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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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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23. 교수 성추행 사건(2)
작성일 : 17-12-11     조회 : 324     추천 : 0     분량 : 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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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연이 경찰서를 발칵 뒤집었다는 소문은 이미 퍼다하게 퍼진 뒤였다. 벌써부터 득달같이 달려드는 형사들을 떼어내느라, 상혁은 생고생을 하고 있었다. 무슨 형사가 그러냐, 미친거 아니냐,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들이 하나같이 싸납기 그지 없었다. 짙은 한숨을 내쉰 상혁이 뜨거워진 이마를 짚었다. 얼마나 사고를 쳤다고 난리야, 이때까지만해도 상혁은 형사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며칠간 좀 잠잠하다했더니, 유연이 또 다시 사고를 친듯했다. 불같은 성격 좀 고치라니까, 한숨과 함께 경찰서장의 사무실로 향한 상혁이 난장판 된 사무실을 보고는 입을 떡하니 벌렸다.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잘게 부숴진 문이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그리곤, 머지않아 깨달았다. 형사들이 난리를 칠만 하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안에 있는거 훤히 아는데 문을 안열어주잖아요."

 

 유연은 말을 하는 내내, 상혁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울컥, 화가 치솟아서 한 행동이긴 했지만, 굳이 따지고 보자면 제가 잘못한 것이 맞았다. 아무리 그래도, 문까지 부수는건, 도를 지나친 행동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연은 자신의 행동에 후회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놀란 듯, 어버버거리는 경찰서장의 얼굴을 보자, 속이 시원했던 탓이었다. 그 이후 유연은 경찰서장을 협박해, 교수 성추행 사건을 제 팀으로 가져왔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해결된 탓에 상혁 역시도 별 말이 없었다. 화끈한 성격이 나쁜 점도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점도 있던 탓이었다.

 

  "괜찮아요, 문이야 뭐, 배상해주면 되니까요."

 

 상혁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럴때까지도 다정하게 구는건지, 그 탓에 유연은 괜히 멋쩍어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심하는게 좋아요. 이번 일이야 서장도 잘못한게 있어서 넘어갔지만, 다음엔 징계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유연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뭐라고 말해야하는건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은 탓이었다. 제 행동에 후회를 하지 않으니 미안하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또 앞으로 이런 짓 안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유연이 한참을 고민 하고 있는 사이, 상혁은 앉아있던 의자를 바짝 앞으로 당겼다. 그 덕에 둘 사이의 거리는 몹시도 가까워졌다.

 

 상혁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유연을 빤히 응시했다. 다정하면서도, 진득한 시선이었다.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유연이 괜히 제 턱을 긁었다. 두근두근 떨려오는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 그 시선을 참다 못한 유연은 결국 상혁의 시선을 피하는 것을 택했다.

 

 일부러 제 시선을 피하고 있다는 것 쯤은, 상혁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던 사실이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시야로 들어오자, 장난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올랐다. 흐음, 작게 신음소리를 낸 상혁이 제 얼굴을 불쑥 유연에게로 들이댔다.

 

  "왜, 나 안봐요?"

  "예?"

 

 화들짝 놀란 유연이 어깨를 움츠렸다. 놀란 듯, 바짝 굳은 몸이 뒤로 훅 물러났다. 유연은 당황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혁의 행동에 심장이 터질 듯했기 때문이었다. 도르륵, 굴러가는 시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얼빠진 표정을 짓던 유연이 상혁을 향해 버럭 소리를 쳤다. 얼굴은 이미, 화르륵 달아오른 뒤였다.

 

  "뭐, 뭘 안봐요."

  "지금도 안보잖아요."

 

 씩, 웃어보인 상혁이 능글 맞은 목소리로 유연을 툭툭 건드렸다. 눈에 띄게 당황한 얼굴을 보자, 가슴 한켠이 간질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하, 기가찬 숨을 터트린 유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곤, 상혁을 향해 괜히 삿대질을 했다. 민망할때마다 하는 유연만의 특유한 행동이었다.

 

  "무, 무슨! 아니거든요!"

 

 여전히, 유연의 시선은 상혁의 얼굴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었다. 상혁은 그런 유연이 귀여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꽉 안아주고 싶을 만큼 말이다.

 

  "그, 문은 제가 배상할테니까, 먼저 선수치지마요!"

 

 호기롭게 외친 유연이 휙 뒤를 돌더니, 사무실을 벗어났다. 불이 나케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상혁은 참아왔던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귀여워서 미치겠다니까. 어느새, 상혁의 얼굴도 붉게 달아오른 뒤였다.

 

 

 

 *

 

 교수 성추행 사건은 유연이 맡기로 했지만, 피해자가 거부한 탓에 도무지 사건의 진전이 보이질 않았다. 선희가 조사를 거부한 탓이었다. 선희는 경찰이건, 형사건 다 필요없다며 말문을 닫고, 마음을 닫았다. 그런 선희를 유연은 어떻게든 설득해보려했지만, 워낙 완강하게 나오는 탓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기껏, 뺏어온 사건이건만, 별 소용이 없는 듯했다.

 

  "박교수요? 그 교수한테 안당한 여학생 없을걸요? 손 잡고, 머리 만지는건 일상이라니까요? 다들 학점때문에 말도 못하고, 아무튼, 진짜 더러운 교수에요, 그 인간."

 

 그래서, 유연은 선희의 학교를 찾았다. 어떻게든, 박교수에 대한 증거를 얻기 위함이었다. 기나긴 설득끝에 몇명의 여대생에게서 박교수에 대한 실체를 듣긴 했지만, 슬프게도 그게 다였다. 신고를 하는게 어떻겠냐는 유연의 말에 모두들 뒷꽁무늬를 빼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는 신고를 한 김선희가 엄청나게 용기있는 거라며, 피해자인 칭찬하는 학생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박교수의 얘기를 꺼리기 바빴다. 얘기를 꺼내기만해도,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학생까지 있었다. 한참 끝에서야, 학교를 벗어난 유연이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답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애꿏은 속만 끓이고 있는 상태였다.

 

  "피해자가 신고를 안한다면, 답이 없는데."

 

 허탈하고 허무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피해자가 신고를 하기 싫다고 한다면, 박교수를 잡아넣을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경찰청장이 사건을 쉽게 넘겨주는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경찰서장은 이렇게 될 줄 알고, 성범죄 수사팀에게 사건을 넘겨준 듯했다. 나쁜 자식, 유연은 잔뜩 이를 갈았다. 기분은 이미 바닥을 친 뒤였다.

 

  "저, 형사님이라고 하셨죠?"

 

 유연이 애꿏은 머리만 쥐어뜯는 사이, 불쑥 다가온 한 여학생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양갈래 머리를 한 귀여운 인상의 여학생이었다.

 

 자신을 박혜림이라고 소개한 여학생은 유연에게 뜻밖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박교수에 대한 소문들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혜림에 말에 따르면, 성추행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학점을 못받은 여학생들이 지어낸 얘기라고 했다.

 

  "박교수님이 학점을 좀 짜게 주시거든요, 그래서, 여학생들이 질투나서 그런 소문을 퍼트린 것 같아요."

 

 박교수에 대한 얘기를 듣던 유연이 금세 얼굴을 굳혔다. 혜림이 건넨 말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은 탓이었다. 그렇다면, 뭐하러 선희가 경찰에 신고를 했겠는가? 유연은 혜림의 얼굴을 살폈다. 혜림은 여전히 웃는 기색이었다.

 

  "소문이요?"

  "네, 박교수님이 성추행을 한다는 소문이요. 솔직히 이상하잖아요, 성추행을 당했다면 이미 신고했어야하는거 아닌가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긴 했지만, 혜림의 말은 틀릴 게 없었다. 유연도 역시도, 어떻게든 신고를 피하려는 여학생들을 보고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수치심과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연 역시도, 어린시절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무서워서 몇년간 신고를 하지 못했던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 석연찮은 구석들이 많았다. 박교수에 대한 얘기를 꺼낼때마다, 파리하게 질린 얼굴들 하며, 절대 이야기 하기 싫다고 내빼는거 하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혜림은 유연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는 듯, 몹시 간절한 눈빛이었다.

 

  "사실이에요?"

  "네, 사실이에요. 저도 이 학교 학생인걸요."

 

 빙긋 웃어보인 혜림이 제 말에 대한 신빙성을 높였다. 잠시 망설이던 유연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유연은 차에 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경찰서로 향했다. 뿌연 연기가 일어난 운동장 뒤로, 희미하게 웃고 있는 혜림의 모습이 보였다.

 

 

 *

 

 시아는 책상을 정리하던 중, 얼마 전 이상한 남자가 주고 간 누런 종이 봉투를 발견했다. 버린 줄 알았는데,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는 잊어버리고 있던 듯했다. 종이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시아가 잠시 멈칫하더니, 봉투를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깨끗하고, 한번도 안쓴 봉투이기에 버리기가 아까운 탓이었다.

 

  "아, 늦겠다."

 

 시간을 확인한 시아가 허겁지겁 사무실을 나섰다. 오늘은 서준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였기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만했다. 쾅, 세게 닫히는 문뒤로, 바람이 훅, 끼치자,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봉투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어둠으로 물든 사무실엔 불길한 예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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