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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총아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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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불괴 신공을 격파하다
작성일 : 17-07-17     조회 : 77     추천 : 2     분량 : 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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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총아는 흥분해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요지부에게 속삭였다.

 

  "이대로라면 사부님께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지부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왕총아에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사부님의 체력이 혜명 대사에 앞설 터이니......"

 

  왕총아도 요지부와 같은 생각이었다.

 

  삼십 대 중반인 제림이 체력에서 만큼은 예순 살의 혜명 대사를 앞설 것이니 수백여 합이 지나고 나면 제림이 유리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백여 합이 넘어가자 혜명 대사는 초조해졌다.

 

  '목소리로 보아 백련교 총교수는 마흔이 안될 터, 수백여 합이 지나면 십중팔구 내가 불리해질 것이다.'

 

  제림이 발을 날리기 직전, 혜명 대사는 갑자기 공중으로 뛰어오를 자세를 취했다.

 

  바로 그 순간, 제림이 번개같은 발차기를 날렸다.

 

  "이얍!"

 

  기합을 지른 혜명 대사의 몸이 마치 독수리가 하늘로 솟구치듯 높이 뛰어올랐다.

 

  제림의 발차기를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피해버린 것이다.

 

  인간이 이처럼 높이 뛰어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높이 뛰어오른 혜명 대사는 땅에 착지하자 마치 독수리처럼 두 팔을 벌리는 자세로 바꾸었다.

 

  "사부님, 독수리 권법이예요!"

 

  혜명 대사가 독수리 권법으로 자세를 바꾼 것임을 알자 왕총아가 외친 것이다.

 

  실로 매섭기 짝이 없는 혜명 대사의 독수리 권법을 상대해본 적이 있던 왕총아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총아의 외침을 들은 제림이 번개같은 발차기로 혜명 대사의 머리를 공격하자 혜명 대사는 독수리처럼 두 팔로 날개짓을 하며 높이 뛰어올라 피해버린 후 제림의 머리를 향해 발을 날렸다.

 

  "아뿔사!"

 

  제림은 이것이 바로 혜명 대사가 승부수를 띠운 혼신의 일격임을 알 수 있었다.

 

  수백여 합이 지나면 체력이 떨어져 불리해질 것이라 본 혜명 대사가 혼신의 일격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직감적으로 혜명 대사의 발차기에 실로 엄청난 공력이 실려 있음을 알자 제림은 발로 맞받아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해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기선을 되찾은 혜명 대사는 독수리가 먹이를 채가는 듯한 권법으로 제림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뿌지직!

 

  제림이 몸을 날려 피하자 혜명 대사가 번개처럼 휘두른 발에 커다란 나무 하나가 통째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혜명 대사는 이어 제림을 향해 독수리 권법으로 혼신의 일격을 휘둘렀다.

 

  "이크!"

 

  제림이 외마디를 내뱉으며 혜명 대사의 독수리 권법을 간신히 피해내자 왕총아는 한겨울임에도 손에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제림이 몸을 날려 혜명 대사의 공격을 피해버리면 어느새 혜명 대사가 악착같이 쫓아와 독수리 권법으로 몰아붙이는 형국이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초조해진 왕총아가 요지부에게 속삭여 물었지만, 요지부 또한 고개를 저으며 이 한마디를 속삭일 뿐이었다.

 

  "구대 문파 무공에 정통한 그대가 방법을 찾아보시오."

 

  왕총아는 이미 여러 차례 혜명 대사와 자신의 사부 천성 사태가 대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지만, 제림이 위기에 몰리자 당황해 아무 것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뿌지직!

 

  제림이 간신히 몸을 날려 피하자 혼신을 다해 휘두른 혜명 대사의 발에 커다란 나무 하나가 부러지는 순간, 왕총아의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사부님, 나무를 방패삼으세요!"

 

  제림은 왕총아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림이 나무를 등지고 싸운다면 나무가 장애물이 되어 혜명 대사의 공격을 완화시킬 것이라 본 것이다.

 

  경공술이 뛰어난 제림이 나무를 등지고 싸우다 몸을 날려 피해버리면 혜명 대사는 애꿎은 나무를 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림은 왕총아의 말대로 의식적으로 나무를 등지고 싸우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부지불식간에 몇 차례 나무를 등지고 싸운 것이지만, 이제부터는 나무를 장애물로 삼기 위해 나무를 등지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흥!'

 

  혜명 대사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무공이 지극히 고강한 혜명 대사에게 나무를 부러뜨리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뿌지직! 뿌지직! 뿌지직!

 

  제림이 혜명 대사의 공격을 피할 때마다 나무가 한 개씩 부러져나갔다.

 

  수세에 몰린 제림이 계속 나무를 등진 채 싸우다 몸을 날려 혜명 대사의 공격을 피했지만, 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혜명 대사는 제림이 몸을 날릴 곳을 미리 예측하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제림이 어느 쪽으로 몸을 날려 피할지 혜명 대사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면 제림은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오른쪽이다!'

 

  혜명 대사가 제림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피할 것이라 예측하고 발을 날리는 순간, 제림은 혜명 대사의 예측대로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고 말았다.

 

  '걸려들었다!'

 

  혜명 대사는 기합을 지르며 혼신을 다해 오른쪽으로 사마귀 권법을 펼쳤다.

 

  "이얍!"

 

  혜명 대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쪽으로 쌍장을 펼치자 제림은 양손을 뻗어 막을 수 밖에 없었다.

 

  퍽!

 

  혜명 대사가 혼신을 다해 휘두른 쌍장에 밀린 제림은 등이 나무에 세게 부딛치며 간신히 혜명 대사의 쌍장을 막아내었다.

 

  나무에 등이 부딪쳐 중심을 잃은 제림이 미처 자세를 바로 잡기도 전에 혜명 대사는 재빨리 갈고리 손으로 바꿔 혼신을 다해 쌍장을 날렸다.

 

  혜명 대사는 자신의 주특기인 사마귀 권법으로 최후의 일격을 날릴 작정이었다.

 

  "이얍!"

 

  혜명 대사가 기합을 지르며 혼신의 힘을 실어 날린 사마귀 권법이 제림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탁!

 

  제림이 공중제비를 돌아 등뒤의 나무를 발로 찬 후 그 탄력으로 공중을 한 바퀴 돌아 혜명 대사의 머리 위로 날아오른 것이다.

 

  등뒤의 나무를 발로 찬 탄력으로 공중제비를 도는 묘기를 보인 제림은 혜명 대사의 등뒤로 내려서자마자 혜명 대사의 등을 향해 혼신을 다해 양손을 뻗어 일격을 날렸다.

 

  '아뿔싸!'

 

  혜명 대사가 몸을 돌려 제림이 날린 일격을 막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갈고리처럼 구부린 혜명 대사의 손은 이미 제림의 등 뒤에 있던 나무를 도끼로 찍듯 두 동강으로 부러뜨린 후였다.

 

  뿌지직!

 

  퍽!

 

  갈고리처럼 구부린 혜명 대사의 손이 나무를 두 동강내는 순간, 제림이 혼신을 다해 날린 일격이 혜명 대사의 등에 적중하고 만 것이다.

 

  "윽!"

 

  "억!"

 

  제림의 일격이 혜명 대사의 등에 적중하는 순간, 왕총아, 요지부, 제국모는 약속이나 한듯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며 제림의 승리를 확신했지만, 실로 뜻밖의 일이 일어난 것이다.

 

  혜명 대사와 제림이 동시에 외마디 신음을 내뱉으며 몇 걸음이나 뒤뚱거리는 것이 아닌가!

 

  제림의 일격에 등을 가격당한 혜명 대사는 두 동강난 나무를 피해 옆쪽으로 몇 걸음 뒤뚱거렸고, 혜명 대사의 등을 가격한 제림은 뒤쪽으로 몇 걸음 뒤뚱거렸다.

 

  순간 왕총아는 깨달을 수 있었다.

 

  '혜명 대사께서 위급한 상황에서 금강불괴 신공을 펼쳐 등으로 사부님의 일격을 받아내신 것이로구나!'

 

  왕총아가 보기에 뒤쪽으로 몇 걸음 뒤뚱거린 제림은 멀쩡해 보였지만, 옆쪽으로 몇 걸음 뒤뚱거린 혜명 대사는 크게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어 누가 봐도 제림이 이긴 것처럼 보였다.

 

  제림과 혜명 대사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심호흡을 가다듬을 뿐이었다.

 

  제림도 혜명 대사도 더 이상 대련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승부는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다.

 

  혜명 대사가 승복하기만 한다면 제림의 승리가 확정될 것이리라.

 

  왕총아, 요지부, 제국모, 진광, 유청원 모두 숨을 죽인 채,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제림과 혜명 대사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림이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은 혜명 대사의 체면을 생각해서였다.

 

  제림은 이번 대련을 무승부로 마무리지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친선 도모를 위한 대련인 만큼 구태여 승부를 가릴 필요가 없을 뿐더러 행운이 따른 승리라 이겨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혜명 대사는 혼신을 다한 제림의 일격에 등을 가격당한 충격을 추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난 혜명 대사는 외마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아......"

 

  명문 정파임을 자부하는 구대 문파의 수장인 자신이 백련교 수장에게 패한 것이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웠다.

 

  혜명 대사가 제림을 바라보며 입을 열어 패배를 자인하려는 순간이었다.

 

  "시주, 빈승이......"

 

  혜명 대사가 '빈승이 패하였소이다'라고 말하려는 순간, 제림이 재빨리 혜명 대사의 말을 가로챘다.

 

  "소생은 대사님의 금강불괴 신공에 탄복하는 바, 패배를 자인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왕총아, 요지부, 제국모 뿐만 아니라 진광과 유청원 또한 제림이 패배를 자인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오직 왕총아만이 제림이 대의를 위해 승리를 양보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부님께서는 대의를 위해 혜명 대사님께 승리를 양보하신 것이다.'

 

  왕총아의 추측은 정확했다.

 

  비록 제림이 이번 대련에서 이기긴 했지만, 아직은 혜명 대사가 한수 위인 만큼 제림은 혜명 대사의 체면을 위해 승리를 양보할 생각이었다.

 

  거병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제림으로서는 한번의 승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혜명 대사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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