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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심장은 그 언니 소유물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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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2-20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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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한 건 그 얼굴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데 얼마 전에도 바로 옆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 신기했다. 눈을 감고 그 얼굴을 끄집어 내봤지만 전혀 머리 속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릴 때 그때처럼,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호랑이같이 무서워졌다가, 친 오빠처럼 따뜻해졌다가 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또 미워진다.

 

 그 오빠는 어릴 때 단 한 사람만 좋아했다. 등신처럼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그 언니 주위를 기웃거리기만 했다. 그때 그 언니가 꼴도 보기 싫었다. 은희 오빠를 좋아해서 보기보다 은희 오빠지만 친 오빠 같아서 사랑 받고 싶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오빠가 대학에 가면 그 언니와 사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때 오빠에게 거짓말을 했다. 엮어지지도 않은 그 사이에 엮어질 기회를 차단시켜 버렸다. 그때 그 판단과 말을 할까 망설이다가 툭 튀어나온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죄지은 마음으로 후회하고 있다. 신랑의 학력 위조와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추악한 인간이라고 자신을 증오했고 학생들 앞에서는 수학이라는 과목만 가르쳤지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해, 꿈에 대해, 자신이 살아온 인생 경험들을 토대로 한 마디도 할 수 가 없었다. 자신은 단지 수학을 가르치는 기계에 불과한 삶을 살아왔다. 그 일로 오빠의 인생을 바꿀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살면서 저지른 실수 중에 단 한번의 실수가 있다면 그 실수다. 이불을 푹 뒤집어 썼다. 은희 오빠는 그 때 일을 절대로 잊지 않았고 그 일로 이번 일에도 절대로 나서지 않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오빠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자신은 앞으로도 절대 용서 받지 못할 거라는 죄책감에 빠져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은희에게도 마찬가지다. 은희에게 지금 자신은 너무나 뻔뻔스러운 사람이다. 그 짓을 해놓고도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해숙과 임정훈의 가정에 있었던 일로 그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지만 다른 이들에겐 그들은 무지한 졸부의 욕심이 빚어낸 하나의 가십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해숙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절대 아닌, 그녀는 어릴 때 영재였다. 차라리 인식하지 못하고 모르면 편했겠지만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는 지성인이기에 더 괴롭고, 자신을 원망하고, 증오하고, 우울하고, 비판하고, 세상 멀리 숨고 싶은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고동우와 김성은의 삶도 그렇게 평판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귀에 들어왔다.

 

 떠도는 소문의 중심에는 항상 무임승차가 따라 다녔다. 고동우는 그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사기들이 드러나 형량이 추가돼 아직도 철창 속에 있고 김성은은 그 일로 인해 원래부터, 책임도 못 질 일에 나서길 좋아하고, 거들먹거리기 좋아하고, 책임지고 나설 일에는 다른 사람을 부추겨 나서게 하고, 훗날에 그 공은 자기의 공으로 치켜세우고 싶어하는 그런 놈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그의 주변 사람에게 회피 대상이 돼 있었다.

 

 자기는 그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면 할수록 그를 옹호하던 사람들조차도 그 곁을 떠나고 있었다. 같은 놈으로 취급 받기 싫다는 그들의 마음을 회피로 대신했다.

 

 그들은 그들의 계략이 들통이나 당연히 응징을 받아야 했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그 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겼다. 임정훈은 둘째치고 그의 아내인 해숙은 어찌됐던 이들 패거리의 후배며 동생이었고 지금도 동생이다. 그런데 이들은 너무 매몰차게 이 애, 해숙을 도와주지 않았다.

 

 “자기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영철이가 저녁을 먹고 있는데 밥상 앞에 앉은 은희가 그 일이 있은 후에 한가지 개운찮은 의문에 대해 묻는다.

 

 “뭔데?”

 

 해숙이 일과 관련해서 사실상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오빠가 예전과 달리 너무 완강하게 거절을 해버리니까 오히려 궁금증이 생겨났다.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에서 단지 전화 한 통화로 이런 사람이 있으니 한번 도와주면 어떻겠냐며 의향 정도는 물어 볼 수 있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식으로 말도 못 꺼내게 거절을 해버리면 어쩌다가 해숙이 신랑과 맞닥뜨리기도 한다면 괜히 서로 어색하지나 않을 까 염려도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또 생각하면 반 백 년 동안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을 만날 일이 뭐 있겠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창훈이 오빠는 손해를 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우리 오빠는 왜 그렇게 매정하게 해숙이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해? 물론 그 중 하나 이유는 나도 알고 있어. 그건 어릴 때 일이고 그렇다고 그 언니가 오빠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잖아. 오빠 혼자 짝사랑한 사람이고 그 일로 인해 서로 맺어지지 못했다는 건 너무 심한 어불성설 아냐? 그것 때문에 돕지 않았다는 걸 해숙이가 알거나 만약에 그 언니가 안다면 오빠는 어떤 사람으로 취급 받을까? 아무리 우리 오빠지만 나는 오빠를 등신 머저리라고 할 거야. 자기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도저히 오빠가 이해가 되지 않아! 난!””

 

 씁쓸하게 웃으며 눈꼬리를 돌려 쳐다보는 모습에서, 아직도 너는 당신 오빠에 대해 그렇게 밖에 모르냐는 비웃음 같은 것이 살짝 내비쳐 자존심은 상했지만, 그래도 몇 십 동안 궁금해했던 오빠의 숨겨둔 속내! 비밀을 알게 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참으며 기다렸다.

 

 그런 기대 속에 느끼는 설렘이 얼른 사라지지 않게 하는 이 사람!

 

 아니 남편은 배려를 해주었다. 반대로 설명하자면 이미 익숙해진 이 사람의 오래된 습성이 나오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꾸물거린다. 그러다가 때때로 대화의 맥락을 잇지 못하거나 간혹 주제가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기도 한다. 오늘은 확실히 정신 줄을 잡기로 은희는 다짐을 했다. 오빠에 대한 비밀을 알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가끔 오빠와 이 사람이 어떻게 친한 친구 사이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주위 지인들도 그런 말을 많이 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사이라고들 한다. 성격 급하고 성질 더러운 걸 치면 세상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오빠와 별명이 샌님과 영감에서 말해 주듯이 신랑은 차분하다기보다 느릿느릿하고 화도 잘 내지 않는다. 이런 이미지가 만사에 철두철미한 사람으로만 인식되어 있다. 그 나머지는 은희가 가장 잘 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입이 무겁고 듬직하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부터 조금만 더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면 봇물 터지듯이 수많은 비밀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마 오빠도 신랑의 이런 면을 즐겨 하거나 이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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