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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보다 달콤한
작가 : 초린이
작품등록일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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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날씨는 흐림(3)
작성일 : 18-12-09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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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의 문을 쾅 닫으며 도담이 들어왔다.

 

 커다란 소리에 이미 식탁에 앉아있던 연호와 민환이 화들짝 놀라며 도담을 바라봤다.

 

 

 “담, 담이 형··?”

 “형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두 사람의 물음에도 도담은 대답하지 않고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도담은 마치 사막에서 며칠 간 물을 먹지 못한 사람처럼 물을 마셔댔다.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연호와 민환이 시선이 공중에서 맞았다.

 

 ‘뭘까요··?’

 ‘글쎄···. 누가 화나게 했나?’

 

 연호와 민환이 각자의 메시지와 의문이 담긴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는 걸 정면으로 본 도담이 눈을 감으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 현다휘는 점심은 안 먹을 거다. 내가 오후에 따로 가져다주도록 하지.”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한 도담이 말했다.

 

 

 그의 말에 연호가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다휘랑 같이 있다가 온 거야?” 연호가 물었다.

 

 그의 물음과 동시에 주방장에게서 음식을 받은 도담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피곤한 지 아까부터 자더라.” 도담이 그렇게 말하고서 포크를 들었다. 그의 메뉴는 닭 가슴살 샐러드였다. 최근 체력 훈련을 감행하고 있어서, 그의 식단은 계속 닭 가슴살로 고정인 듯했다.

 

 그리고 때마침 식당의 문이 한 번 더 열리며, 기준과 호수가 선우를 중간에 두고 들어오고 있었다.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광경에 연호와 민환, 그리고 도담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대체 저건 무슨 조합이야?’

 

 그러나 기준과 호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밝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야? 그 안 어울리는 조합은?” 도담이 호수와 기준을 향해 물었다.

 

 “제발 절 좀 내버려 두십시오. 귀찮게 하지 마세요.” 선우가 짜증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의 양 팔에 매달린 두 사람의 손을 뿌리치며, 식당으로 가장 먼저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들어선 두 사람은 재잘거리며 묘하게 텐션이 높은 상태였다.

 

 

 “역시 본부엔 예쁜 여자들이 많아서 좋다니까.”

 “그러니까요. 저희의 성질 더러운 상사 두 분 덕분에 이게 뭐냐고요.”

 

 두 사람의 수다와 함께 식당의 가라앉은 분위기가 한 순간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장 상석에 앉은 연호를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민환, 우목, 진탁과 다휘의 순서로 자리가 배치된 상태이고, 오른쪽으로는 도담과 선우, 은국과 은호의 순서로 자리를 앉고 있다.

 

 

 식당에 들어선 두 사람은 주인이 있는 자리에는 앉지 않는 게 이 곳의 법칙인 걸 알기에, 기준은 은호의 자리의 옆에, 호수는 다휘의 자리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기준은 출장을 간 사람들 이외의 자리가 비어있는 걸 보고, 도담을 향해 물었다.

 

 

 “빈자리는 뭐야?”

 “은국은 긴급 임무, 다휘는 불참이다.”

 “다휘···는 왜?”

 

 기준의 물음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아참. 어제 선배, 다휘 누나에게 차였죠? 그런데도 그녀의 생각을 하고 있다니. 불쌍한 처지네요.” 호수가 말했다. 그는 비웃음이 잔뜩 섞여 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그건 아니지! 너 진짜 죽는다!”

 “이런 간단한 도발에 넘어오다니. 단순하다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농담에 넘어가서 함께 떠들 인물은 없었다.

 

 

 보통이라면 이 인원들 사이에서는 연호와 도담, 민환이 껴들어서 한 마디라도 던지는 게 일상이다.

 

 그러나 대화의 주제가 ‘다휘’인 이상, 연호와 도담이 최근 보이고 있는 미묘한 태도 덕분에 민환도 말을 꺼낼 입지는 없었다.

 

 원래 말수가 적은 선우도 있으니, 더욱 분위기는 둘만 떠들고 있는 느낌이 가득했다.

 

 

 ‘나·· 약간 불청객인가?’

 

 그리고 기준의 머릿속에 불안한 생각이 스쳐갈 때 쯤,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서 누군가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끼익··

 

 “어, 다, 다휘야?”

 “현다휘··? 분명 자고 있었던 게···.”

 

 연호와 도담의 말을 인사로 받으며, 다휘가 식탁의 모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향해 앉으며, 옆에 앉은 호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좋은 점심이네요?”

 “어··· 어어. 네. 누나는 오늘 점심때 못 올 거라고 그러던데··.”

 

 다휘의 인사에 호수가 기계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도담을 힐끗 바라봤다.

 

 

 도담은 자신의 눈썹을 치켜뜨며, 다휘를 바라봤다.

 

 

 “내가 깨웠나?” 도담이 물었다.

 

 그러자 다휘가 자신의 앞에 있는 물 잔을 들고 조금 마시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밖에서 천둥치는 소리에 깼어요.”

 “그래··. 그리고 계속 기침하던데. 의료부에 당장 출근해 줄 사람에게 말해둘 테니까, 진료는 받아.”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건조해서 그런 거예요··.”

 

 다휘의 변명에 이은 거절이라고 생각한 도담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노려봤다. 그럼에도 다휘는 의견을 굳힐 생각이 없어보였다.

 

 

 “정말 괜찮아요. 저 감기는 잘 안 걸려요.” 다휘가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코가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돌려 재채기를 했다.

 

 

 다휘의 재채기의 몇몇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여러 사람의 시선이 익숙하지 않은 다휘의 양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연호는 들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 다휘야. 나도 네가 어제 저녁에 계속 기침하는 거 느꼈는데. 급한 일 없으면 주말은 쉬었으면 좋겠어.”

 

 그런 연호의 시선 말고도, 도담과 민환에 이어, 기준과 호수까지.

 

 다휘는 모두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아내고 있었다.

 

 

 “누나 감기 걸리면 우리한테 다 옮고, 훈련이 끝난 저와 기준 선배가 암살부로 돌아가면, 거기서 또 퍼트리고, 거기서 걸린 사람들이 출장을 다니면 세계 각지에 퍼트리게 되고, 그럼 결국 누나의 감기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게 되는 거라고요.” 호수가 말했다.

 

 “아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건데요···.” 다휘가 자신의 머리를 짚으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요. 진료도 받고, 이번 주말에 아무 것도 안 할게요.”

 

 

 그녀가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어 항복의 의지를 보였다. 그제야 만족한 연호와 도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기준은 다휘를 차마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서 식탁 밑으로 핸드폰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

 

 ‘감기 걸렸을 때 좋은 음식’

 ‘기침 많이 할 때’

 ‘기침과 재채기를 동반한 감기’

 ‘감기약 추천’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기준의 손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그럴 거라고는 꿈에도 모르는 다휘는 코를 조금 훌쩍이며, 어쩐지 주위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 * *

 

 

 식사를 마친 다휘는 도담의 감시 하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오늘 그녀는 자신의 작업실 근처에는 접근 금지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방에 온도 올릴 테니까, 오늘은 방 안에만 있어.”

 “네···. 무슨 외출 금지 명령을 받은 기분인데요.”

 “네가 감기에 걸리는 것 보다는 나아.”

 

 도담은 그녀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불 속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어 은호가 아닌 다른 의료부 소속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나야. ·· 지금 현다휘가 상태가 좀 안 좋은데, 간부 숙소 507호로 좀 와. 가벼운 감기로 예상 중이다. ··· 그래.”

 

 짧은 통화 뒤로 그는 전화를 끊었고, 서둘러 주방으로 향했다.

 

 온갖 따뜻한 음식을 공수해 올 생각이었다.

 

 .

 

 .

 

 그러나 그런 도담보다 발이 빠른 사람은 두 명 더 있었다.

 

 도담이 주방의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섰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는 익숙한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어, 어어·· 담이 형?”

 “형··?”

 

 그 주인공은 연호와 기준이었다.

 

 

 * * *

 

 

 “흠·· 열은 아직 고온은 아닙니다. 목은 조금 부었긴 했지만, 오늘내일 푹 쉬시면 금방 괜찮아질 겁니다. 점심은 드셨지요?”

 “아, 네, 네. 먹었어요.”

 “예. 약을 처방해 올 테니까, 약을 먹는 기간 동안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 위주로 드시고, 술은 절대 금지입니다.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도록 해 주세요.”

 

 하얀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남자가 청진기를 가방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휘의 침대 옆에 주르륵 서 있는 세 남자 -홍도담, 차연호, 그리고 백기준- 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다휘의 방을 빠져나갔고, 질세라 도담은 3단 카트에 빼곡하게 채워 온 음식들을 다휘에게 내보였다.

 

 

 “뭐 좀 먹을 생각 없나?” 도담이 말했다.

 

 빈 공간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접시들에 다휘는 정신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전혀 괜찮아요. 그런데 어떻게 연호 오빠랑 기···준 씨 까지··.”

 

 다휘는 음식들 보다는 두 사람에게 더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에 연호가 다휘의 침대 곁으로 가서 무릎을 꿇어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환히 웃었다.

 

 “당연히 다휘가 걱정되니까 왔지.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잖아?” 연호가 말했다. “다휘가 약 먹고 잠드는 것만 보고 갈게.”

 

 그의 말에 도담이 연호의 머리를 짓누르면서 그의 고개를 뒤로 젖혔다.

 

 

 “어이. 지금 출장 간 여은국의 몫까지, 총 5명.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을 텐데?” 도담이 이를 악문 채 말했다.

 

 “아, 하하···. 검토하고 도장만 찍으면 되는-”

 “-아니. 넌 바로 나와. 가서 일 해.”

 

 “아, 왜에!! 나도 다휘 옆에 있을 거야! 다휘야! 나 한 개도 안 바빠!”

 “닥치고 나와! 넌 서류 다 할 때까지 이 방 근처로 못 와!”

 

 결국 연호는 도담의 손에 이끌려서, 다휘의 방을 벗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자의든 타의든 우연이든 인연이든, 다휘는 결국 기준과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작가의 말
 

 항상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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