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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부르다
작가 : 마법사천돌
작품등록일 : 201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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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이사
작성일 : 20-01-07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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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인석은 이사를 채 하기도 전에 준비하다가 파김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혼자 독립한 이래 이사는 이번이 2번째인데, 가장 많은 준비를 요했던 것이다.

 

 특히, 처음 받는 전세 자금 대출은 그가 은행에서 처음으로 큰 빚을 지는 것인데, 빚지고 못하는 성격인 그에겐 매우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

 

 또한 거리가 먼 관계로 이번엔 이삿짐센터에 이사를 맡기기로 했는데, 10군데 이상 견적을 알아봤지만 모두 100만 원이 훨씬 넘는 금액을 요구하여 인석의 속을 새까맣게 만들었다.

 

 이밖에 이사 갈 집 도배, 지금 사는 집 공공요금 정리 등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거기에 회사 업무가 완전히 익숙하지 않아 야근이 잦다보니, 군대 이등병이 처음 자대배치 받고 정신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처럼 이삿날이 어느새 코 밑까지 다가왔다.

 

 그가 며칠 전부터 확인하고 또 확인한 사실이지만, 이사 당일 날씨는 인석의 서울입성을 축복하듯 맑은 날씨를 선물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비는 뿌리지 않았다.

 

 아침 7시에 눈을 뜬 그는 이상하게 기분이 축 처져 있음을 느꼈다.

 

 오랫동안 정든 이 집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꼭 첫 독립할 때 집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에 그는 새로 이사하는 집의 설렘을 가슴에 품으려고 노려했다.

 

 오전 8시에 도착한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그의 가구와 가전, 그리고 옷들을 낱낱이 분해해서 박스에 담거나 카트에 얹어 타고 온 이삿짐 차에 마치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실었다.

 

 이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문제가 생겼다. 11시까지 입금해 주기로 한 전세값이 인석의 통장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다급하게 집주인에게 전화했지만 듣고 싶지 않은 통화 연결음만 계속해서 들렸다.

 

 “거의 다 됐는데요. 출발할까요?” 옆에서 인석의 눈치만 살피던 가장 연장자인 듯싶은 이삿짐센터 직원이 물었다.

 “10분만 기다려 주세요.” 그가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지금 살고 있고 있는 집의 주인에게 이사 하겠다고 전화했을 때, 인석은 냉랭한 반응에 좀 당황했었다. 그는 이집에서 꽤 오래 살았고, 관련법은 그가 원하면 언제든지 집에서 나간다면 집주인이 그의 보증금을 당연히 돌려주도록 되어 있는데도, 마치 갈 곳 없는 강아지를 맡아 지금까지 기른 양, 그에 대한 은혜에 대한 배신이라는 투로 그에게 냉랭하게 말했던 것이다.

 

 황당하지만 인석은 반복해서 그의 나갈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얘기했고. 불통과도 같은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겨우 자신의 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낼 수 있었다.

 

 네 번째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했을 때, 그는 집주인에게서 짤막한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수신했다.

 

 “넣었음.”

 

 당연한 ‘내 돈’을 받았음에도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의 통장을 스치고 지나간 돈은 곧바로 새집주인 통장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그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인부들에게 손을 들어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점심을 먹고 도착한 새 집은 창문 앞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일일이 계단으로 이삿짐을 옮겨야 했다.

 

 안 그래도 길이 막혀 늦게 먹은 점심 때문에 일이 늦게 끝날 거라며, 하염없이 투덜거리는 인부들을 피해 그는 이삿짐을 나르는 동안 자신의 낡은 승용차 안에 피해 있기로 했다.

 

 2시간가량 조수석에 앉아 발을 앞 유리창 아래 대시보드위에 올려놓고, 평소 자주 듣던 음악도 듣고, 유튜브도 실컷 시청하던 인석은, 좁은 공간이 답답하고, 이사가 궁금하기도 해서 슬쩍 2층에 올라가 봤다.

 

 꽤 진행되었을 줄 알았던 이사는, 그가 보기에 절반도 채 짐이 집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현관 입구에서 둘러보던 인석을 보고, 인부 1명이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거 창문을 못 뜯어내면, 현관이라도 넓어야지.”

 

 자칫 자신에게 화살이 나라올까 두려워, 인석은 급히 계단을 내려와 동네 구경을 하기로 했다.

 

 인석이 새로 이사한 집은 큰 대로에서 직선거리로 약 10미터 거리에 있었다. 말이 10미터지 3번 정도 작은 골목을 지나야 했으므로, 실제 거리는 30미터가 훨씬 넘는 거리였다.

 

 인석은 대로 쪽 반대 방향 골목 더 깊은 곳을 향해 걸었다. 인석이 조금 걷다 뒤돌아 자신이 이사하고 있는 곳을 보니, 빌라 전체가 검은 그림자 발치에 놓여 있었다.

 

 비록 남동쪽 방향이라 지금은 해가 들어오지 않겠지만, 빌라촌이라고 할 만큼 빌라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아침에 햇빛이 잘 들어올지 걱정스러워졌다.

 

 걷는 골목 끝에 편의점이 보였다. 그는 편의점을 잘 이용하는 터라 그 노란 간판이 어느 때 보다 반가웠다.

 

 편의점을 지나 골목 끝에 이르자 그는 깜짝 놀랐다. 골목은 넓은 사거리 중 하나로 이어졌는데, 고기 집, 술집, 카페, 노래방 등등 전형적인 먹자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약 1시간가량 주변 상권과 인근 지리 등을 익힌 후 다시 이사가 한창인 그의 집 현관에 이르렀다. 그때, 그는 계단을 내려오는 약간 곱슬머리에 젊고 호리호리한 남자를 보았다.

 

 인석은 그의 뒷모습을 한동안 유심히 봤는데, 언뜻 봤을 때, 그 남자가 자신의 집을 엿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애써 그 남자의 잔상을 지운 뒤 인석은 얼마나 이사가 진행됐는지 현관 안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었다.

 

 조금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쯤 끝날지, 오늘내로 끝날 수는 있을지 모르는 현장을 뒤로 한 채 힘없이 자신의 차로 돌아와, 다시 크게 음악을 틀었다.

 

 음악을 듣는 사이, 그는 깜박 잠이 들었다. 쿵쿵 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힘들게 눈을 뜨니, 이삿짐센터 인부 한 명이 큰 소리와 함께 그의 차 보닛을 손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깨요!” 인석이 창문을 빼꼼이 열자 짜증스런 목소리로 인부가 말했다.

 “미안합니다. 무슨 일이죠?” 잠에서 덜 깬 모습과 목이 잠긴 소리로 인석이 물었다.

 

 “어떤 남자가 찾아왔어요.” 그가 이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시끄럽다고 난리에요.” 그는 고개만 슬쩍 돌린 채 덧붙였다.

 

 인석은 재빨리 음악을 끄고 차에서 나와 그 인부 뒤를 따랐다. 1층을 지나 1층과 2층 사이 층계참에서 고개를 내밀고 현관을 보니, 어떤 남자가 담요를 두른 채, 바지는 잠 옷 차림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었다.

 

 인부가 손짓으로 인석을 가리키자 그가 인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 이사 오시는 분이세요?”

 “네, 무슨 일이시죠?” 인석이 그를 경계하며 물었다.

 

 “아래층 101호 사는 사람인데요.” 그가 두르고 있던 담요를 동여매듯 꽉 조이면서 말했다.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어요. 사실 제가 어제 나이트 근무를 해서 그런데 잠 좀 자게 조금만 조용히 해 주시면 안 되나요?” 그가 애원하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인석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근데 어쩌죠. 보시다시피 이사가 아직 덜 끝나서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그게ㆍㆍㆍㆍㆍ쉽지는 않겠는데요.”

 

 “하!” 아랫집 남자가 인석의 정중한 태도에 말문이 막혔는지 복도조명을 쳐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ㆍㆍㆍㆍㆍ그러니까 최대한 드릴 사용 같은 큰소리 나는 건 나중에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그가 이와 같이 덧붙이고 꾸벅 인사를 하더니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인석은 그가 앞으로 층간소음을 핑계로 자신의 현관문 초인총을 자주 누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래층 남자의 부탁대로 인석은 인부들에게 단도리를 해 놓고 다시 차와 들어와 앉았다. 해가 어느덧 인근 건물들 뒤로 숨어 버렸고, 노란 둥근 달이 해를 대신해 하늘을 차지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 나이가 가장 많은 인부가 이사가 끝났음을 알리러 그의 차에 다가왔다.

 

 인석이 그와 같이 집에 들어가 대충 집기 파손상태를 살핀 후 돈을 지불했다. 집안은 인부들이 대충 정리해 둔 탓에, 이러 저리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정작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 예를 들면, 치약 칫솔이나 화장지, 조리도구 등 –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가 소파 옆에 버려지다시피 놓여 진 식탁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신발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바닥을 쳐다보고 있자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정리해야 할 짐이 산더미 같이 남아 있었지만, 몸이 움직여 주질 않았다. 그 와중에 야속하게 인석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 상황에서 도저히 밥은 해먹질 못하겠고 해서, 그는 스마트폰으로 배달앱을 켰다.

 

 이사를 했으니 자장면을 먹어야 하나 아니면 몸 생각해 족발을 먹을까 생각하던 중, 현관문 초인종이 울렸다.

 

 올 사람이 당연히 없었으므로 인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문을 열자, 그 앞에는 아까 아래층 남자가 서 있었다. 이번엔 하얀 면 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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