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윤철수란 남한 기업가다.
원래는 개성공단에서 1년 넘게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통일되어 아주 북한지역인 평양에서 사업을 하기로 했다.
우리 공장은 막 북한에 0순위로 들어온 식료품 공장이었는데(북한엔 통일 직후에 이게 젤 필요하겠지), 여기 공장을 세우고 막 일을 시작하고 나서 특기할만한 게 생겼다.
개성공단 일할 때부터 알긴 한 거였지만, 북한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식품공장이니 당연)인데 이들은 쉬는 시간엔 모두 빨래를 했다.
그들 집은 거의 대부분 온수가 나오지 않고, 그들 형편으론 수도세도 만만치 않으니 아예 직장에 빨래감을 가져와 여기서 빨래를 하는 것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 집에 수도가 있어도 대부분 북한인들은 강이나 개울에 나와 빨래를 한다는 말을 통일 전부터 들은 적은 있다!~
그런 걸 안 후론, 나는 대형 세탁기를 하나 들여서 아주 그걸로 빨래를 하게끔 했으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팔이 부러져라 그냥 손빨래를 계속한다. 그들은 메카니즘을 잘 몰라 세탁기 돌릴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에... 북한 주민들이 대부분 기계치란 사실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약간의 요령만 익혀두면 단지 기계를 돌리는 것만으로 훨씬 편하게 빠른 시간에 깨끗하게 빨래를 할 수 있는데 이렇다니...!!
우리 공장엔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야근을 하면 주근보다 돈을 많이 주기에), 그럴 때면 적잖은 사람들이 아기를 업고 와 여기서 재운다. 물론 공장에도 노동자들이 쉬는 방이 있는데, 거기서 재우면 된다며 말이다.
오히려 집보다 더 편안하다고 한다. 덥거나 춥고 가족이 많은 집의 비좁은 시큼한 방보다, 겨울엔 뜨근뜨근하고 여름엔 냉방장치와 통풍도 잘 되어 애기들이 더 좋아한다며...!! 거기 냉장고에 먹을 것도 많고 여기 식품공장서 만든 것(햄이나 소세지 등 가끔 나오는 포장이나 배합율이 나빠 불합격된 상품은 여기서 노동자들 먹어도 되기에 이런 걸 자기들 뿐 아니고 데려온 애기들도 먹임)도 애기들 먹일 수 있다며... 집의 남편들도 아이들 우는 소리에 시달리지 않고 단잠을 잘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밤엔 가끔씩 애기들 우는 소리가 진동한다. 그래서 지금 공장의 쉼터 방은 애기들 재우는 탁아소로 변한지 오래다.
요행히 기계눈이 밝은 사람이 하나 있어서, 그녀는 용케 세탁기 다루는 방법을 잘 익혀서 여기서 아이들 기저귀와 옷도 세탁해간다. 세탁기로 세제를 이용해 많은 양 빨래를 할 수 있으니 애들 옷 한꺼번에 빠는 덴 최고라며... 그녀는 여러 아이들의 기저귀면 기저귀, 옷은 옷대로 구분해 한꺼번에 모아서 세탁기를 돌린다.
문제는, 여기 식품공장에서 자꾸 적지 않은 제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햄이나 생선통조림을 만드는데, 그것들이 자꾸 없어진다. 직원들이 몰래 가져간다는 걸 눈치챈진 오래다. 하긴, 저 아이들을 먹이는데 썼겠지...!! 북한선 좀처럼 맛보기 힘든 햄볶음이나 생선조림을 만들어서.
뭐, 하긴 그런 건 별로 상관없다. 그래도 남한사람들 쓰는 것보단 비교도 안되게 인건비가 싸니까 조금씩 좀도둑질로 없어지는 건 충분히 메꾸고도 남으니까...!! 솔직히, 턱없이 오른 인건비 때문에 난 남한지역에서 식품 가공업 사업을 통일 직전 그만 접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판이었다.
북한사람들은 특히 라면이나 계란을 좋아한다. 라면에 계란을 풀어 끓인 걸 주면 그보다 더 좋아하고 잘 먹는 건 또 없다. 고기는 몇 번 잘 먹더니 이내 질렸는지 그 후엔 잘 먹질 않는다.
그래서, 노동자 숙소에 아예 라면을 몇 박스씩 들여놓았다. 계란도 몇 판씩 하루에 넣어주고...
그저 좀도둑질 말곤 현재로선 사업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 남한처럼 노사분규를 하나, 아니면 돈을 더 달라고 하나.
지금 통일 후 여기 공장은 별다른 탈이 없이 잘만 돌아가, 엄청난 수익을 나는 보고 있는 중이다.
결국, 나는 통일 때문에 큰 이익을 보는 정말 몇 안되는 남한사람이 되고 만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