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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심장은 그 언니 소유물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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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완결)
작성일 : 18-12-20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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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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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례적인 행사라 관심을 접고 창문을 닫고는 읽던 소설책을 폈다. 간혹 급한 용변을 보러 가느라 들리는 발자국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오히려 이런 날이 해숙에겐 더 안심이 되고 편안했다. 너무 조용하면 무서웠다.

 

 점심때 무렵 선배임이 분명한 남자분이 음식을 가져다 주러 왔다가 해숙이 여선생이라서 그런지 음식만 주고 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오후 무렵에 대부분 거나하게 취해서인지 화장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제법 빈번하게 들리다가 여자 한 분이 교무실 문을 살포시 두드리고 들어왔다.

 

 “선생님! 죄송한데요. 여자 화장실 변기통이 다 막혔는데….”

 

 그렇게 말 만하고는 민망하게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었다.

 

 ‘꽤 급하다는 건 아는데 내보고 어쩌란 말인가? 자기 동기들 중에 흔해 빠진 게 남자인데…’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가 없어 화장실로 갔다가 해숙은 방금 얻어먹은 음식까지 입 밖으로 쏟아내고 말았다. 같은 여자지만 너무 심했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세월을 꺼꾸로 돌려 저 선배들이 학생이었으면 하는 바램도 울컥 솟아졌다. 교직을 떠나는 한이 있어도 이건 몽둥이밖에 약이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변기통 뚫는 사람 빨리 불러요”

 

 ‘헉! 자기가 부르면 되지’

 

 바닥은 온통 오줌과 토해놓은 배설물들이었다. 지뢰밭을 피해가듯이 엉금엉금 배설물을 피해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외웠다. 수학선생이라 천만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전화번호를 외울 사람은 숫자에 익숙한 자신밖에 없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에 잠시 도취되자 마자 또 욱하고 토해내고 말았다. 변기통 뚫는 사람은 이런 행사에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방독면까지 착용한 완전 무장한 사람이 총알 택시보다 더 빨리 와서는 삽시간에 변기통을 뚫고 화장실 바닥까지 깨끗이 청소를 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변기통 5개니까 한 개에 5만원씩 25만원에 바닥 청소까지 30만원주세요”

 

 잘 들리지 않아 귀를 더 대려고 했지만 이 사람 방독면과 눈 가리개에 배설물이 튀어 있어 가까이 가서 귀를 대지를 못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웃음도 나왔다. 이 사람 눈 가리개는 오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빨리 주세요. 앞이 하나도 안보여요. 빨리 옷 갈아 입어야 해요”

 

 해숙은 문득 내가 왜? 이건 분명히 학교에서 내야지.

 

 “저 세금 계산서 발행하세요”

 

 “허 참! 공무원 아니라 할까 싶어서 이것까지 세금으로 다 뜯어내 가져갈라 하네”

 

 해숙은 방독마스크 안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듣지 못하고 이해도 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불만의 목소리인 건 알 수 있었다.

 

 “우선 옷부터 갈아입고 오세요”

 

 “저기 저 휴지 좀 주세요. 앞이 하나도 안 보이네”

 

 휴지를 집어 들고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고 한참을 지난 후에 화장실에서 고성과 함께 요란하게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나자마자 은희가 기겁을 하고 교무실로 쫓아 들어왔다.

 

 “어? 은희야! 네가 여기 웬일이야?”

 

 “그보다 화장실에서 누가 싸우는 것 같아. 이 새끼! 저 새끼!하며 욕을 막 하고 있어”

 

 그때 영철이도 교무실로 들어왔다.

 

 “어! 오빠는 웬일? 오늘 오빠 동기들 운동회였어?”

 

 “그래! 그런데 수리 못 봤냐?”

 

 “글쎄! 수리 오빠도 왔어?”

 

 영철이가 수리를 찾으려고 교무실 밖으로 나가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헛웃음을 치며 의자에 앉는다.

 

 “오늘도 한 놈 초상 치러야겠다”

 

 “또 싸워? 이번엔 누군데?”

 

 은희가 놀라서 밖으로 뛰어 나가려는데 영철이가 팔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놔둬! 저 놈은 맞아야 할 놈이야. 해숙이 너도 이름 들었지? 김성은”

 

 “그럼 오빠만 벌금 내잖아”

 

 “그렇다고 내까지 같이 낼 순 없잖아”

 

 “김성은이면 그 미꾸라지 같은 놈 말이죠?”

 

 “그래”

 

 해숙이가 몸을 바르르 떨더니 밖으로 쫓아 나가다가 문 앞에서 수리와 바로 부딪힐 뻔했다.

 

 “어! 너! 해숙이네. 너는 웬일이냐?”

 

 해숙은 수리는 본체만체 하며 밖으로 쫓아 나가려고 하지만 수리 손에 잡혀 반대쪽 창문으로 끌려간다.

 

 “저기 봐! 내가 변기통에서 퍼 놓은 똥물이 남아서 저 놈에게 모조리 퍼부었다. 이 정도면 됐다”

 

 “안되지. 나는 안돼”

 

 해숙이 눈이 벌겋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됐어! 그만해!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다들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여기서 스톱하자. 내가 저 놈에게 골탕 먹이려고 얼마나 벼루고 살았는지 너는 모른다. 저 놈을 저 놈 회사에서 모가지 못 친 게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었다”

 

 “오빠가 왜? 나는 오빠가 더 한으로 남아 있는데”

 

 해숙이 눈알을 부라려 노려본다.

 

 “저 놈은 원인 제공자잖아”

 “오빠도 같아”

 

 “해숙아! 이제 그만해! 네 마음은 아는데 이제 그만하면 안돼?”

 

 은희가 해숙이 손을 잡자 마자 해숙이가 잠시 울먹이는 것 같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저도 잊기로 했어요”

 

 그때 수리가 휴대폰에서 들리는 진동음을 듣고는 문자를 보더니 빙긋이 웃으며 밖으로 나가려는 데 은희가 얼른 뒤쫓아 수리 휴대폰을 뺏어 문자를 보고는 눈알을 부라려 노려본다.

 

 “오빠! 왜 이래?”

 

 “뭘 이래? 영철아! 우리도 가을 행사 가야지”

 

 영철이 빙긋이 웃으며 뒤따라가서 귓속말로 묻는다.

 

 “입금됐어?”

 

 “그래!”

 

 은희는 못마땅한 눈으로 번갈아 오빠와 신랑을 쳐다보고 해숙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수리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간다.

 

 “나도 선배들한테 인사해야겠다”

 

 “인사는 하더라도 좀 떨어져 가자. 똥 냄새 나잖아”

 

 “괜찮아. 정직한 냄새잖아. 어! 저기 언니 있네. 오빠가 짝사랑한 언니. 팔 풀어 줘?”

 

 “아니! 네가 좋아”

 

 “왜? 젊어서?”

 

 “당연하지”

 

 동기들 틈새로 들어 갈 무렵 해숙이가 손을 내려 수리 손을 잡을 때 수리가 빙긋이 웃으며 해숙이 볼을 꼬집고 그 모습을 수리가 짝사랑한 친구가 쳐다 보고는 콧방귀를 뀐다.

 

 “야! 오랜만이다. 둘이 잘 어울리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야?”

 

 다가서자마자 바로 고개를 획 돌리고는 멀찌감치 서서 코를 막고 쳐다 보고는 구시렁거린다. 해숙이도 수리도 잠시 귀를 쫑긋했다.

 

 “아이! 저것들! 정말 꼴 보기 싫어. 그렇게 좋으면 같이 살지. 뭐야? 저거?”

 

 그 순간 수리가 이를 꼭 깨물고는 해숙이 손을 내팽개치려고 하지만 해숙이 쫙 달라붙고는 눈살을 찌푸려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본다.

 

 수리가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해숙이 손을 잡고 나간다.

 

 은희가 영철에게 묻는다.

 

 “오빠! 아까 우리 오빠가 왜 웃었어?”

 

 “돈 들어 왔단다”

 

 “리베이트? 이제 그 돈 해숙이에게 줘. 도둑질이잖아”

 

 “그 말 당신 오빠한테 직접 해라”

 

 “안돼! 그럼 당신이 못 받잖아. 그런데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뭔데?”

 

 “오빠가 왜 저런 일을 해?”

 

 “글쎄!”

 

 “오빠! 오빠는 왜 이런 짓일 해?”

 

 해숙이 묻는다.

 

 “야! 임마! 짓이라니? 직업에 무슨 귀천이 있어? 그나저나 큰 일이네”

 

 수리가 한숨을 깊이 빨아 당기고는 내 쉰다.

 

 “왜?”

 

 “네가 세금 계산서 발행한다고 했잖아. 이 직업도 알려지면 세무서에서 똥간까지 따라와서 세금 거둬들일 것 같은데”

 

 해숙이가 입을 불퉁하게 내밀고는 미간을 찌푸려 쳐다본다.

 

 “왜 그렇게 쳐다 봐?”

 

 “그럼! 만약에 또 세금 거둬들인다면 오빠는 무슨 일 할거야?”

 

 대답대신 코웃음을 한번 치고는 소주를 들이키며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왜? 할 일이 없어?”

 

 수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할 지 고민하고 있다. 만약에 만약에라도 이 글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이 직업 아니 이 짓거리에까지 혈세를 뜯으려 달려 들 무리들을 겁내 하고 있다. 그러면 정말로 설 자리가 아니라 사업하면서 체납된 세금을 갚을 방법이 없어서이다. 나이가 들어 어디 취직도 못한다. 만약에 취직을 하면 바로 세무서와 건강보험공단에서 통장을 압류한다. 이 말을 어떻게 할까? 그리고 억 단위가 넘는 돈을 갈취도 했다. 이건 해숙에게만 절대 도둑질이지 법적으로는 도둑질이 아니다. 리베이트를 받는 이 짓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으면 가을 낙엽 없이 봄을 기다리는 나무와도 같다. 자양분을 잃은 나무는 절대 자랄 수 없다. 물론 수리도 처음엔 이런 짓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기서 짓이란 리베이트를 받고 제품을 소개해 주는 짓을 말하지 똥 퍼는 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똥 퍼는 건 엄연한 수리의 직업이다. 만약에 여기까지 혈세를 빨아먹기 위해 달려든다면 수리는 그 짓을 직업으로 전환할 것이다.

 

 “참! 너희 학교에 똥 통 막히면 연락 줄 거지?”

 

 콧방귀를 툭 치며 가련한 듯이 쳐다보고는 비꼰다.

 

 “나한텐 도와주지도 안고선… 주제 넘는다고 생각 같은 것도 해야지. 그런데 궁금한 게 또 있어”

 

 “뭐! 다 물어봐”

 

 “나를 왜 그렇게 싫어했어? 그 언니는 왜 투덜거려? 기분 나쁘게”

 

 “나도 기분 나쁜 건 마찬가지야! 헷갈리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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