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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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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내게 보여줘 - 9화
작성일 : 19-10-21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3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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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가 한가득 담긴 잔을 다 같이 높이 올려 든 회식 자리. 저마다 축하 멘트를 하고 술잔을 부딪치며 원샷을 했다. 불판 위에는 고기가 지글지글 굽히고,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모두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차원도 그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여직원들은 차원을 흘깃흘깃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때 남자 사원 민호가 한 여사원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민호를 팔뚝으로 툭 치며 자기 마음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한 뒤 다시 해맑게 웃으며 차원을 바라봤다. 차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회식에 임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그에게 한두 마디씩 말을 걸었다.

 

 "본부장님은 그럼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음… 이상형 그런 건 딱히 없어요."

 "에이, 말해주세요. 이상형도 없이 어떻게 이런 앱을 만들어요?"

 "본부장님은 '거울아, 거울아' 결과가 어떻게 나왔어요?"

 

 차원은 여직원들의 질문에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사실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면 이상형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구구절절 나열하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저는… 굳이 해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 남자 사원이 질문한 여사원을 툭 치며 말했다.

 

 "당연히 개발자 이신데 결과라는게 어딨겠어."

 "…그래도. 그럼 본부장님은 이거 어떻게 만들게 되신 거예요?"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살짝 미소짓는 차원.

 

 “… 한 사람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그 사람과 비슷한 얼굴이 나올 때까지."

 "대박! 혹시… 여자친구에요? 아님, 첫사랑?"

 

 차원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얘기 좀 해주세요! 엄청 예쁜 여자일 거 같아."

 "… 첫사랑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뭐, 예쁘긴 예쁘죠. 성질이 좀 있어서 그렇지."

 

 차원의 말 하나하나에 까르륵거리며 수군대는 여직원들. 남자 직원들은 그런 여직원들을 말리면서도 그들 또한 차원의 대답에 흥미를 느끼며 집중했다.

 

 "그럼, 본부장 님의 미래에… 계속 그분이 있는 건가요?"

 

 차원은 허를 찔린 것처럼 긴장한 눈을 하고 있었다. 흐트러짐 없는 그에게서 약간의 동요가 보이자 더욱 집중하는 직원들.

 

 "제 미래에는…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 계시죠."

 

 직원들이 손사래를 치며 웅성댔다. 그러면서도 차원의 센스있는 대답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차원의 눈치를 계속 보던 유 대리가 술잔을 올리며 분위기 전환을 하려 했다. 즐거운 표정으로 저마다 술잔을 잡고 건배를 외치는 직원들.

 

 남자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 차원. 유 대리가 볼일을 보고는 세면대로 다가와 차원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 옆자리에 서서 물을 틀었다.

 

 "직원들이 전부 관심 가져서… 많이 불편하시죠?"

 "아닙니다. 오히려 저 때문에 다들 편하게 못 즐기고 계시죠."

 "저희야, 본부장 님만 있으면 여직원들 웃음꽃이 절로 피어나는 걸요."

 

 담담하게 미소 짓는 차원.

 

 "2차 부터는 제가 눈치껏 빠지겠습니다. 유 대리님이 전달 잘 부탁드릴게요."

 "먼저 들어 가시려고요? 네, 그럼 제가 직원들한테 잘 말하겠습니다."

 

 다시 자리에 돌아온 두 사람. 유 대리는 차원을 보내주기 위해 직원들에게 말을 띄웠다.

 

 "저기, 본부장님은 이제 일이 있으셔서 먼저 가봐야 한다고 하시네요."

 "저 혼자 먼저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빠져야 회식 자리가 좀 더 흥이 오르겠죠? 다들 편하게 즐기시고, 조심해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조금씩 울상을 짓는 여직원들. 이제 무슨 의미로 자리에 앉아 있냐며 속상해 하는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차원이 계속 있으면 내내 내숭 모드를 유지해야 하므로 차원을 먼저 보내주기로 했다.

 

 ⁕ ⁕ ⁕

 

 불판 위의 곱창에서 곱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글지글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이 열심히 곱창을 뒤집고 있었다. 아경은 맞은 편에서 반찬 세팅을 하며 앞치마를 둘렀다. 그리고 식당 이모님이 소주 두 병을 가지고 와서 테이블 위에 놓고 갔다. 시원은 소주 한 병을 냉큼 집어 익숙한 스냅으로 돌린 후 뚜껑을 따서 소주잔을 각각 채웠다.

 

 "신배우 님의 성공적인 데뷔를 위하여!"

 "시원 님의 성공적인 오디션을 위하여!"

 

 서로를 응원하는 말을 날리며 원샷하는 아경과 시원.

 

 "크, 이 맛이야. 오늘따라 술이 쭉쭉 들어간다."

 "이시원 님이 술이 안 들어가는 날이 있었어?"

 "오늘은 기분이 좀 남다르잖아!"

 "하긴, 그렇게 별로라더니… 옆 반 강냉이가 네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대?"

 "아니 그게 말이지… 왜 내가 전에 말한 '거울아, 거울아' 앱 있잖아."

 

 순간 젓가락으로 집던 곱창을 놓치는 아경.

 

 "강냉이가 어떤 예쁜 여자 사진을 보내면서… 나 닮지 않았냐는 거야? 그래서 무슨 수작인가 싶었는데, 글쎄 그거 체험단이었는지 나한테 결과를 캡처해서 보내준 거였더라고."

 

 아경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놓친 곱창을 계속 집고 있었다.

 

 "여보세요? 똑똑? 신아경 씨, 내 말 듣고 있어요?"

 "… 듣고 있어."

 "뭐야, 너만 연애하지 말고 내 얘기도 좀 집중을 해달라고!"

 “… 내가 무슨 연애야. 그래서, 그거 때문에 철옹성 같은 네 마음이 열린 거야?"

 "귀엽잖아, 그리고… 나 살 빼면 완전 그 여자랑 닮았겠더라고."

 "강냉이가 제대로 공략했네. 언제는 연하는 질색이라더니, 이름도 강원도가 뭐냐면서. 생긴 것도 강냉이처럼 생겼느니 마느니 하더니, 이제 이시원도 그토록 소망하던 연애하는 거야?"

 

 시원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다 폰에 있는 사진첩을 열어 원도가 보내준 여자 사진을 자신의 얼굴 옆에 갖다 대었다.

 

 "봐봐, 똑같지? 그치?"

 

 마지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경.

 

 "그 앱 만든 사람, 진짜 천재인 거 같아. 이런 것도… 다 노린 걸 거야."

 "……"

 "신아경 넌, 이제 할 필요 없겠다?"

 

 아경은 무언가 찔린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원을 바라봤다.

 

 "곧 남친이 될 사람이 떡하니 나타났으니까."

 

 아경은 눈을 깜빡거리다 시원의 표정을 보고는 강호를 떠올리며 다시 곱창을 집었다.

 

 "근데 아경이 넌, 이강호 같은 대박 남자를 두고 왜 그렇게 심드렁한 거야? 너 혹시, 그 첫사랑이라는 사람… 아직 못 잊는 건 아니지?"

 

 아경은 젓가락질을 멈추고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마셨다.

 

 "맞네, 맞아. 이 계집애 진짜 미쳤구나. 야, 너 솔직히 그동안도 그 첫사랑 잊으려고 이상한 놈들 만나고 그랬잖아!"

 "…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냥 아무 말 없이 떠났다며? 소식도 없다며? 나 같으면… 그런 놈은 싹 잊고 이강호한테 올인하겠다."

 

 아경은 몇 잔 마시지 않고도 벌써 취기가 오르는 기분이었다.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참 많은데… 아직은 못하겠어…"

 "어쭈? 지금 내 앞에서 연기하는 거야? 너는 연기가 지겹지도 않아?"

 

 아경은 멍하니 지글거리는 불판을 쳐다봤다.

 

 "야, 근데 너 그 앱 개발자 얼굴 봤어? 진짜 완전 개존잘이던데? 요즘 왜 이렇게 잘생긴 애들이 많아? 그런데 왜 나한텐 강냉이 같은 애만 오는 거지? 아… 불공평해."

 

 아경은 겨우 진정시키던 마음을 풀어 헤치며 스스로 술잔에 소주를 채웠다. 시원은 곱창을 오물오물 씹으며 그런 아경을 멀뚱한 눈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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