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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보다 달콤한
작가 : 초린이
작품등록일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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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alone(2)
작성일 : 18-11-02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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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그 시각, bloody ellipse 본부.

 

 진탁과 선우는 각자 오늘 다녀와야 하는 임무의 승인을 받기 위해 연호의 집무실을 찾아들었다.

 

 

 “아, 진탁 형. 선우. 들어와요.”

 

 때마침 수많은 결재 서류들을 검토 중이었던 연호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도 바쁘네. 민환이는?” 진탁이 물었다.

 

 연호가 일이 바쁠 때면 항상 그의 집무실에서 함께 일을 거들어주는데, 그가 없음에 의문이 들었다.

 

 그는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기지개를 피며, 두 사람을 향해 자리로 앉으라며 손짓했다.

 

 

 “민환이는 결혼식장 건으로 바빠서요. 오늘은 혼자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앉으세요. 둘 다 임무 승인 받으러 온 거죠?” 연호가 진탁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는 티 테이블로 향해서 로빈에게 받은 원두를 덜어 갈기 시작했다. 곧 방 안 가득 고소한 향이 퍼졌다.

 

 

 “그래. 나랑 선우, 둘 다 당일 임무야.” 진탁은 선우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원래 말수가 적은 선우는 조용히 연호가 앉을 방향으로 그에게 승인 받을 서류를 펼치고 있었다.

 

 서류에는 임무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장소, 타깃, 예상 소요 시간과 경로, 사용할 무기들의 목록과 경비 등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커피 한 잔씩 마셔요. 로빈 형이 이번 출장에서 사온 거예요.”

 

 연호는 진탁과 선우에게 머그잔을 내밀었다.

 

 에스프레소보다는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두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준 것이었다.

 

 진탁은 한 모금 마시며 그를 향해 서류를 내밀었다.

 

 

 “·· 나는 일본으로 조직 말살 임무. 선우는 러시아로 저격수 일.”

 

 진탁이 평소보다 낮은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연호는 각각의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

 

 .

 

 두 사람의 앞에 있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미지근하게 식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둘은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익숙한 듯, 느긋한 태도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중국으로 간 은국과 이탈리아로 간 우목은 ‘비폭력적인’일이기 때문에 연호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진탁과 선우는 ‘총기가 필수’인 일이기 때문에 그의 허락이 필요했다.

 

 

 연호는 진탁에게 그의 서류를 다시 내밀었다.

 

 그는 어쩐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진탁을 향해 말했다.

 

 “형은 말살 임무인데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그리고 이 일대는 이 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이 거느리고 있어서 미리 연락을 하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건은 정보부에 들려보세요.”

 “흠··. 그래. 그리고 나도 혼자서는 애매할 것 같아서 고민 중이었어. 로이드를 같이 데리고 다녀올까 했는데, 어때?”

 

 진탁이 그를 떠올리며 물었다. 연호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드는 전투 경험이 많은 편이 아니니까요, 형이 당분간 임무 다니실 때 같이 데리고 가시는 게 좋겠네요. 그럼 도장 찍어드릴게요.”

 

 연호는 이내 정사각형 모양의 도장을 들고 와 진탁의 서류에 장마다 찍어주었다.

 

 그리고 선우의 서류를 들어보였다.

 

 

 “선우는 조심해야해. 네 타깃은 지금 재계에서 주요 인물이라, 경호가 엄할 거야. 혼자서 수행 할 수 있겠어?”

 “··· 상관없어.”

 

 선우는 연호의 시선을 피하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는 더 할 말 없냐는 듯 이내 연호를 힐끗 바라봤다.

 

 

 “그래. 그럼 잘 다녀와. 선우는 이번 임무 성공하면 등급 조정 얘기해보자. 그리고 두 사람 다 전용기 띄워서 가는 거죠?”

 

 연호는 그런 선우의 시선이 익숙한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도장을 들었다.

 

 연호의 말에 선우는 조금 놀란 듯 커진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이내 쑥스러운 듯 귀가 붉게 달아오르며, 그는 다시 연호의 시선을 피했다.

 

 

 A급 전투 일원은 선우는 저격 실력이 뛰어나서, 관련 임무에만 S급 일을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저격 외에도 더 보수가 높은 일들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조금 기뻤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아. 나는 직접하고, 너는 조종사 구했어? 지금 남는 손이 있으려나.”

 “네. 항상 부탁드리는 분이요. 그럼 저는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선우는 진탁의 물음에 재빨리 대답하며, 연호가 도장을 다 찍은 서류를 들고 일어났다.

 

 리고서 두 사람을 향해 목례를 한 후, 누가 쫓아올 새라 연호의 집무실을 나섰다.

 

 

 “·· 뭐가 그렇게 급한지.”

 “제가 나중에 얘기해 볼게요. 형도 곧 출발 하실 거죠?”

 “응. 로이드만 데리고. 아참, 다휘는 어떻게 되고 있어?”

 

 소파에서 일어나려던 진탁이 멈칫하고 연호를 향해 물었다.

 

 연호는 잠시 잊고 있었던지, 책상 위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왔다.

 

 

 “아까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사진은 받았어요. 어·· 몇 장 더 왔네요.”

 

 그리고 다휘를 감시 및 경호중인 수행원들과의 채팅방에 올라온 사진을 터치했다.

 

 

 “어·· 다휘네. 누군가랑 같이 있네?”

 “··· 누구지?”

 

 연호는 천천히 미간을 찌푸렸다.

 

 장례식장의 입구에 서 있는 다휘는 양복을 입은 누군가를 반겼다. 그는 자연스레 다휘의 어깨를 감싸면서 함께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휘원이가 말하던 소속사 모델 아냐?”

 “어··· 아니에요. 그 모델은 좀 체격이 이것보다 작고 운전도 직접 안 한다고 들었는데. 이 사진 보면 운전석에서 내리잖아요, 이 사람.”

 “아, 그래··. 음···.”

 

 진탁은 연호의 자세한 설명에 생각보다 다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휘원이 그만큼 이들에게 다휘의 얘기를 많이 했지만, 그 누구도 지금의 연호만큼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소속사 대표인가··?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대표랑은 특별한 사이는 아니라고 그랬는데···.” 연호가 이어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 연호를 보며 진탁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여튼 그럼 나도 출발한다. 저녁에 보자.”

 “아. 네, 형.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래.”

 

 

 진탁은 연호의 집무실을 나오며 하던 생각의 연장을 해나갔다.

 

 ‘다휘가 많이 안쓰러운 상황이긴 한데, 경호를 붙이면서까지 신경 쓸 정도인가? 휘원이 따로 당부라도 했던 건가?’

 

 ‘우리들의 가족이었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했겠지. 휘원이 다휘 얘기를 할 때 유독 집중하는 자세이긴 했어. 휘원이를 아끼니까 그런 줄 알았는데···. 설마 다휘를 좋아하고 있는 거였나?’

 

 자신의 생각에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일반인을 좋아한다니. 위험한 일이야. 연호 스스로도 알고 있을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약점이 있다는 것.

 

 진탁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함과 동시에 잠금 화면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턱시도를 입은 그와 아리따운 여자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이었다.

 

 

 비록 자신의 명성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떨어져서 지낸지 조금 시간은 지났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그는 자신의 사랑하는 부인을 떠올리며, 동시에 휘원의 결혼식을 연관 짓게 되었다.

 

 

 그 참사에서 살아남은 다휘는 보살핌이 필요할 것이다.

 

 어제 하루 이야기를 나눴던 다휘는 굉장히 심성이 여리고 조심스러운 아이였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먼저 연락을 해오겠지 싶은 진탁은 정보부로 향했다.

 

 

 * * *

 

 

 차에서 내린 우진은 차키를 자켓 주머니 속으로 넣으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다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다휘!”

 “아, 대표님··.”

 

 다휘의 물기어린 시선과 마주친 그는 마음 한 쪽이 아려왔다. 가족 전부를 한 번에 잃은 신세의 다휘가 안쓰러웠다.

 

 그는 다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커다란 손으로 그녀를 천천히 토닥였다.

 

 두 사람은 장례식장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

 

 

 장례식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나무 뒤쪽에는 연호의 수행원들이 숨어 있었다.

 

 한 명은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리볼버를 손에 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치더니 리볼버를 자켓 속으로 넣으며, 장례식장 주위를 배회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굉장히 특이한 모습의 남자가 서있었다.

 

 백색 수트와 검은 넥타이를 입은 그는 넥타이를 조금 풀어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위험한 표정이었다.

 

 이마 뒤로 깔끔히 넘긴 금발과 빛나는 풀빛 눈동자가 인상적인 그는 가만히 장례식장을 바라보더니, 이내 뒤를 돌며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나야. 생존자는 없다더니, 있잖아? 보고 왜 안했어?”

 

 굉장히 날이 선 그의 목소리와 대조되게 표정은 아무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의 사죄를 들으며, 그는 이어서 말했다.

 

 

 “1주일 안으로 데려와. 상처라도 나면 네 가족이 한 명씩 죽어나갈 거다.”

 

 그는 일방적인 말을 던지고서 통화를 끊었다.

 

 이후로 몇 분 동안 장례식장을 바라보더니, 곧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오랫동안 서있었던 건지 흙이 조금 파여 있었다.

작가의 말
 

 독자 여러분,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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