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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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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교육의 병폐
작성일 : 18-12-20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3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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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우는 언제부터인지 부두를 오가면서 약간의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혼자 일을 하기 때문에 간혹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뇌까리며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을 비웃었다.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은 벌써 방우 마음 속에서 정리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사자는 불쾌하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려야 될 사람으로 선정됐다는 말이었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계기는 격의 없이 터놓은 말이 오히려 철없는 이미지로 상대가 받아들였고 만약에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강력히 어필하려고 상대와 똑같이 정색을 하고 대하면 바로 나쁜 놈이란 이미지로 순식간에 추락하는 경험에서 기인됐다.

 

 오늘은 그런 이미지를 주지 않기로 작정을 했다. 확실히 매듭을 지으려고 했다. 몇 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경비실에서 마주치면 이 사람 얘기를 대부분 들어줬다. 그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예의를 차렸다. 경비실을 무슨 노인정으로 여긴 어른의 무용담을 다 들어주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같은 입장이 될 거라는 연민이 물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짧은 만남의 횟수가 잦아들면서 이 사람은 방우를 직속부하로 착각했다. 방우 가슴에 파헤쳐버리고 싶은 쇠뭉치 한 개가 매달아버렸다. 그렇게 많은 대화는 없었지만 이 사람이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방우 마음을 훤히 꿰뚫어보는 것처럼 조언이 아닌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 사람이 방우와 어떤 끈을 맺으려고 한다는 게 감지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두 경비 아저씨가 화려했던 과거를 바탕으로 또 얘기를 꺼냈다.

 

 “내하고 같이 하자니까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

 

 가슴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타버린 뒤였다. 맞대응을 해 봤자 돌아오는 건 또 버릇없는 놈이란 이미지밖에 없다는 걸 숱하게 경험을 했다.

 

 “아예! 제가 좀 바빠서 어르신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분명히 씁쓸한 미소를 건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종이컵에 손을 대고 있었다.

 

 “어! 아저씨! 고맙지만 제가 바빠서 바로 가야 합니다”

 

 “왜? 커피 한잔하고 얘기 좀 하지”

 

 “아뇨!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출입증을 얼른 반납하고 경비실 안 한쪽 귀퉁이로 팔을 길게 뻗어 책꽂이처럼 된 납골당 같은 판자 위에 있는 주민등록증을 집어 들었다. 오늘도 가장 어려운 감정 조절의 고비를 넘기고 있는 중이었다. 방우가 항상 가슴에 담고 조심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말이었다. 말을 생각과 환경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배움을 강조했고 사람을 만나도 격에 맞는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항상 입보다 귀를 먼저 열어야 한다며 강조하셨다.

 

 지금 말하는 경비도 어른이다. 그런데 귀를 닫고 싶었다. 어른이 되도 도덕시간에 잠만 잔 것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의 무용담이나 들어주는 소모품으로 귀를 쓰기가 아까워서였다.

 

 최근 들어 이런 사람들을 접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이 사람들의 판단에 가슴이 자주 흥분하는 걸 느끼고 있었다. 절대 원하지 않았던 삶에 빨려 들어가는 현상에 자괴감도 급속도로 몰려 오고 있는 걸 느끼고 있다. 이 사람들을 보면서 요즘 대기업에서는 인성교육을 참 잘 시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 주입적 교육이었고 그 주입된 교육의 전파를 회사에서는 명령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말을 정말 청산유수처럼 배운 대로 하지만 이들은 실천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교육에서 배려를 빼먹었거나 배려를 교육했으나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어 배려 자체를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들은 주입된 교육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자기 사고방식에도 적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파하는 과정에 허둥댄다는 추축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 참! 잘 생각해봐! 그 책상 하나만 더 두면 되는 데 뭘 그렇게 망설여”

 

 그때 문득 방금 전에 주민등록증이 올려져 있던 납골당 같은 판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내 사무실이 납골당인 줄 아냐’

 

 사무실로 돌아가면서 가슴이 막막함을 느끼며 손가락을 쳐다보고 세고 있다.

 

 “하나 둘 셋… 남의 얘기가 아니네. 그래도…”

 

 방우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기업 출신, 연봉, 퇴직금, 연금. 한숨만 내쉬며 사무실로 향해 페달을 밟았다. 안타깝기도 했다. 이 사람들 말에 반박을 하고 화를 내면 이 사람도 분명히 맞대응을 할 것이고 그러면 각자의 판단으로 상호를 평가해 소문을 낼 것이다. 방우는 방우 한 사람에 그치지만 이 사람은 이미 이전 회사의 이름을 발설했기 때문에 그 회사와 현재 이 사람의 직업인 경비에게까지 마이너스 효과를 분명히 가져온다.

 

 이 부분은 분명히 이전 회시와 지금 회사의 책임이며 그 이전에 그 부모의 책임이다. 동시에 모두 매장될 짓을 우리는 많이 범하며 산다.

 

 외근 준비를 하던 지현이가 다른 날과 다르게 자기 이름이 찍힌 다이어리와 볼펜을 종이 가방에 가득히 넣는 걸 본 시원이가 벌써 눈치를 채고 물었다.

 

 “방우한테 가?”

 

 군에 있는 아들 면회 갈 때가 문득 떠올랐다. 시원이가 빙긋이 웃는다.

 

 “예! 참! 언니 다이어리 남는 거 있으면 주세요”

 

 “걔는 뭐하길래 볼펜과 공책이 그렇게 많이 필요해. 너! 갈 때마다 고객에게 주는 것보다 걔한테 주는 거 더 많은 거 알지. 나 오늘 만날 고객도 없는데 따라 갈까?”

 

 웃으며 뭐 하는지는 말을 하지 않고 용도만 얘기했다.

 

 “성격이 급하고 덜렁거려서 노트가 많이 필요해요. 학교 다닐 때 공책보다 지우개를 더 많이 들고 다닐 정도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죠. 그런데 언니! 빈 손으로 가면 굉장히 싫어하는데 뭐 가져갈래요. 문전박대 당한 적 없죠. 오늘 빈 손으로 가면 문전박대가 당한 기분이 어떤지 절실히 느낄 텐데 한번 느껴 불래요?”

 

 까르르 소리까지 내며 시원을 쳐다봤다.

 

 “애는 나를 뭐로 보고. 호호! 당연히 들고 가야지. 뭐가 좋을까?”

 

 “두루마리 휴지가 떨어질 때가 된 것 같은데. 언니! 사 갈래요?”

 

 시원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너 아주 이상하다”

 

 “상상은 언니 자유! 얼른 가요”

 

 지현이가 먼저 출발을 하고 뒤를 따라가던 시원이 기분이 좀 묘했다. 뒤따라 집에까지 따라가고 지금은 사무실로 또 따라 가고 있다. 헛웃음이 나왔다. 지현이 따라서 방우 사무실로 들어간 시원이 입에서 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웃음의 질은 정반대일 수 밖에 없었다. 깜짝 놀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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