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두 번째 연인
작가 : 한결
작품등록일 :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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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긴 이별이 찾아와
작성일 : 19-11-07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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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귀국한 후에도 현지 여자 친구를 통해 소식을 가끔씩 전해 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북한으로부터의 소식이 끊겼다는 말을 듣고 착잡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그도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야 하는 날이 다가 왔다. 독일에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무사히 목표한 박사 학위(역사 철학)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녀로부터의 소식이 끊긴 상태에서 귀국하려고 하니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귀국 전에 그녀의 현지 여자 친구를 만나 혹시 모를 그녀로부터의 소식을 확인해 보았다. 예상대로 마지막으로 그녀에게서 편지를 받은 후로 여전히 소식이 중단된 상태라고 하였다. 그는 자신도 이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녀로부터 소식이 오면 꼭 자신에게 연락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면서 한국의 주소와 전화를 메모해 주었다. 그녀의 현지 여자 친구도 그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그녀에게 소식이 오면 꼭 연락해 주겠다고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 당시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그도 귀국 준비를 하였다.

 

 6년간 한국에 들어온 것은 딱 두 번이었다. 장거리 비행 비용도 그렇지만, 독일에서의 유학생활이 그만큼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급하게 들어왔다가 부친상을 치루고 다시 나가야만 했다. 또 그녀의 동생이 아버지 없이 결혼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좀 무리를 해서 귀국하였다. 아무튼 두 번 모두 2∼3일 잠깐 국내에 머물다가 돌아가다보니 한국에서의 생활이 쾌 낯설게 느껴졌다. 어쨌든 6년 만에 귀국하는 만큼 신경을 쓸 것이 많았다. 독일에서 신세진 분들도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했다. 귀국 전 마지막 날에는 독일에서 자리를 잡은 대학 친구의 집에서 보냈다. 아직 결혼까지 하지 않았지만, 같이 살고 있는 여자 친구와 함께 지내는 집이었다. 어제 늦게 까지 와인을 마시면서 독일에서의 추억과 함께 앞으로 귀국 후 한국에서의 계획까지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독일에 남기로 한 친구의 입장에서는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그가 귀국한 것이 몹시도 걱정이 되는 것같았다. 솔직히 그도 귀국 후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지방대학교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선배로부터 구두로 오퍼를 받은 상태라 우선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그 후로는 귀국하여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최근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아 한국 사정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세상이라는 것이 쉽지 바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뒤척이다가 뒤늦게 잠이 들었다. 드디어 6년간의 독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 다가 왔다.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잠을 자려고 이른 아침에 서둘러 일어나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독일에 남은 친구가 자신의 차로 공항까지 배웅해 주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친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비행기에 올랐다. 6년 만에 귀국하는 만큼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비행기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에 나이가 50대로 보이는 서양 여성이 옆자리로 앉았다. 그는 그녀를 보고 간단히 목을 숙이면서 인사를 하였다. 그녀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둘째 딸을 만나러 가는 오스트리아 여성이었다. 딸 둘을 두고 있는데, 큰 딸은 런던에서 결혼해 지내고 있고, 둘째 딸은 아직 미혼으로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얼마 전에 런던에 있는 딸의 집에 방문하였으며, 이번에는 둘째 딸이 보고 싶어 먼 길을 나섰다고 하였다. 자주 볼 수 없는 둘째 딸을 보러 가는 길이라 많이 설렌다고 하면서 초행길을 걱정하였다. 김포공항에서 환승하여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라고 하였다. 그도 자신이 독일에서 6년간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녀도 그가 독일 유학생활에서 고생이 많았을 거라면 그가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식사를 같이 하면서 비빔밥에 대해 소개하면서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나중에 스튜어디스가 조용히 다가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도와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그녀의 딸과 손녀 이야기를 듣다보니 장거리 비행시간이 지루한 줄 모르고 지나갔다. 그녀가 잠시 눈을 부치는 시간에 그는 자신의 앞날에 대한 생각들을 노트를 적어 가면서 정리하였다. 14시간의 비행을 마친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내려앉았다. 옆자리에 있던 그녀와 인사를 나누면서 환승 창구까지 안내해 드렸다. 그녀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둘째 따님과 일본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인사를 하고 공항에서 헤어졌다.

 

 수화물 창구에서 짐을 찾아 카트에 실은 후 출구로 나왔다. 많은 인파 속에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매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머니와 여동생하고는 포옹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매제와는 악수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매제가 카트를 받아 먼저 앞서 갔다. 그러는 사이에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걸으면서 말을 걸어 오셨다. 건강은 괜찮은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등등 계속 물었다. 여동생이 어머니께 앞으로 천천히 이야기하면 하자면서 만류하였다. 여동생 부부의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 나와 여동생 집으로 향하였다.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 시골에서 지내시지만, 내가 귀국한다고 하니 잠깐 여동생 부부의 집에 올라와 있었다. 여동생 부부도 아직 신혼이라서 집이 크지 않아 방이 두 칸밖에 없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방 하나를 차지하고 당분간 지내야 했다. 집에 도착한 후 따뜻한 물을 씻으면서 장거리 비행의 여독을 풀었다. 씻고 나오자 여동생과 매제가 소박한 술상을 보아 놓고 어머니와 여동생 부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머니는 옆자리에 앉아 내 손을 놓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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