빙빙도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올바르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서, 공식적으로 나와있는 회사 번호로 전화해 봤지. 회사에 연락해서 그 사람 만나고 싶다고 하니까, 바로 비서로 넘겨주던데? 물론 아무나 그렇진 않겠지.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 줄 알더니, 학교 말하니까 태도가 달라졌어. 밑에 사원들까지 싹다 알고 있는지, 지시를 내려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서한태로 전화가 넘어가고.”

 선배는 상당히 상세하게 전화 너머로 들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아, 물론 내선 전화로 그 사람 사무실로 넘어간거야. 그런 사람 비서 정도나 되는 사람이 일개 상담원이 부른다고 바로 달려갈리가 없지.”

 “그래서, 필요없는 얘는 하지 말고. 필요한 것만. 전후 사정같은 것도 필요없고, 구체화된 상황 설명도 필요없으니까.”

 선배가 계속 이야기의 부가설명을 더하자, 현준이 옆에서 방향을 잡아준다. 말이 묘하게 짧다. 현준 성격상 괜히 존댓말을 쓴다거나, 그러는 건, 아무래도 꺼려지는 모양이다.

 그의 말에 선배는 미간을 한 번 찌푸렸다. 그런 표정을 지어도 상당히 매력있는 얼굴이다. 선배는 표정만 바꿀 뿐 다른 반응 없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비서가 정말로 그 학교에 다니는게 맞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그 학교 다니는 김 소영이라고 하면 아냐고 되물었지. 너희가 말한대로 내가 정말로 후보였다면, 비서도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비서도 이름은 모르더라. 아마 우리학교 학생한테 연락이 오면 자기한테 넘기라고만 하고, 나머지는 숨기겠지. 비서라던가, 이런 사람들한테도 그런 일을 대놓고 말할 순 없으니까. 그런데, 그 다음에 비서가 바로 그 사람 메일주소 알려주던데? 혹시라도 하고 싶은 말있으면 메일 보내라고.”

 선배는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전화에 메모된 메일주소를 보여주었다.

 뭐야, 그 정도 위치의 사람과 연락하는게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아니면, 그 사람은 후보 중에 누군가 그런 행동을 할 걸, 다 예상하고 바로 자신에게 연결시키도록 지시한건가?

 “아무래도 진심인것 같아. ‘도구’를 찾는다는 거 말야.”

 우리가 모두 메일주소에 집중해 있자, 선배가 말했다.

 “처음에 너희 말 들었을때는, 너희가 잘못 짚거나, 그 사람 뜻을 잘못 전해진 줄 알았어. 그런 사람이 성인도 아니라, 학생들한테 손을 벌릴 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우니까. 세정아, 네가 그랬지? 그 사람은 필요하면 모든 사람들을 매수할 사람이라고. 필요하면 모든걸 이용할 사람이라고.”

 세정이 선배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그럼, 여기서 세 가지 의문이 들어.”

 선배가 왼 손 검지와 중지, 약지를 세워 보인다. 우리 모두 그저 선배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다.

 “첫 째, 왜 하필 학생이지? 우리의 장래를 지원할 돈이면, 차라리 암흑가의 사람을 고용하는게, 훨씬 나아. 그쪽 사람들이 훨씬 유능하고 충성스럽고, 그가 요구하는, 국어 교사가 했던 일같은 것을 더 잘해 낼거야.”

 

 그리곤, 선배는 약지 손가락을 접었다.

 “둘째, 아무리 성공을 최우선으로 하고, 부와 명예를 원하는 사람이라도, 그 정도로 많은 살인을 필요로 할까? 진형이라는 아이는 시험 때문에, 정 지 윤이라는 아이의 부모는 자신보다 유능한 동창이었다는 이유 떄문에, 도경이라는 아이는 단순히 위장 때문에, 너무 개인적인 일로 세 명이나 죽였잖아. 아, 아니지. ‘부모’ 둘다 죽고, 아들도 죽였으니, 다 섯명이잖아.”

 선배는 다시 약지를 펼치고 다시 접었다.

 “어쩌면 이게, 첫 번째 의문에 답일 수도 있어. 그 사람은 부를 위해 살인을 하는 게 아니라, 살인이 좋아서 한 거고, 그 안에서 ‘부’라는 의미를 찾은 걸 수도 있어.”

 설마, 그저 살인을 원해서 한다고? 그런게 현실에 존재할 수 있어?

 

 선배는 중지 손가락도 접었다.

 

 “셋 째, 이건 너에게 하는 질문인데,”

 선배가 가연을 보며 물었다.

 “넌, 너말고 다른 그 사람의 ‘도구’를 만난 적있어?”

 선배의 물음에 가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한 번도 없어. 아니, 들은 적도 없어. 단지,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을 뿐이야.”

 대답하는 가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 보았다. 그토록 당혹해하는 가연은. 그녀가 돌아온 날, 현준과 승우가 우리집에 들이 닥쳤을때 보다도 훨씬 당황하는 표정이다. 소영선배는 그런 가연을 단번에 내몬 것이다.

 

 가연의 표정을 천천히 보던 선배는 마지막 검지 손가락 마저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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