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선인장
작가 : 다올영
작품등록일 : 201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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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
작성일 : 17-12-16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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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영이.. 야 내가 산다.”

 

 준수는 유한의 손에 들린 맥주까지 카운터에 가져가 계산을 한다.

 

 유한은 그런 준수를 한번 쳐다보다니 밖으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들고 테이블을 잡아 앉는다.

 

 유한은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 아영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그런 유한의 옆에 어느새 계산을 마치고 유한의 옆에 선 준수는 담뱃불을 지피고 유한을 쳐다보다 말을 건넨다.

 

 “너 왜 담배를 들고 있냐? 불 없어?”

 

 “...아니..”

 

 “근데 왜 그래?”

 

 “준수야 진짜 갑자기 그냥 문득 말이야..”

 

 “응?”

 

 “네가 이 맥주 내가 싫어한다고 했을 때 누가 내 뒤통수 망치로 세게 한 방 때린 거 같더라.”

 

 “뭔 개소리야?”

 

 “아영이 맥주 참 좋아하거든 수입 맥주는 4캔씩 사야 된다고 욕심부리면서 항상 4캔을 사.

 그러고는 3캔만 마셔.“

 

 “아영이 은근 주당이란 말이야.”

 

 “근데 있잖아... 나는 그냥 아영이가 남긴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이 맥주만 마시고 있더라고”

 

 “....그래 원래 그렇지 익숙하게 스며드는 건 정말 잊지 힘들어.”

 

 “지금도 아영이가 너무 보고 싶어. 야. 나 진짜 남자로서 별로거든?”

 

 “응 친구로서도 그렇고”

 

 “최준수 하여튼 진지하지 못해.”

 

 “이어 얘기해봐.”

 

 “나 진짜 별로야.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남들보다 내 입장이 중요해 심지어 식욕도 강해서 항상 내가 먼저, 많이 먹어야 하고 너희가 물론 더 잘 알겠지만”

 

 “아냐 돼지 새끼.”

 

 “그런데 아영이한테는 안 그랬어. 난 그런 내 모습이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야. 아영이가 잘 한 거야. 아영이는 날 그렇게 변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아영이는 정말 좋은 얘야. 부러울 정도였으니까.”

 

 “그런 아영이도 이 맥주처럼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 너무 당연해진 거야 처음 이유를 까먹은 거지 미련하게..”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어. 그래서 난 널 응원해주고 싶어.”

 

 “최준수. 고맙다. 나 결정했어.”

 

 “뭐를?”

 

 유한은 맥주 캔을 따 벌컥 벌컥 마신다.

 그걸 본 준수도 맥주 캔을 따 벌컥 벌컥 마신 후 유한을 쳐다본다.

 

 “준수야. 왠지 이번 이별은 느낌이 달라.”

 

 “그래서 뭘 결심했는데?”

 

 찬 바람이 부는 그날 밤 아영과 유한은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랑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우리 모두 그런 것처럼 그들 또한 그랬다.

 

 

 5

 

 

 “아영이를 잡아야지.”

 

 “병신 그 당연한 걸 참 늦게도 깨닫는다.”

 

 “그래 나 병신이다!”

 

 온도가 적당한 밤 공기가 유한과 준수의 목을 더 타게 하는 듯이 손이 쥐고 있는 맥주를 연속으로 들이 마시는 그 들이다.

 

 유한의 넓은 어깨가 움츠려 있다,

 

 “신유한 나는 네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조금 더 매정하게 말하는 거야.”

 

 “알아. 내가 왜 몰라.. 어떻게 모르냐?”

 

 “친구니까 알겠지만 내가 아니니까 다는 모를 거다.”

 

 띠리딩딩띠리딩딩딩

 

 준수의 전화기가 울리자 유한은 한 쪽 입술을 올려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올려 준수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손짓한다.

 

 “여보세요?”

 

 -오빠 어디야?

 

 “집 앞”

 

 -진짜 매정해. 요즘 왜 이렇게 바빠?

 

 “바쁘니까 친구들이랑 할 얘기가 좀 많아.”

 

 -매정해 정말 내일은 내가 오빠 회사 앞으로 갈게

 

 “아니 시간이 안돼 미안해 당분간 못 만나.”

 

 -너무 보고 싶은데 어떡하라고!!

 

 “참아. 오빠도 일이 있잖아.”

 

 -너무해 정말

 

 “기다려 나도 많이 보고 싶어. 어! 전화 들어온다. 오빠 끈을 게!”

 

 -오빠 오빠!!!

 

 뚝 -

 

 준수가 다급히 통화 종료 키를 누르고 제법 많이 남아 있는 맥주를 한 입에 털어 넣는다.

 

 “뭐가 그렇게 급해? 그리고 네가 바쁘다고?”

 

 “어 바쁘다 많이.”

 

 “너 내가 바쁘다고 아영이한테 소홀하게 대할 때 그렇게 욕하더니 네 여자한테는 왜 이렇게 매정한데?”

 

 “그러게 사랑이 없으면 이렇게 쉬워.”

 

 “그러니까 병신 같다고”

 

 “그러니까 넌 병신 되지 말라고”

 

 “한 캔 더 콜?”

 

 “한 캔 받고 한 캔 더 콜?”

 

 “개 콜”

 

 유한과 준수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허탈한 미소를 띤다.

 

 준수의 연애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준수는 왜, 언제부터 이런 연애를 반복한 것일까?

 하나 확실한 건 준수는 유한에게 자신처럼 되지 말기를 반복하여 말하고 있고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는 바쁘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통보같아서 마음이 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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