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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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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이상 키스라니
작성일 : 18-12-05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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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님, 먼저 집에 가 계세요. 전 402호 올라가서 아줌마 좀 만나고 갈게요.”

 

 “그래요. 좀 있다 봅시다.”

 

 효성이 책이 잔뜩 든 가방을 번쩍 들고 원룸을 나갔다.

 

 다나는 랜드로버의 낮은 엔진 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402호는 현관문이 약간 열려있었고 안에서 지난번보다 더 짙은 향내가 흠씬 풍겼다.

 

 웅얼웅얼, 기도문 읊는 소리도 음산하게 흘러나왔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가 나왔다.

 

 “방 뺐어요.”

 

 “그랬어? 잠깐 들어와요.”

 

 방 뺐다는 말에 주인아주머니가 반색을 하며 손짓을 했다.

 

 다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주인아주머니 말고도 중년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있었다.

 

 무슨 독경회 같은 걸 하고 있었나 보다.

 

 주인아주머니가 다나를 식탁으로 안내했다.

 

 “수고했어요. 좀 앉아. 차 마실래?”

 

 “아뇨. 제가 급하게 가볼 데가 있어서요. 계약금은...”

 

 “맞다. 지금 이체해 줄게.”

 

 아주머니는 방에 들어가 통장과 계약서, OTP를 꺼내오더니 모바일 뱅킹으로 계약금을 이체해줬다.

 

 “보냈다. 확인해 봐.”

 

 아주머니가 계약서를 반으로 찢으며 말했다. 다나는 은행 앱에 접속해 입금내역을 확인해봤다.

 

 “백만 원 더 들어왔는데요.”

 

 “이사비랑, 복비 하라고 보낸 거야.”

 

 “아, 네.”

 

 “살 집은 구했고?”

 

 “네에.”

 

 “못 구했으면 나한테 연락해. 고시원 비용이라도 더 보낼 테니까.”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배려라 감사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주인아주머니가 저지른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고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겠지만, 지금 상황에 옳고 그름을 따질 심적 여유가 없으니 참는 것뿐이었다.

 

 “안녕히 계세요.”

 

 “신령님 말에 잘 따라줘서 고마워. 복 받을 거야.”

 

 그 신령님이 주는 복 아줌마나 많이 받으슈.

 

 다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의원님, 저 공돈 생겼어요.”

 

 “공돈이요?”

 

 “네, 아줌마가 이사비하라고 백만원 주셨어요. 오늘 이사 도와주셨으니 짜장면 쏠게요.”

 

 다나가 효성의 집 현관에 들어서며 말했다.

 

 “겨우 짜장면? 오늘 같은 날 짜장면으로는 부족하죠.”

 

 “그럼 양장피? 탕수육? 먹고 싶은 거 있음 말만 하세요.”

 

 “고생했는데 내가 사줄게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갑시다.”

 

 “맛있는 거요?”

 

 “그래요. 다나씨 좋아하는 거 먹어요.”

 

 “그럼... 태국 요리 먹을까요?”

 

 “좋죠. 어디 아는데 있습니까?”

 

 “아, 합정역 근처에 진짜 태국사람이 하는 식당 있었는데 얼마 전에 문을 닫아서...”

 

 “그럼 내가 아는 데로 갈까요? 강남역 근처에 태국사람이 하는 곳 있는데.”

 

 “좋아요.”

 

 태국 음식점은 신논현역 뒤편에 있는 시장 골목에 있다고 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차가 하나도 안 막혀 광흥창에서 강남까지 넘어오는데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 와가요?”

 

 “배고파요? 저 골목만 지나면 됩니다.”

 

 골목을 막 도는데 모퉁이에 메밀국수 전문점이 보였다. 그걸 본 다나는 돌연 시원한 메밀국수가 먹고 싶어졌다.

 

 “의원님.”

 

 “왜요.”

 

 “저 메뉴 바꿔도 될까요?”

 

 “그럼요.”

 

 “그럼 메밀국수 먹어요. 저거 보니까 먹고 싶어서요.”

 

 다나는 30년 전통이라는 메밀국수집 간판을 가리켰다.

 

 “그래요. 그럼 저기 갑시다.”

 

 다나는 마 메밀에 새우튀김을 추가했고, 효성은 따뜻한 버섯 메밀을 주문했다.

 

 메밀 삶은 물을 홀짝홀짝 마시며 기다리다가 드디어 메밀국수가 나와서 한 젓가락 크게 입으로 가져가는데, 식당 문이 열리며 고상한 분위기의 노부부가 들어왔다.

 

 하얗게 센 머리에 온화한 인상, 우리가 흔히 행복한 노년을 상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였다.

 

 나도 누군가와 저렇게 함께 늙어갈 수 있을까.

 

 다나가 부러워하는 눈길로 그들을 보는데 그들의 뒤를 따라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단정한 옷차림, 보통 키의 남자는... 세욱이였다.

 

 세욱은 다나와 효성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세욱은 테이블 앞에 엉거주춤 선 채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세욱아, 어서 앉지, 뭐하고 있어?”

 

 그의 어머니가 어서 앉으라고 권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만남에 효성과 다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의원님, 어떡하죠?”

 

 다나는 입안에 있던 메밀국수를 씹지도 않고 삼키고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은 모른 척합시다.”

 

 애당초 정했던 대로 태국 음식점에 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왜 갑자기 변덕을 부려서 스스로 무덤을 파냐.

 

 다나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미끌거리는 마 메밀을 억지로 삼켰다.

 

 “나가죠.”

 

 보다 못한 효성이 말했다. 결국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다른 거 먹으러 갈까요?”

 

 “아뇨.”

 

 다나가 힘없이 고개를 젓자 효성이 입을 일자로 다문 채 차에 올랐다.

 

 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공포가 엄습했다.

 

 “의원님, 이 비서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어떡하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모른 척 넘어가 줄까요?”

 

 “그러지도 않을 거구요.”

 

 “그럼요?”

 

 “소문은 내지 않겠지만, 다나씨한테는 개인적으로 물어볼 겁니다.”

 

 “어떡하죠? 내일 출근해서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천천히 생각해봅시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체하겠다.”

 

 효성이 차가워진 다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어찌 보면 다나의 변덕 때문에 일이 꼬인 건데, 싫은 티를 조금도 내지 않고 위로해주는 그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기왕 나온 김에 점집이나 다시 가봅시다.”

 

 다나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어쩌면 점집이 있을지도 몰라.

 

 

 

 약간의 기대를 하고 갔지만 역시나 그들을 맞아주는 건 소담한 빵집이었다.

 

 오늘은 슈크림만 종류별로 사서 돌아오는데 뒤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다나는 뒤를 돌아봤다. 오래된 빵집 간판이 깜박거릴 뿐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걱정 말아요. 어떻게든 될 겁니다.”

 

 효성이 다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다나는 그의 널찍한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그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다.

 

 효성만을 위한 특제 향수는 엄마의 사랑이 들어가서 그런지 사람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효능이 있는 것 같았다.

 

 

 

 저녁 7시 29분, 효성과 다나는 거실에 앉아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제 십 초만 있으면 아침의 키스가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0, 9, 8, 7, 6...”

 

 5 이하는 셀 필요도 없었다.

 

 눈앞이 반짝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게 또다시 ‘변신’의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전 실험은 실패네요.”

 

 “서로 몸이 바뀐 다음에 키스할 때만 효과가 있나보군요.”

 

 “그럼 우리가 만약에 야근을 하게 되면 일곱 시 반 정각에 만나 키스...를 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그렇죠. 옷을 갈아입거나 번거로운 일이 없으려면 7시 29분부터 1분 이상 키스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29분부터 1분 이상 키스라니, 그 말을 들은 순간 역시나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남녀의 키스와는 다른 종류라는 걸 실감했다.

 

 그래, 키스한다고 막 설레면 안 되는 거야.

 

 근데 그게 내 뜻대로 딱 잘라지지가 않는단 말이지.

 

  마치 몸과 마음이 슬라임처럼 한 데 뒤엉켜 구분할 수 없게 된 것 같이...

 

 “저, 피곤해서 일찍 좀 잘게요.”

 

 다나가 선수를 치기 위해 효성에게 다가가 쪽,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다시 제 몸으로 돌아왔다.

 

 아, 이런 방법이 있었어. 앞으로도 이렇게 가볍게만 해야겠다. 닿는 듯 마는 듯. 0.1초만.

 

 “다나씨.”

 

 효성이 다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도 약간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다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기색을 감추지도 않은 채 그를 보았다.

 

 “잘 자요.”

 

 뭔가 얘기하려던 효성은 다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잘 자라는 인사만 했다.

 

 방에 들어와 침대 위에 누웠지만 당연히 잠은 오지 않았다.

 

 빵집에서 사 온 슈크림을 잔뜩 먹어서 그런지 배도 고프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다나는 지난 일주일을 돌아봤다.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지금은 사라져버린 기이한 점집에 가서 소원을 빌고, 효성과 계단에서 부딪히는 바람에 너무나 이상한 형태로 소원이 이뤄지고... 29년을 살면서 가장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났던 한 주였다.

 

 게다가 이상한 일만으로도 모자라 집주인한테 내쫓기질 않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 쇼크가 일어나지 않나, 서울의 많고 많은 식당 중에서 하필이면 그 메밀국숫집에 들어가 세욱과 마주치지 않나...

 

 맞다. 그러고 보니 내일 세욱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상의도 안 하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네. 어떡하지? 다시 나가야 하나? 뜬금없이 까칠하게 굴어서 좀 민망하긴 한데.

 

 “다나씨, 자요?”

 

 그때 밖에서 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뇨.”

 

 “들어가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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