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게발 선인장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14
  첫회보기
 
뿌린 데로 거두리
작성일 : 18-12-24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186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 씹할 새끼가 들키면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잖아요. 그래 놓고 지금 무슨 헛소리야?”

 

 “뭐! 나이도 어린 놈의 새끼가 어디다가!”

 

 “뭐! 이 새끼가!”

 

 “야! 앉아!”

 

 임운영의 손에 있던 소주병이 박한철의 머리로 향할 때 이완호가 ‘설마’하며 고함만 내질렀다. 그러나 병은 이미 박한철의 머리에 닿을 무렵이었고 박한철도 병을 잡느라 눈 앞에 온 병은 보지 못했다. 병에서 나는 소리인지 사람 머리에서 나는 소리인지, 어디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퍼 퍽!’ 소리가 동시에 났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완호의 말리던 고함 소리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우당탕! 퍽퍽! 쨍그랑! 악! 엄마야! 잠시 뒤 엄마야 소리도 들리지 않고 와장창 소리가 엄청 세게 홀을 가득 덮어 버렸다. 채 1분 정도. 박한철과 임운영은 눈을 꼭 감고, 상대를 쳐다 보지도 않고, 술병이라는 무기를 꽉 쥔 채 비겁한 격투기를 벌였다. 이런 격투기에 괜스레 심판을 맡았다가는 이들과 똑 같은 최후를 맞이한다는 걸 알고 있던 심판도 관중들도 모두 관중석 밖으로 나가버렸다. 홀은 적막뿐이었다.

 

 그들의 불타는 싸움은 엄청 빨리 경기가 끝나버려, 천만다행이 경찰도 구급대원도 다치지 않았다. 이들은 널브러진 쓰레기 쓸리듯이 쓸려 가버렸다. 그러나 연기와 냄새는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홀은 검고 매캐한 연기와 냄새 대신 붉고 비릿한 구린내만 남아 있었다. 임운영과 박한철이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느라 똥을 쌌는지, 상대에게 겁을 내 쌌는지는 본인들만 알겠지만, 구린내의 발효지는 그들의 똥구멍이 분명했다.

 

 그 시각에 격투기를 선동한 김성태가 합의를 못해주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수리는 유치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경호가 사진을 주워 들고 경찰 옆으로 갔다.

 

 “이거 잘 조사하면 경사님을 총경으로 바로 진급 할 겁니다.”

 

 “자식이 쓸데없는 소리하고 있어. 이게 뭔데?”

 

 한참 동안 사진을 보던 경사 눈이 점점 커지면서 탄복을 하고 있었다.

 

 “야! 이거 진짜 잘 찍었다. 완전 예술작품인데.”

 

 옆에 있던 다른 경찰이 의자를 당겨 옆으로 와서 같이 탄복을 하고 있었다.

 

 “우와! 증거물로 쓰기에는 아깝다. 이거 뭐야? 예술 맞는데. 이야! 이거 누가 찍었어?”

 

 경호가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았다. 경찰뿐만 아니었다. 사진 주위를 둘러싼다고 다른 자리들이 텅텅 비어 버렸다. 그때 순희와 지수도 경찰서로 뛰어 들어와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뒤에서 뒤꿈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경호가 옆으로 왔다.

 

 “형수님! 죄송! 벌써 넘겼습니다.”

 

 순희가 숨이 넘어갈 정도로 다급하게 말을 하며 복사해온 사진을 경호 손에 쥐어줬다.

 

 “안돼! 저 사진 빨리 받아. 저게 얼마 자리인 줄은 알아? 복사한 거 그거 주고 빨리 받아.”

 

 그때 누군가가 경호를 보고 물었다.

 

 “저 사진 총각이 찍었어? 팔면 안돼?”

 

 경호가 눈살을 찡그리고 뒷걸음만 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순희가 크게 말했다.

 

 “아뇨! 작가님은 여기 안 가시고 사진 관리는 제가 하고 있어요. 증거품이라 조사가 끝나면 그때 얘기해요. 경찰 님! 여기 사진 많아요. 자! 보세요.”

 

 경찰이 순희가 준 사진을 보고 있을 때 순희 손이 번개였다. 원본을 잽싸게 낚아챘다. 그걸 본 지수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언니! 그러지 말고 그 거 팔아 오빠를 보석으로 풀어주면 안될까?”

 

 순희 손가락이 ‘쉬!’ 입술로 가 있었다. 뒤에서 그렇게 하라는 말이 동시에 뒤에서 쏟아졌다. 이 소란이 김성태 귀에까지 갔다. 자기가 던져버린 사진의 가치가 이 정도란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주머니에 넣고 벌써 도망쳤을 것이다. 쩔뚝거리며 인파 속으로 헤집고 가는 사이 순희는 가격까지 부르고 있었다. 천원에서 시작한 가격이 벌써 억을 넘고 있었다.

 

 신이 난 순희가 경매 붙이듯이 사진을 쳐들어 올려 흔들고 있었다. 그걸 본 지수의 표정은 말이 필요 없는 가관이었다. 지수 눈에 들어 온 사람들의 시선은 사진도 보고 있었지만, 팔을 치켜 올리면서 덩달아 올라간 윗도리 속의 배꼽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신이 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가까이 오라고 해서 인물도 상세히 보여주기까지 했다. 초상권 침해를 떠올린 지수가 말리려고 했지만 순희는 이미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이성을 잃은 사람은 또 있었다. 김성태가 절뚝거리며 쫓아와 사진을 낚아채 찍어, 바닥에 던져버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년이 여기가 무슨 애들 노는 놀이터인 줄 알아. 여긴 경찰서야! 정신 차려! 이 씹할 년아!”

 

 김성태의 거친 숨소리밖에 없었다. 모든 시선도 김성태에게만 향해 있었다. 정수리를 폭력범으로 감방에 집어 넣으려 왔다가 증거훼손, 제물손괴에 인격모독 죄까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단지 우발적이었다.

 

 “경찰 아저씨! 들었죠. 저! 인격모독으로 고발합니다. 이 자리에서 바로요.”

 

 벌떡 일어선 김성태의 목발이 바닥을 짚지 않고 천장에서 순희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순희 앞까지 왔던 목발이 하필이면 죄 없는 경찰 등을 떨어지고 말았다. 공무집행 방해와 폭행이 추가되고 말았다. 김성태에게 오늘은 육십 평생 살면서 가장 운이 나쁜 날 같았다. 증거와 증인이 많은 현행범을 굳이 옆에 앉혀놓고 조사할 필요가 없던 경찰이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김성태를 데리고 유치장으로 갔다. 경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살인방조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를 바꾼 수리가 경찰 옆에 앉았다.

 

 “형님! 우리 조용한 데 가서 얘기 좀 합니다.”

 

 “뭐! 카페 갈까?”

 

 “예!”

 

 귀를 붙잡힌 수리가 질질 걸려 취조실로 갔다.

 

 “형님! 제가 치매 증상이 있어서 그러는 데 녹음 좀 합시다.”

 

 “아이고! 이놈의 새끼야! 그냥 얘기 해. 괜히 했다가 일만 커져. 지우지도 못하고.”

 

 “그럼! 잠깐 경호.. 아닌 순희씨 좀 불러 주세요.”

 

 잠시 뒤 순희가 들어오면서 지수도 같이 들어왔다.

 

 “어! 지수야! 집에 가면 내 일기장하고 그 놈들 사진 다 가져오너라. 나도 그런 사진은 집에 있는 게 더러워 싫다.”

 

 그런데 순희 표정이 썩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지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왜?”

 

 수리가 물었다. 순희와 눈을 마주친 경호가 말했다.

 

 “형님! 일 크게 벌리지 말죠. 만약에 이 일이 입에 오르내리면 형수님도 직장에서 버티기 힘들 테고, 형님이 그랬다는 건 바로 알 것이고, 우리 회사도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있던 거래처도 날아 갈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지금 애들이 깡패에서 멀어지려고 시험 공부하고 있는데 만약에 역풍을 맞아 일거리 날아가 버리면, 형님도 우리도 다시 시내로 복귀해야 합니다. 저도 거긴 이제 싫고. 더 이상 터트리지 말죠”

 

 경사가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대충 감은 잡은 것 같았다.

 

 “아직은 내가 들은 건 없으니까 수리 네가 판단해라. 내가 충고할 건 벌써 시끄러워졌다는 거다. 아마 지금쯤 너희 업계나 아가씨 회사에 누구 입을 통해서라도 소문이 나 있을 거다. 일이 커지고 난 뒤에 후회하지 말고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여기서 다 얘기하고 넘겨라. 조사과정에 찔끔찔끔 나오면 너도 공범된다. 벌써 이 사진만 해도 그래. 벌써 신고했었어야지.”

 

 수리가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마음의 준비를 할 때, 취조실이 여성용 화장실인 줄 착각할 정도도 순희와 지수 입에서, 변비에 걸린 사람들이 내는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머리도 산발로 풀어헤친 체 쥐어뜯으며 이마를 책상에 꽝꽝 박고 있었다. 어찌 이리 기이한 짓을? 세 사람이 처녀귀신이 갑자기 책상머리에 나타난 것처럼 신기해하며 보고 있었다. 수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 우리 순희 단발머리 아니었어? 허! 그 신기하네. 언제부터 긴 머리 소녀! 아니! 노처녀였어?”

 

 바드득 이가는 소리 뒤에 낮게 깔린 최 저음의 섬뜩한 소리를 퍼지게 했다.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다. 조용히 해라. 어~~~~ 씨~~~”

 

 지수는 책상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해 손가방에 손을 뒤척거려 이면지를 끄집어 내 경찰 앞에 내려 놓았다.

 

 “경찰 아저씨! 저도 모르겠어요. 읽어보세요.”

 

 수리 눈이 바쁘게 돌아갔다. 두 여자가 저러는 이유가 뭔지도 궁금하고 저 이면지는 또 뭔가도 궁금해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고 있었다. 그때 순희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나 어떡해? 공장장님과 송차장님에게 벌써 사진 보내버렸는데.”

 

 수리 얼굴이 시베리아 벌판에서 눈바람을 맞은 것 같이 보였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똑 같이 느끼고 있다. 그러나 수리는, 아마, 여기가 취조실만 아니면 혼전 임신을 시켰을 것이다. 속이 후련했다. 마누라 하나 기똥차게 골랐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빵’ 터트려주길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멀리서 찾지 않았다. 일기장을 봐 주는 누구든. 어머니든, 순희든, 경호든, 지수든. 단지 뒷감당에 대한 묘안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 주저하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시원하게 터트리면 될 것을. 그러나 표정 관리는 해야 했다. 지수를 쳐다봤지만 지수는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이면지를 가리키기만 했다. 꼼꼼히 읽어보던 경사가 말했다.

 

 “이거 뭐야? 범죄 영화를 너무 많이 본 사람이 소설 한편을 썼구먼.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에 있어. 아가씨! 이거 책으로 내면 베스트셀러 1위 감이다.”

 

 “저! 아가씨 아니거든. 애 열 달린 아줌마입니다 요.”

 

 ‘야! 거짓말도! 둘이라 하면 아줌마라고 인정해주지만 열이란 말을 누가 믿어 주겠어. 아줌마 아닌 척 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구나. 의도가 뭐야?’ 입술이 슬그머니 돌아가는 순희 생각이었다.

 

 “수리야”

 

 “예!”

 

 “사진 더 있냐? 흠집 안 나게 내가 조심해서 볼 테니까 있는 대로 다 줘라. 안 주면 압수하는 거 알지? 하루 이틀 조사해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 봐요. 제가 총경으로 진급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네가 제보한 사실 아무도 모르게 할 테니까 빨리 가져 오너라.”

 

 “뭐! 이 사람들은 사람 아닌가요?”

 

 “공범들이잖아.”

 

 지수는 이런 말을 들어도 눈도 깜빡 하지 않을 집안의 여식이라 그렇다손 쳤지만 순희도 빠르게 적응해 지수와 같았다. 그런데 수리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도유화의 환경 탓이라 보고 있었다.

 

 베스트셀러 1위 감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수사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는 임운영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날 밤 임운영과 박한철이 술병을 무기로 싸우다가 파편을 맞은 이완호는 한 쪽 눈이 실명이 되었고 박한철은 비명을 지르다가 혀 일부가 베어 나갔고 임운영은 자기가 쥔 병에 양 손목이 베어 쓸 수 없다는 말을 순희가 듣고 수리에게 전했다. 김성태는 나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킬레스건이 붙지 않아 절름발이가 되었고 이 네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 최동호도, 도둑질에 관련된 회사 대표들도 모조리 붙잡혀가 감방에 갔다고 했다. 작물아비 임운영이 없었다면 조사에 애를 먹을뻔했다고 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38 섹스는 사랑을 위한 불가피성(완결) 12/30 268 0
37 마음 놓고 사랑 나눌 기회 주는 공간 12/29 262 0
36 광속의 세월 12/27 252 0
35 기세 등등 안순희 12/26 302 0
34 고부간 은밀한 나눠먹기 합의 12/26 262 0
33 청첩장을 700장이나! 12/25 301 0
32 뿌린 데로 거두리 12/24 266 0
31 말의 차이 12/23 258 0
30 예비 고부간의 끝없는 욕심과 눈치 싸움 (2) 12/23 283 0
29 족보에도 못 올린 순희 12/23 283 0
28 제 발등 찍는 터줏대감 12/22 268 0
27 터줏대감의 치졸한 발악 12/22 253 0
26 통념상 연애 실패는 여자 손해 12/22 270 0
25 농락당한 우리 순희 12/22 246 0
24 덫에 딱 걸린 우리 순희 12/22 263 0
23 내 주제를 알자 12/21 253 0
22 뭐야? 이 기분! 사랑? 12/19 255 0
21 흔들리는 순희 12/19 287 0
20 자책을 유도한 까칠한 순희 12/19 263 0
19 순희 성깔 12/14 277 0
18 ‘을’ 용도보다 데이트 용도였으면 12/14 268 0
17 밥그릇 싸움 12/14 267 0
16 경로우대는 아무나 받나? 12/14 276 0
15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12/14 278 0
14 요란한 방문 12/14 278 0
13 순희와 수리의 이심전심 12/14 272 0
12 최후의 만찬 12/14 264 0
11 난처한 우리 순희 12/14 265 0
10 좋을 때만 입 조심하는 인간 12/14 258 0
9 변하지 않는 천성 12/14 254 1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