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작가 : 숨딛
작품등록일 : 2019.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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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리
작성일 : 19-08-18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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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자주 그럴 때가 있다. 눈앞은 까맣고, 머릿속은 하얀 순간이 있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머릿속도 까매진다. 예민함 하나 없이 몸이 붕 뜬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지만 두꺼운 이불 안에 웅크린 듯한 포근함이 느껴진다. 더 깊이 들어가자. 조금만 더. 더. 더. 오늘은 더. 더. 더. 더.. 더...

 

 드디어 도착했다.

 

 

 -2-

 

 짙은 초록색이다. 파릇하면서도 오래 바란 색이다. 아무런 소리가 없는 공간이다. 심장이 천천히 속도를 늦췄다. 잠깐 잠들려고 했다. 왼쪽 귀에 이명 같은 것이 들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눅눅한 여름밤의 모깃소리처럼 거슬리기 시작한 소리에 귀가 아프다. 무시하기 위해 노력해도 끝까지 달라붙는다. 얼마나 애틋한 사연이 있어서 저렇게 애를 쓰는지 문득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결국 묵살하기를 포기하고 관심을 가져봤다. 시끄러운 목소리도 알아챈 건지 이전보다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윙윙거리던 것이 웅웅 울리더니 왕왕 온 신경을 가져간다. 머리 전체가 징처럼 울린다. 멀미처럼 속이 울렁거린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귀를 막고 싶다.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고 싶다.

 

 그렇게 별을 만났다.

 

 

 -3-

 

 밤의 바닷가 공기처럼 개운하고 촉촉한 곳이다. 풀밭 위에 구름이 깔린 싱그러움이 피부에 닿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두 눈이 또 다른 두 눈과 마주치는 바람에 심장은 세게 뛴다. 바로 앞의 두 눈은 놀라지도 않고 빠안히 일어나라고 말한다. 숨을 내뱉으며 얼른 상체를 일으켰다. 옆에 우뚝이 선 ‘누군가’는 어두운 공기에 눈만 동동 떠있는 모습이다. 아까의 짜증은 잊어버린 채 겁이 났다. ‘누군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바라보고 있으니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목이 뻑뻑하게 굳어간다. 한참 동안 옴짝달싹이라도 해주길 바라다가 무의식 중에 한숨을 쉬었다.

 

 “어서 와. 나는 별이고 여긴 다다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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