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를 마치고 나는 채정이랑 밥을 먹고 나서 겸사겸사 도서관이나 한 번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쪽지를 보고 갑자기 결정한 게 아니라 그냥…마침 할 일도 없고 방학 맞이 독서나 하면 어떨까 해서…어째 말하면 말할수록 변명 같이 들린 단 말이지…음…그만 생각해야지!
채정이랑 밥을 먹으면서 어제 내가 봤던 쪽지에 대해 얘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채정이는 두 눈을 반짝이는 것이 아닌가…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혹시 누가 너한테 고백하려는 거 아냐?’ 라고 말했다.
어째 이야기가 그리로 흘러가는지 멍하니 쳐다보는 나를 뒤로하고 채정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봐! 도서관 2층이랑 소설은 만날 장소 같고 그 다음 그 사랑의 속삭임은 사랑 고백을 예고하는 뭐 그런 거 아냐? 근데 날짜나 시간이 없는게 흠이면 흠이지만…!’
‘ㅎㅎㅎㅎㅎ’ 내가 실없이 웃으니까 채정이는 두 눈을 흘깃 뜨면서 말했다.
‘설마 너 오늘 학교 온 게…’ 입꼬리가 이미 슬쩍 올라가 있는 채정이를 보면서 나는 얼른 두 손을 흔들었다.
‘절대 아냐! 오해하지 마! 오랜 만에 도서관이나 가볼까 해서…. 그런 거 아니니까 웃지마!’
채정이는 오늘이 기숙사 대 청소하는 날이라서 밥만 먹고 가 봐야한다고 말했다. 헤어지기 아쉬운 표정을 한 채정이가
‘도서관에 같이 갈 수 없다니…하늘도 무심하시지…좋은 구경 놓쳤네!’ 라고 말했다.
내가 눈을 치켜 뜨면서
‘채정아, 망상은 건강에 해로워’ 라고 답했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역시 방학 때 도서관은 정말 조용했다. 학기 중에 북적거리던 것과는 너무나 달라 순간 어색했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게 제일 어색하지만 말이다…
계단을 오르며 2층 소설코너로 갔다. 무슨 책을 빌릴까 고민하며 책장 사이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설마 어제 쪽지에서 봤던 책도 있을까 하면서 책장에 꽂인 책을 하나씩 살펴보는데…
‘어?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