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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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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소문 (2)
작성일 : 20-04-04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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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 소문 (2)

 

 

 

  부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올라오는 느글거림을 어떻게든 삼키고 볼과 세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얼얼한 감각 덕분인지, 무거웠던 속이 차차 나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무게 실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그렇잖아.. 그렇긴하지..]

 

  일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목소리 였다면 내 귀가 이리 움찔하진 않았을 것이다. 작은 크기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형태를 높이는 웅성거림이.. 뚜렷한 형상을 유지한 채 확실한 음성으로 고막에 닿아온다. 이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여자아이들의 입술이 소근소근 자신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뭐.. 반장이랑 가까워지려하면 이유 모르게 구설수가 생기니까..”

 

  “이번 소문도 솔직히 의심되긴 했었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허스키 녀석 옆에만 가면 구설수가 생긴다는게 무슨 말..

 

  성격 상 남에게 피해주는 행동을 하는 녀석도 아닌데다, 올바르지 않은 상황이 펼쳐졌을 때 휩쓸리는 아이도 아니다.

 

  잠깐, 혹시라도 주변에 의해 오해를 받고 있는건 아닐까.

 

  번지는 생각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주저없이 여자아이들에게 다가가 질문을 건넸다.

 

  “저기,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그러는데.. 방금 말 설명 좀 해줄래?”

 

  조그맣게 얘기했음에도 내용을 알아차린 내 집중력 때문인지, 여자애들의 모습에 약간의 움찔거림이 보였다. 분위기 상 뭐든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았기에, 발 돌려 스스로 알아내보자 다짐했는데.. 생각을 잇던 여자애들의 입술이 천천히 뻐끔거리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다 알고 있진 않은건 지, 아이들의 오가는 얘기 속에 한 꺼풀 씩 소문의 겉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에 전학 간 애는 그때 뭐 였었지?”

 

  ..전학?

  전학이란 단어가 들어와 있는 걸 보면, 단순한 일은 아님이 분명한 듯 보였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다른 느낌으로 바뀌어버린 분위기 속, 더이 상 들려올 말이 있을까 싶었는데.. 시간의 여유를 두고 천천히 옆 사람의 입술도 열렸다. 집중한 내 표정이 그에 반응해 온 신경의 작용을 아이들의 말 쪽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반 애들 전체적으로 돌려깎기 한다고 소문났었지.”

 

  “두 번째로 전학간 애는 뭐 훔쳐갔었댔나?”

 

  “근데 그건 진짜 였잖아.”

 

  “그 다음 애는 뭐였더라.. 잘 모르겠네..”

 

  머리를 긁적이는 아이들의 행동에 기억의 애매함이 섞여있다. 허나, 그 부분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다음’이란 단어가 계속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으니까.

 

  “우리도 반장이랑 같은 반 된거 처음이라.. 소문으로 듣기만 했어.”

 

  “아, 몰린애 한 명이 반장한테 엄청 심하게 뭐라고 했다던거 같기도 하고.”

 

  영문도 모른 채 녀석의 탓이 되어버린 상황들.

  나도 이렇게나 한 구석이 불편한데, 녀석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냥 알고 있는 건 그거야.”

  “반장한테 가까워지면 휩쓸린다는 거.”

 

  내가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그것이다.

  눈치 빠른 녀석이 이런 소문들을 모를리 없다는 것.

 

  어쩐지, 주변에 분명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녀석은 신경쓰는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딱히 녀석이 살가운 성격은 아니었기에, 알던 모습과 다를바 없구나 생각했었는데..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중, 문득 양호실에 와 있었던 남자애들관 어떻게 친해졌을까 라는 생각이 찾아왔다. 동시에 내 생각을 들은 마냥 아이들의 입에서 관련 내용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반장이 누구던 대화가 길질 않아서.. 우리 학교에서 쌤빼고 반장 전번 아는사람 한 명도 없을걸.”

 

  “뭐라 해야 될까, 다가오는 사람한테 자연스레 선을 긋는 기분?”

 

  “그나마 생각없이 남자애들이 장난 잘 치고 눈치 안 보니까 몇 명한테는 좀 길게 얘기하는 거 같긴 했는데.. 아예 거스름 없이 대하는 것 같진 않더라구..”

 

  “맞아 맞아, 그냥 딱 친구다. 이걸로 끝?”

 

  여자아이 한 명이 비행기를 흉내내 듯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말을 뒤 따라간다.

 

  “뭐, 그 신비주의가 마음에 훅 하고 오긴 하지만~”

 

  ..녀석이 인기있다는 부분은 알겠다. 평소라면 그 부분에 불편해하며 짜증을 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달랐다. 100퍼센트는 아니어도, 전에 있었던 그 모습들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찾아왔으니까.

 

  ..어디서든 이기적인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대체 뭘 잘 못했기에, 저 녀석 스스로 사람에게 선을 긋도록 만드는 거지?

 

  그 때에도.. 지금도.. 녀석은 누구에게도 기대려 하지 않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 상황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기댈 수 없어져 버린건 아닐까.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녀석은 소문에 이끌릴 만 한 나쁜애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겐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나한테 만큼은..

 

  [천만에, 바보들은 보호 받아야 할 존재야.]

 

  [..하여간.]

 

  [..걱정시키지마, 바보야.]

 

  [죽기 싫잖아, 너.]

 

  순간에 숨어있던 녀석의 모습이 방울져 눈 앞에 비춰진다.

  말투까지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충분히 따뜻하고 배려심 묻어있는 행동들이다.

 

  보면 볼 수록 오해들과 반대되는 좋은 녀석인데.. 의도치 않게 가시돋힌 선인장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다.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자신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무슨 기분이 들까. 나라면 화내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누가 그런건지..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소문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해 주지 않으니까.

 

  그러던 중, 소문이 와전되면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형태가 확실치 않은 사람들에게 돌을 맞게 된다. 발버둥치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 잡아먹혀 멍하니 그냥 맞고만 있게 된다. 검은 입들이 말하다 지쳐 다른 것에 눈을 돌릴 때까지.

 

  소문과 함께 남 얘기를 정의해버리는 사람들은 맞는 사람의 고통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이 보이는건.. 생각 속에 자리 잡은 저울 속, 한 쪽으로 기울어져버린 나쁜생각들 뿐. 상대가 마음 속에 멍이 들어도.. 피가 나도.. 그들이 지치지 않으면 말이라는 무기는 상처만들기를 끝내지 않는다.

 

  웅성거림 안에 섞여있는 돌을 맞기 싫다면,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

  소문과 함께 번져버린 시선 속 공간에 있는 것을 포기하거나, 누군가가 교대를 해 주거나..

 

  말릴 수 없이 커져 버린 검은 구체 속, 이 중에서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 한다면..

  악 순환의 연속안에서 하염없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마음 속에서 주체 못 할 만큼의 보글거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알 수 있다면, 소문의 시작점인 사람에게 달려가 당장 따지고 싶었다.

 

  “어쩨서… 누가...”

 

  허나, 소문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처음을 알려주 지 않는다.

 

  “그건.. 우리도 모르지..”

 

  “몇 번 그런 상황 일어난 후에 이미지가 박혀버린 것 같기도 하고..”

 

  확실치 않으면서, 이야기를 잇고자 아는 척 움직인 입술 하나로.. 사람의 이미지가 결정되어져 버린다.

 

  “그러고보니, 반장.. 초반엔 지금보다 약간 더 부드러운 느낌이었던 거 같은데..”

 

  “요즘은 무표정밖에 못 본거 같아.”

  “반장 웃는 거 따로 본 적있어?”

 

  서로에게 질문을 잇는 눈빛 들.

  그에 대한 대답으로 양 옆으로 흔들리는 고개가 보여진다. 절대 그런 적 없다는 듯이.

 

  몇 가지 의문을 여자아이들에게 더 물어보려 했는데, 갑자기 한 명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나보다 앞서서 말을 시작했다.

 

  “아, 그러고보니 평소에 못 봤던 기쁜표정을 해다 너랑 있을때 자주 보여줘서.. 우리가 마음대로 확정지어서 오해했던 것 같아.. 미안해.”

 

  갑자기 들려오는 사과에, 살짝 혼란스러웠다.

  나에 대해 아이들이 오해한 부분보다.. 다른 내용이 더 눈에 들어와 버렸으니까.

 

  평소에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 인지하지도 못했던 부분.

  다를바 없었던, 나와 눈을 마주치던 녀석의 표정이.. 다른 사람이 봤을때 그런 느낌이었던 걸까.

 

  그걸 인지한 순간, 이유 모르게 혈액이 약간의 온도를 머금은 채 매우 빠르게 순환하기 시작했다. 피를 내뿜는 심장의 운동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조금 더 크게 들렸다.

 

  ..확실히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고마움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겠지.

  고마움이라고 칭한 감정이, 갑자기 이상한 단어에 포인트를 잡아 나를 혼란시키기 시작했다.

 

  ‘..잠깐, 나한테만?’

 

  ..뭐지, 왜 이부분에 더욱 고마운 감정이 드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보기의 애매함에 혼란스러움을 표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 양 옆으로 고개를 흔들며 정신차리라고 마음 속으로 소리쳤다.

 

  그래, 분명 친구끼리의 신뢰 섞인 의미였겠지.. 그래서 이렇게 기쁜마음이 드는거야. 나를 믿고 있으니 그런 표정을 지었을거라 생각해서 더욱 기쁜감정이 들었던게 분명해.

 

  ..허나 고마움과 반대로,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볼에 미세한 온도가 올라와 있었다. 이게 뭐 별거라고 몸은 내 이성과 다르게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뭐야, 왜 이래 이거!’

 

  안되겠다 싶어, 다른 부분에 집중하자 다짐한 뒤 아직도 비어있는 내 옆자리 의자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쌓인 먼지가 사람을 대신 해 출석을 외치고 있다. 이유 모르게 맘에 들지 않아, 손바닥이라는 빗자루를 이용해 형태를 쓸어 없애 버렸다.

 

  그 순간, 교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몇 명의 사람이 걸어오는 듯 한 발소리가 귀에 닿아왔다. 자신의 자리로 빠르게 사라지는 여자아이들을 보니, 영향력있는 인물이 온 건 확실해 보였다.

 

  문을 통해 교실로 들어오는 그림자는..

  종이를 들고오는 허스키와, 웃으며 나에게 인사하는 세희.. 그리고 선생님.

 

  교탁으로 이동하는 선생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내 시선. 두께감 있는 종이를 내려둔 허스키와 세희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모두가 앉아있는 걸 확인한 선생님께서 자습을 얘기하셔...야..하는데.. 왜 이렇게 미리 소름이 돋지?

 

  “선생님 안 오는 동안 많이 놀았지?”

  “간이 시험 볼 테니까 책 들 집어 넣어.”

 

  정지하는 눈동자. 호흡을 막아버리는 정신의 삐걱임.

  상상치 못했던 전개에, 얼굴에 순도 90% 놀람이 드러난다.

 

  ‘뭐..뭐..’

 

  “뭐라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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