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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독신주의
작가 : 서도
작품등록일 : 20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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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자책감
작성일 : 20-09-24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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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자책감

 

  모든 얘기를 마친 세윤은, 입을 다물지 못하는 강현을 쳐다보았다.

 

 무척 놀란 눈치였다.

 

 “너는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알아? 지담이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도...”

 

 도윤은 세윤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믿을 수가 없어서 세윤에게 물은 것이었다.

 

 “하하 무슨 형사도 아니면서 취조 하는 거 같네...”

 

 도윤의 말에 세윤은 무거운 분위기가 어색해 한 말이었지만, 강현은 웃지 않았다.

 

 “내가 지담한테 들어서 이 정도지만, 듣기론, 지담이 어머니 일기 속에는 더 가슴 아프고, 화가 나는 일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지담이 외할머니께서 지담이에게 어머니 유품으로 일기장을 보내 주셨대요... 그걸 읽고 지담이는 한동안 거의 폐인처럼 지냈어요... 그래서 더욱 아버지가 용서가 안 된대요... 그 영향으로 남자를 믿지 않게 된 거고요”

 

 세윤이 지담을 생각하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한테 그럴 수가... 아니 가족인데...”

 

 강현은 그녀의 상처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자신을 밀어내는지 알았다.

 

 “나도 이 선생님처럼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니 지담이는 어떻겠어요... 자신의 일인데...”

 

 “...........”

 

 도윤과 강현은 세윤의 말에 동의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담이는 어머니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대요... 근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자신의 등록금 때문이라고 자책을 해서 대학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 등록금이 또,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라 포기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입학을 했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벌고... 외가에서 도와준다고 하는 걸 한사코 거절하면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여기까지 살아 온 거예요”

 

 “그걸 어떻게 다 가슴에 품고 버티고 있는 건지...”

 

 강현은 그녀가 못 견디게 보고 싶었다. 당장 가서 안아 주고 싶었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이제 다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지담인 그렇게 살아갈 거래요... 남자를 못 믿는 것도 있지만, 자신 또한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든 거 같아서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나 봐요”

 

 “그 사람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러게요...그건 사고였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줬지만, 지담인 그렇게 생각 안해요... 자신이 대학을 고집하지 않았다면, 그런 사고가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자책하고 있어요...그래서 난 이 선생님이 이 모든 상처에서 지담이를 꺼내줬으면 했는데....”

 

 “그랬군요... 그래서 계약연애 제안했을 때,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거군요”

 

 그 당시 세윤이 지담보다 더 적극적이었던 게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가 친구 하나는 정말 잘 두었다고 생각하는 강현이었다. 부러울 정도로... 외롭고 힘들었을 시기에 세윤이 지담 곁에 있었다는 이유도 진심으로 좋았고 안심이 되었다.

 

 “네....그래요...이 선생님은 제가 보기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를 그렇게 보셨다니 고맙습니다.... 근데 지담씨가 부럽네요...세윤씨 같은 친구가 있어서”

 

 “아~ 저야말로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하하하.... 나도 지담이에게 고마운 게 많아요... 사람은 저마다 힘들고 어려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나도 그렇고... 그럴 때마다 지담이가 곁에 있어 줬고, 힘이 되어줬죠... 이제는 내가 힘이 되어줘야죠”

 

 세윤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강현에게 말을 했다.

 

 “계약 연애라니? 이 선생님과 지담이가 계약 연애 한 거야?”

 

 그때, 도윤이가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세윤에게 물었다.

 

 -아차... - 세윤은 순간 도윤을 깜빡했다.

 

 “그래... 그러니까 수훈이한테는 절대로 말 하지마... 수훈이랑은 안돼... 그 어머니 얘기 들어서 알잖아...지담이 할머니랑 너무 닮아서, 더더욱 안돼. 알았지?”

 

 세윤은 단호하게 도윤에게 말하고는 안심이 안 되는지, 되묻기까지 했다.

 

 “아...알았어”

 

 세윤의 말에 멋쩍은 듯 도윤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 있었어? 그런 거라면 나한테 말하지... 왜 지담이에게 말했어?”

 

 도윤은 세윤에게 샐쭉거리며 말했다.

 

 “어휴~ 이제는 지담이에게 질투하냐? 넌 그때 별로 친하지도 않았거든?”

 

 “내가 지담이를 왜 질투하냐?”

 

 “너 내가 이 선생님이랑 지담이 일로 만난다니까 펄쩍 뛰면서 한의원으로 날아오다시피 했잖아”

 

 “아~쫌.... 이 선생님도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

 

 도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에 세윤은 싱긋이 웃었다.

 

 강현은 세윤의 말을 듣고 지담이 더욱더 걱정이었다.

 

 그 작은 가슴 안에 다 담지도 못할 아픔을 담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그녀가 안쓰러워 마음이 먹먹했다.

 

 이제는 그녀를 놓지 못할 것 같다, 아니 놓으면 안 된다고 다짐하는 강현이었다.

 

 

 ---------------------------------

 

 

 지담은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데 문 앞에 낯익은 사람이 서 있었다.

 

 “왜 이제 와? 무슨 일을 이 시간까지 해? 다 큰 여자애가 겁도 없어....”

 

 “어? 야~ 너 언제 왔어? 그리고 이게 누나한테 여자애가 뭐냐?”

 

 지담을 보자마자 퉁명스럽게 툭 내뱉는 남자를 그녀는 엄청 반갑게 얼싸안았다.

 

 “누군데 남의 여자를 끌어안고 있습니까?”

 

 그때, 지담과 그 남자를 떼어내며 강현이 나타났다.

 

 강현의 등장에 그 남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당신 뭐야? 그리고 남의 여자라니....”

 

 “그런 당신은 뭔데? 난 이 여자 애인이야”

 

 그러고는 지담의 손목을 잡아 체, 자신의 뒤에 서게 했다.

 

 “나 없는 사이에 남자 생겼냐? 집에 남자나 끌어들이고... 서 지담, 잘~한다 잘해~”

 

 “아니 당신 누군데 남의 여자 이름을 막 부르...”

 

 “야~서준 그만해라... 그리고 당신,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 우리 끝난 거 아니었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지담은 강현의 말을 잘랐다.

 

 “서...준?”

 

 “그래... 내 동생이야”

 

 “아~ 미안해요... 어쩐지 누나랑 닮았다 했더니... 이 강현이라고 합니다”

 

 하고 준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끝난 사이라고 방금 들었는데, 악수해도 되는지 몰라?”

 

 이런 성격까지 닮았네...

 

 “됩니다, 난 아직 누나랑 안 끝났으니까...”

 

 그러고는 준이의 손을 끌어다가 억지로 악수를 했다.

 

 물론 준이의 표정은 어떨떨 했지만....

 

 “서 준입니다. 밖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죠”

 

 준이가 집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 동안 누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도 싶어서 강현을 집으로 들이려고 했다.

 

 “준아 너 먼저 들어가... 난 이 사람과 얘기 좀 하고 들어갈게”

 

 “아니... 난 처남이랑 얘기하고 싶은데...”

 

 처남이라는 말에 준이는 놀란 표정이었고, 지담은 강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카페로 가”

 

 지담이 먼저 나섰고, 그 뒤를 강현이 따라갔다.

 

 그 둘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준이였다.

 

 카페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똑같이 냉수 한 잔을 들이켰다.

 

 “당신 뭐 하자는 거야?”

 

 “뭐 하긴... 당신 만나러 온 거지”

 

 “우린 끝난 사이잖아”

 

 “난 안 끝났어”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난 끝났어”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난 안 끝났어”

 

 “지금 장난해?”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거로 보여? 이렇게 끝날 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어”

 

 “하...진짜... 당신, 나하고 싸우자는 거지, 지금?”

 

 “아니.... 사귀자는 거지, 지금”

 

 “하...정말...”

 

 더 말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지담은 알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그보다 강현이 더 빨랐다.

 

 “그동안 어떻게 버텼어?”

 

 “뭐?”

 

 뜬금없는 소리에 지담은 되물었다.

 

 “그 작은 가슴에 그 큰 상처를 어떻게 다 담고 버텼냐고...”

 

 강현의 말에 지담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라는 거야? 술도 안 먹은 거 같은데 뭔 헛소리야?”

 

 애써 담담한 척 말하는 그녀를 보며, 강현은 다시 그녀를 앉혔다.

 

 “당신...아픔...상처.... 자책감”

 

 “뭐?”

 

 지담은 깜짝 놀라 멍하니 강현을 바라보았다. 그가 어떻게 알았지?

 

 “세윤이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세윤 뿐 이었다.

 

 “세윤씨 탓 하지마... 내가 찾아 갔었어... 당신이 왜 이렇게까지 나를 밀어내는지 알고 싶어서...”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어... 우린 끝났어”

 

 “아니... 당신이야말로 솔직해봐... 내가 계약 연애 제안했을 때, 말한 거 기억나?”

 

 “..........”

 

 “당신 마음이 나한테 오는 거... 피하지 말라는 말...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지?”

 

 “난 당신한테 마음 없어”

 

 “좀 솔직해 보지그래... 정말 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어?”

 

 “없어”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그 상처와 자책에 갇혀서 나를 밀어내지 말고 온전히 당신과 나, 둘만 생각해 보라고...”

 

 “그렇게 생각해도 우린 어차피 끝이 보이는 사이야... 그 계약 연애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그런 사이라고”

 

 “우리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어...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생각하는 연애는 없어”

 

 “시작하는 동시에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거야”

 

 “그럼 끝이 없으면 되겠네... 결혼하자”

 

 “뭐...뭐, 뭘 하자고!”

 

 지담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렸고, 강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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