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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 속의 우리
작가 : PB8888
작품등록일 : 202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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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GOTTA GO MY OWN WAY
작성일 : 20-08-01     조회 : 547     추천 : 3     분량 :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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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런 걸 두고 단호하다고 하는구나. 바라보는 1분 1초가 아깝고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던 눈이 이토록 미울 수가 없었다. 똑바로 마주 볼 수조차 없다.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하고 있지만, 사실 하나도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 수 있었다.

 

 “어째서...왜...”

 

 하고 싶은 말은 이만큼이나 많은데, 혹여나 괜한 말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버릴까 봐. 고르고 고르고 고르니 남은 말은 고작 두 단어였다.

 

 “내 자신을 찾아야 해. 이해해주면 좋겠어.”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게 다 무슨 말이야. 알아들을 수 없었다. 뭘 찾는다고? 왜 찾아야 하지? 왜...꼭 떠나야만 찾을 수 있는 거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언젠가 이 세상 어디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는 이제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심장에 전해진 충격이 이제 몸속을 돌기 시작했다. 심장이 한 번 두 번 펌프질 할 때마다 충격이 온몸 곳곳에 전해지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억지로 속을 헤집었다. 눈물인지 구역질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건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나는...어떡하라고...”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고. 여길, 나를 떠나서 어디서 무얼 하겠다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말이란 건 이토록 나약하고 쓸모없는 것이었다. 뭐가 소통의 수단이야. 아무것도 전할 수가 없잖아.

 

 “그럼 나는 어떡하고?”

 

 아아. 알아버렸다, 그 짧은 한마디에. 잡을 수 없다는 걸, 떠나갈 수밖에 없다는 걸, 지금 당장 무릎 꿇어 너의 바짓가랑이를 잡아 걸음을 멈춰도 내일이면 넌 기어코 가리란 걸, 깨닫고 말았다.

 

 네가 곧 나고, 내가 곧 너였는데. 너와 내가 우리였는데.

 

 “넌 괜찮을 거야.”

 

 뒤를 돈다. 구두 소리가 들린다. 멀어진다. 한 번만 더 얼굴을 봐야 하는데...눈앞이 흐려지고 번져서 형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손도 발도 움직이지 않아 잡을 수도 쫓을 수도 없다. 뭐 이래, 할 수 있는 게 고작 우는 것뿐이라니. 네가 기억하는 우리의 모습이 초라하기만 할까 봐 급히 눈물을 닦았다. 적어도 마지막이 모습이 추하고 싶지만은 않았다.

 

 고개를 드니, 없다. 구두 소리도 어느샌가 들리지 않았다. 진짜 갔다. 정말 없어졌구나. 우리 둘이 걸어가는 길이 같길 바란다 했었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많은 것들이 변하고 변해도 우리가 잡은 두 손만큼은 놓지 말자 했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너와 나의 모습이 조금, 어쩌면 많이 달라져도 함께 있자 했었다.

 

 아직 네가 흘린 눈물의 따뜻함을 느끼는데, 네가 노래를 불러줄 때의 고운 소리가 귀를 떠나지 않았는데, 내 품속에서 함께 그리던 우리의 꿈이 아직 그대로인데. 어째서 너는 그 모든 걸 뒤로 하는 걸까. 잊었다면 어떻게 잊었을까. 잊는 방법이라도 알려주고 가지.

 

 “...”

 

 투명한 밤하늘에 금빛별은 제자리에서 반짝였다.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는데, 금빛별은 혼자 반짝였다.

 

 “....”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는데. 왜 우리만은 다를 거라 생각했을까. 아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

 

 하찮구나. 영원이 다 뭐고, 사랑이 다 뭐야. 그래, 어차피 다 이런 것을.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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