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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맞아?
작가 : 체리쉬
작품등록일 : 201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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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작성일 : 18-12-26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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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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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 궁금했는데, 너 왜 이리로 이사했어?”

 “왜??”

 “우리 동네로 온다고 했었잖아. 이 동네 별로라 하지 않았어?”

 “내가 그랬나? 여긴 연예인 많이 사는 거로 유명해서 그랬던 거지”

 “그렇긴 해. 유미도 여기 사니까. 어떻게 유미랑 같은 아파트에 자리가 나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하는 대화에 별 뜻 없이 던지는 JUN의 말들에 시우의 얼굴엔 여러 감정이 스쳐 사라진다. JUN이 묻는 말에 달라지고, 자신이 답을 하며 또 달라진다.

 어떻게 ‘딱’ 그렇게 빈 집이 생겨 이리로 들어왔을까. 어떻게 그때 ‘딱’ 마음이 변해 이 동네를 알아보고 있었을까. 굳이 답을 알고 싶어 물었던 게 아닌지라 JUN은 대답 없는 시우를 보고 그저 넘기지만, 시우는 그 질문을 다시 자신에게 물어본다. ‘왜?’

 

 “가자”

 

 땡! 1층에 열리는 문. 누굴 만나든 상관없다만, 되도록 누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둘은 문을 보는데, JUN의 눈에 아는 얼굴이 보인다. 시우는 어제도 만났던 사람. 유현이다.

 

 “어? 너 고유미 동생?!”

 “...아..네. 안녕하세요..”

 

 시우와 다르게 단번에 알아본다. SNS 친구에다 워낙 SNS를 중독처럼 하는 둘이다 보니 만난 건 몇 번 안 돼도, 서로 얼굴이 익숙하다. 거기다 사적으론 안 친해도 SNS상에선 댓글도 주고받던지라 유현도 시우보다 훨씬 편한 사람이긴 하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날에 만났더라면. 오늘은…. 편하게 대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닌 게 문제지.

 어제 집 앞에서 시우와 함께 말을 나눴던 시간은 아직도 떨리는데. 하루도 안 지나 또 만나다니.

 

 “어디가? 유미 집에?”

 “네. 누나 집에 당분간 지내기로 해서요.”

 “너희 누나는 왜 내 연락을 받지를 않아?”

 “..아 그게..”

 “아니다. 우리 지금 밥 먹으러 가는데, 밥이나 같이 먹으러 가자”

 

 맙소사. 빠져나가야 한다. 무슨 핑계를 대지? JUN의 말에 당황해 머리를 굴리는 유현이나, 돌아가지를 않는다. 다…. 옆에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는 시우에 기가 죽어서다. 유현은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왜? 우리가 또 언제 이렇게 만나! 너 괜찮지?”

 “응”

 

 이러다간 꼼짝없이 갈 거 같은데. 아 약! 내 손에 약이 있지.

 

 “제가 지금 몸이..”

 “약 먹으려면 같이 가서 밥부터 먹자. 빈속에 약 먹는 거 아니야”

 “뭐? 약? 너 어디 아파?”

 

 몸이 아파서 집에 빨리 올라가서 약 먹어야 해요. 라고 말하려고 했다. 눈치를 챈 건지 아니면 그냥 약봉지를 보고 단순히 친구 동생을 걱정해 해주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우의 말에 JUN까지 약봉지를 보고 ‘따라와’ 하니 거부할 수도 없고. 모양새가 형들에게 잡혀가는 힘 없는 동생…. 그 꼴이다.

 

 

 .

 .

 

 

 이 자리에 불편한 사람은 단 한 명. 시우의 말대로 식당은 아파트에서 5분 거리에 있었다. 가깝고 사람도 한 명 없는 그런 곳. 겨우 5분 정도 걸어왔을 뿐인데, 그 높고 비싸 보이던 동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골목 안이다. 이런 식당을 시우가 또 어떻게 알고 있나 싶을 정도.

 처음엔 따라서 오면서도 오전임에도 어두운 골목에 손님 하나 없는 식당에 JUN도 유현도 맛있을까 했으나, 들어 온 그런 걱정은 다 사라졌다. 냄새부터 끝인 식당이다. 의심이 풀린 JUN은 금세 밝아져 시우와 수다를 떤다.

 

 “숨은 식당이네. 아는 사람만 오겠다. 유현이 너는 이런 곳 있는 줄 알았어?”

 “저도 잘.. 누나 볼 때만 서울 와서”

 

 JUN이 눈으로 식당을 살펴보며 장난식으로 물어도 긴장을 풀 수 없다. 고유미 때문에 개고생이다. 이건. 말 한마디 잘못하면 끝장이니….

 

 “맞다. 너 아직 부산에 있어? SNS 보면 너 매번 다른 데 있는 사진이잖아”

 “취업 준비생 입장으로 여행이나 다니고 하는 거죠, 뭐..”

 “해장국 3개 나왔어. 오늘은 잘생긴 청년 둘이나 더 데리고 왔네?”

 “네. 너무 오랜만이죠. 촬영한다고 바빠서”

 “그려. 자주 좀 와! 둘이 자주 올 때 예뻐 가지고, 참 좋더만!”

 

 평소 시우보다 더 능글맞고 다정한 모습이다. 방금까지 JUN과 유현의 대화를 진지한 얼굴로 듣고만 있던 모습과는 생판 다른 얼굴로 웃음까지 띠며. 그에 아주머니도 해장국을 놓으며, 시우에 반가운 얼굴을 한다. 연예인을 보는 게 아닌 동네 청년에게 친근히 말을 걸듯. 다만 여기에 ‘둘’이라는 단어가 모두의 귀에 박힌다.

 

 “네. 작품 하나 끝내서 자주 올게요.”

 “좋지! 그리고 얼른 TV에도 나오고! 내가 우리 아줌마들한테 소문 쫙 내서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데”

 “제가 빨리 TV에 나와야겠네요. 다들 기다리시지 않게 할게요.”

 “그려. 많이 먹고. 밥 모지라면 말혀.”

 “네”

 

 충분히 넘치도록 고봉밥인 것을. 아주머니의 푸짐한 정에 셋은 웃으며 답을 하고 수저를 든다. 이 가격에 이 양이? 할 만큼 앞에 1인분이라 놓인 국물의 양도 족히 2인분은 되어 보인다. 똑같은 세 명의 해장국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시우가 들어 온 순간 알아본 아주머니의 배려가 담긴 시우 해장국의 매콤함 정도?

 특히 숙취에 시달리던 JUN은 여전히 안 좋은 속을 달래려 급하게 해장국을 먹고, 감탄이다.

 

 “좋다. 역시 숙취엔 해장국이야.”

 “천천히 먹어라. 해장국 먹다 숙취 다시 올라올라”

 “설마, 근데 너 여기 누구랑 왔었어? 이렇게 좋은 데가 있으면 나랑 먼저 왔어야지! 누구랑 왔어??”

 

 대놓고 묻는 JUN이나, 해장국에 얼굴 묻고 한마디 없이 먹는 유현이나 궁금한 답이다. 여자일까 하는 궁금증.

 

 “유미랑. 저번에 이사하고 같이 먹으러 왔었어.”

 “아 유미? 싱겁다. 그럼 담에 셋이서 같이 오자. 속이 확 풀리네. 여기”

 “그래”

 

 또 기대한 답이 아니다. JUN에겐. 열애설 한 번 안 나고, 누구 한 명 제대로 못 사귀는 시우의 연애사가 JUN의 최대 관심사인데…. 번번이 실패한다.

 

 “맞다. 유미도 지금 여행간 거야?”

 

 아주 훅- 들어온다. ‘유미’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제발 아무 질문도 하지 마라…. 속으로 외치며 해장국만 먹고 있었는데, 실망한 채 눈길을 돌리던 JUN이 홱 유현을 보며 묻는다.

 여기 따라올 때부터 이 질문은 99.9999% 나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또 들으니 거짓말 못 하는 유현은 심장이 뛴다. 틀리면 안 된다. 어제 시우에 했던 말과 똑같이….

 

 “부..부산 집에 잠깐 내려갔어요.. 내..이..”

 

 아니지. 어제도 내일이라 했던 거 같은데. 그럼 오늘이 아닌가…! 유현은 자신을 보는 시선을 겨우 피하며 JUN만 보고 말한다.

 

 “..원..원래는..! 오늘 오려고 했는데.. 하루만 더 있다가 오겠다고..하하.. 내..내일 온 다네요.”

 

 이러면 또 하루는 벌겠지 뭐. 재주 없는 유현의 티 나는 거짓말은 단순한 궁금증이던 JUN에겐 통했으나, 시우엔 통하지 않는다. 그에겐 단순한 궁금증만이 아니니까. 이제는.

 어제 유현이 말했던 내일, 오늘. 시우는 저녁에 다시 가 볼 작정이었다. 지금 상태에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알려면 만나 물어볼 방법밖에는 없으니까. 그런데 또 이렇게 내일이 되었다. 유현이 답에 의해. 그것도 대놓고 티 나는 말에 의해.

 

 “그럼 연락이라도 받지... 이정도면 일부러 안 받는 거야. 너 전화는 받지?”

 “제 전화도 안 받아요.. 오랜만에 부산 가서.. 핸드폰 안 보고.. 살겠죠..”

 “핸드폰 잊어버리거나 한 거 아냐?”

 “..그..그건 아닐걸요?”

 

 핸드폰이 지금 유미의 손에 있기는 하니까. 다만, 오는 전화는 안 받고 문자는 가려 받는 중이라 문제지만.

 시우의 마지막 질문까지 별 탈 없이 넘기고 유현은 한시름 놓는다. 더는 별 질문 없이 둘 다 해장국을 먹으니. 둘을 따라 다시 먹는다. 그리고 먹느라 유현이 고개를 숙이니, 시우가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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