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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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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2-26     조회 : 82     추천 : 0     분량 : 7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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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보호협회가 몰랐던 사실도 있었다. 한밤중에 실험실을 탈출한 동물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감시카메라가 어둠 속 인간을 유인원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어둠 속 인간의 모습은 유인원의 모습과 흡사했다. 백 사장은 인체실험까지 걸리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프로젝트가 걸리면 그 내용에 따라서 우 박사는 더 큰 형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 카메라의 출처를 얼른 알아내서 이 카메라가 담고 있는 영상이 무엇인지 확인해. 그리고 그 영상들을 싹 다 제거해."

 

 우 박사의 오른손은 아직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민관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진 않았다.

 

 '10년 전에도 연구가 끝나갈 무렵에 모든 게 흐지부지됐지.'

 

 그때 민관의 뇌리로 한 사람이 스쳤다. 그는 곧장 장 비서를 찾았다.

 

 "장 비서."

 "네. 사장님."

 "이거 카쟝 부하 놈의 짓이야. 그때 그 녀석이 4층에 왔을 때 찍은 거야."

 

 외부인 중에서 중앙 실험대에 올라갔던 사람은 리브 외엔 없었다. 장 비서는 혼날까봐 우려되어 재빨리 변명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처음 지하 3층에 가둘 땐 분명히 몸에서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4층으로 가기 전에는 옷도 갈아입혔습니다."

 "그래. 그랬겠지. 이건 지난번에 카쟝이 가져다 준 거야. 그때 몰래 들어와서 준 거라고. 그리고 부하 놈이 머리카락 사이나 입 속에 숨겨놨던 거야, 독한 놈. 이제 카쟝도 지하 4층의 존재를 알아차렸겠군."

 "그 부하 놈을 처리할까요?"

 "아니. 미끼를 함부로 버릴 수 있나."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 부하자식을 매일 24시간 감시하고, 가두는 공간을 4시간마다 이동시켜. 카쟝이 그 녀석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들어. 카쟝 녀석은 땅굴을 파서라도 부하를 데려갈 놈이니까. 31일 11시면 카쟝은 나 아니면 그 놈에게 제일 먼저 접근할 거야."

 

 민관은 우 박사를 다시 바라봤다. 그는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우 박사, 카쟝은 내가 맹세코 잡아내겠네. 당신은 그저 하던 일만 그대로 하면 돼. 그리고 31일에 최상의 컨디션만 보여 달라고."

 "31일?"

 "그래. 그날 시연회가 있을 거야."

 "이틀 뒤잖아? 너무 늦게 알려준 거 아니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당신은 내가 해달라는 대로만 해주면 돼. 어차피 매일 척척 해내던 수술이니까 크게 어려울 것 없잖아?"

 

 민관의 당당함에 맞서 우 박사는 정색했다.

 

 "나는 그렇다 쳐도 다른 연구원들은 오늘부터 당장 밤을 새야 하는데?"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네. 그 대신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자네 연구팀에 큰 포상을 주겠네."

 "무슨 포상?"

 "전용 연구소면 되겠나?"

 

 '전용 연구소'는 우 박사의 최고 로망이었다. 그녀는 그 한 마디에 화가 풀렸는지 팔을 내리고 심호흡을 했다. 우 박사는 연구가 취미이자 특기, 그리고 인생의 전부였다. 백민관은 그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적절한 당근을 던져줌으로서 우 박사를 잘 이용해왔다.

 

 "전용 연구소라...."

 

 어느새 그녀의 볼은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민관도 덩달아 상기된 얼굴로 장 비서를 쳐다봤다.

 

 "31일에 사원들 외에는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 분명히 기자부터 해서 현상금을 노리는 자까지 회사로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쓸 거야. 그걸 막지 못해서 그 인간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몹시 피곤해져."

 "네, 알겠습니다."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서 백민관도 진지하게 임해야 했다.

 

 

 ***

 

 

 한때는 제 2의 흑사단을 꿈꾸며 힘차게 날았던 자외단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접근해 순식간에 덮치는 표범처럼 마루의 보석상들을 노렸다. 언젠가 한 번은 흑사단보다 일주일간 수익이 높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자외단은 두 날개가 찢겨나간 독수리처럼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두 날개를 찢은 사냥꾼이 입을 열었다.

 

 "두 번 안 말한다. 너, 2달 전에 우리가 너희 물건 중간에 낚아채서 복수한 거잖아. 그치?"

 

 자외단의 수장인 손선장은 무릎을 꿇은 채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은 피로 뒤덮여 있었고 눈은 보랏빛으로 퉁퉁 부어있었다. 흑사는 지문이 닳은 손으로 손선장의 턱을 잡았다. 손선장은 강제로 고개를 들려 흑사와 시선을 맞췄다.

 

 "그래서 복수한 거잖아?"

 

 손선장은 고개를 왼편으로 틀었다.

 

 "입으로 대답해."

 

 흑사는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턱을 꽉 고정시켰다. 손선장은 흑사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모르는 일이야."

 "말이 짧네. 청사야, 어디 있어?"

 

 밖에서 부하들을 지시하고 있던 청사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응. 이 녀석의 가족은 아직도 못 찾았나?"

 "네. 아직 못 찾았습니다."

 "가족과 함께 모여 있어야 오손도손하게 진실을 술술 불 텐데 말이지."

 

 손선장은 흑사를 올려다보았다.

 

 "가족은 건드리지 마!"

 "청사야."

 "예!"

 "무조건 찾아내라."

 

 흑사는 가로로 찢어진 눈으로 손선장을 예리하게 노려봤다. 손선장의 눈은 뻘겋게 충혈 되어있었다.

 

 "허튼 짓하지 마! 자외단은 당신의 아들을 납치한 적이 없어! 당신 아들한테 관심조차도 없다고!"

 "눈빛을 보니 거짓말은 아니군."

 

 그때 자외단의 본거지를 수색하던 오 교수가 다가왔다. 오 교수는 흑사단의 책사 겸 '건물 담당'으로 건물 침입, 건물 수색, 그리고 건물 폭파를 책임지고 있었다. 흑사는 뒤로 돌아 오 교수를 쳐다봤다.

 

 "뭐가 좀 나왔어?"

 

 오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있을 만한 곳은 샅샅이 뒤져봤지만,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흑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손선장을 노려봤다.

 

 "정말 안 한 거야?"

 "그렇다."

 

 오늘까지 해서 49개의 크고 작은 도적단이 흑사단에 의해 파괴되었다. 흑사는 아들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던 도적단을 하나씩 방문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도둑 집단인 자외단의 기지에 급습한 것이었다. 이제 그들에게 적대감을 품을만한 도적단은 모두 뒤진 셈이었지만 그의 아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건물 구조를 따져가며 벽 하나까지 구석구석 찾아봤지만 사람을 숨길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오 교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오 교수'란 별명은 그가 흑사를 만나기 전까지 대학교에서 건축공학과 교수를 했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마루시에 그가 관여한 건축물도 상당히 많았다. 마루 도심 어디로든 들어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 쭉 돌면 그가 지은 건물이 눈에 걸릴 정도였다.

 

 그는 10년 전에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전적이 있었다. 그 여학생이 하필 법무부 장관의 딸이었기에 교수직까지 박탈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출신이 출신인지라, 건축물에 대한 지식은 누구보다 월등했다. 그 때문에 흑사는 부와 명예가 실추된 그를 스카우트했고, 교수 시절보다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 아직까지 교수로 불리는 것을 좋아해서 흑사도 그냥 오 교수로 부르고 있었다.

 

 "이번에도 헛수고인가."

 

 흑사는 쥐고 있던 손선장의 턱을 놓았다. 동시에 손선장의 머리는 힘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힘줄 몇 군데를 끊어놨기에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었다. 청사는 직속부하에게 현재 상황을 듣고 흑사에게 다가왔다.

 

 "흑사님, 온갖 가구들을 전부 뒤지고 컴퓨터까지 싹다 검색해봤는데 납치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알겠어. 그럼 철수 준비를 해야지."

 

 흑사는 씁쓸한 얼굴로 일어났다. 이번에도 허탕이었다.

 

 "돈은 좀 찾았어?"

 "금고란 금고는 샅샅이 뒤져봤는데 얘네들도 모아둔 돈은 별로 없네요."

 "도적단들이 이래서 문제야. 돈을 벌었으면 좀 모아놓든가 해야지. 버는 족족 술, 고기만 쳐먹으니."

 "그러게나 말이에요."

 

 청사는 실실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때 청사의 왼편으로 부하가 다가왔다. 그녀는 청사에게 소곤거렸다. 청사는 이내 흑사에게 그 내용을 보고했다.

 

 “흑사님, 오늘 생포한 자외단 놈들이 꽤 된다는데 그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요? 평소처럼 건물이랑 같이 묻어버릴까요?”

 “아니야. 예전 같으면 그랬겠지만, 요새 학목 바이러스로 인력이 많이 줄었으니까 생각을 조금 바꿨어.”

 “그럼 어떻게 할까요?”

 "흑사단으로 들어오라고 해. 물론 입단에 거절하는 놈들은 평소 하던 대로 처리하고."

 "네. 알겠습니다."

 

 흑사의 오른팔인 청사는 부하들을 불렀다.

 

 "자, 다들 집중! 한 명씩 끌고 나가서 평소처럼 처리해."

 

 흑사단의 도적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자외단의 소속 단원들은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윽고 밖에선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다. 흑사단에 들어오면 흑사단의 최하위 계급 단원이 되는 것이고 거절하면 결과는 하나뿐이었다.

 

 탕-!

 

 밖에서 총성이 한 발씩 들리기 시작했다.

 

 흑사는 이따금씩 들리는 총성을 배경 삼아 손선장이 평소에 앉던 의자에 몸을 올려놨다. 흑사가 헛기침을 두어 번 뱉자 청사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카쟝 위치는 알아봤어? 우리에게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이제 그 새끼뿐이야."

 "저, 그게...."

 

 청사는 주머니에 넣고 있던 신문을 흑사에게 넘겼다.

 

 "맨 앞 쪽을 보시면 됩니다."

 

 흑사는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서둘러 강상일보를 받아들었다. 그의 눈으로 까만 배경이 펼쳐졌다. 흑사는 이내 왼쪽 입꼬리가 뾰족하게 올라갔다.

 

 "별짓을 다하네."

 

 앞 쪽에는 카쟝의 범죄예고장이 걸려있었다. 청사는 실실 웃었다.

 

 "안 그래도 현상금 때문에 사람들이 사냥하러 다니는 판국에 잘도 이런 짓을 하네요."

 "특이한 캐릭터란 말이지. 도둑이 범행을 미리 공지하다니."

 "바보 같은 짓이긴 하죠. 흑사 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흐음...."

 

 흑사는 강상일보를 손에 쥐고 생각에 잠겼다. 손에 쥔 부분으로 피가 스며들었다.

 

 "카쟝이 이렇게 광고하면서까지 관심을 끄는 이유가 뭐지."

 "저 녀석, 원래 사람들 관심 받는 거 즐기지 않습니까?"

 

 흑사는 강상일보를 땅에 던졌다.

 

 "찾을 수고를 덜었군. 이유가 어찌됐든, 우리는 카쟝을 잡는다."

 "그렇다는 말씀은!"

 

 청사는 원하던 대답이 나오자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31일에 명장제약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흑사님!"

 

 파헤칠 도적단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흑사는 카쟝이 자신의 아이를 납치했을 거라고 100% 확신했다.

 

 "백민관보다 내가 먼저 잡아서, 죽기 직전까지 고문할 거야. 손톱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눈동자가 한 줄씩 긁혀나가면 자신의 죄를 술술 불겠지."

 "게다가 현상금도 3000억이지 않습니까?"

 "현상금은 그저 부수적인 거야. 난 그 녀석이 잘못을 인정하고 설설 기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머리통을 부숴버릴 거야. 내 아들까지 되찾고 나면 그 녀석을 백민관에게 팔아야지. 생포만 하면 된다고 했으니 머리통 한 쪽이 부서져있어도 괜찮겠지."

 

 흑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다시 신문을 내려다봤다. 그 곳엔 피범벅이 된 카쟝의 예고장이 떨어져있었다.

 

 "내일 밤 11시.“

 

 

 ***

 

 

 "드디어 때가 됐군."

 

 민관도 내심 긴장되는지 가만히 앉아있질 못했다. 그는 눈을 돌려 날짜를 또 한 번 확인했다. 달력은 오늘이 12월 31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카쟝의 예고범행까지는 5분이 남아있었다.

 

 [PM 10:55]

 

 "사장님,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쳇. 카쟝의 장단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들 같으니라고."

 

 민관은 언제나처럼 30층 사장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건물을 타고 명장제약 꼭대기까지 닿았다. 수 백 명이 동시에 입을 열어도 만들지 못할 잡음이 정문의 구경꾼들로부터 배출되고 있었다. 민관은 창문으로 다가갔다.

 

 일몰 후였기에 사장실의 블라인드도 천장까지 올라가있었다. 민관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1층의 인파를 내려다봤다. 회사 정문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어림잡아도 10000명은 족히 넘었다.

 

 "개미굴 앞에 사탕이라도 떨어뜨린 것 같네."

 

 다들 백민관과 카쟝의 맞대결을 관람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취재진, 경찰, 어린이까지 많았으나 태반은 단순히 구경거리를 찾아온 구경꾼이었다. 몇몇은 카쟝의 범행예고장을 손에 꽉 들고 있었다.

 

 "백민관! 백민관!"

 

 수많은 관중들은 민관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를 응원했다. 흡사 백민관의 콘서트를 보러온 열성 팬들 같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민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경비 인원은 더 늘렸겠지?"

 "네. 평소의 10배로 늘렸습니다."

 

 그 중 일부는 명장제약 정문 밖에 서서 사람들이 출입을 막고 있었다. 그 덕분에 명장제약 옥외 주차장부터는 개미 한 마리도 함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카쟝이 원하던 그림이 딱 저런 거였겠군. 저 사람들 끝까지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해."

 "네. 알겠습니다."

 

 [PM 10:59]

 

 이제 카쟝이 약속한 시간까지 30초 남짓 남았다.

 

 "카쟝, 어디로 들어올 거냐. 하늘에서 내려올 거냐? 아니면 땅굴을 파고 올라올 거냐?"

 

 [PM 10:59:50]

 

 11시까지 10초가 남았다. 1층에 모인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모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0!”

 “9!”

 “8!”

 “7!”

 

 민관은 명장제약회사 곳곳에 배치되어있을 경비원들을 떠올렸다. 그는 많은 경비원이 회사 구석구석을 순찰하는 모습을 떠올리다가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민관은 장 비서를 불렀다.

 

 "장 비서, 추가 경비원은 어떻게 모집했지?"

 "전문 경비 업체에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전문 경비 업체?"

 

 민관의 눈동자가 빠르게 회전했다.

 

 “2!”

 “1!”

 

 [PM 11:00:00]

 

 뚝.

 

 사장실의 불이 꺼졌다. 아니었다. 명장제약회사 건물 전체가 정전되었다. 누군가 회사로 들어오는 전선을 끊은 것이었다. 반면 건물 밖에선 환호성이 들렸다.

 

 "카쟝이 나타났다!"

 “이야! 진짜 나타났어.”

 

 민관은 깜짝 놀라 창밖을 내다봤다.

 

 "저게 무슨 소리야?"

 

 그때 민관의 눈으로 검은 그림자가 지나갔다. 자세히 보니 그림자의 정체는 낙하산이었다. 명장제약회사 앞으로 낙하산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낙하산엔 누군가 타고 있었다.

 

 “카쟝?”

 

 주위의 모든 불이 꺼져있어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낙하산은 유유히 건물 정면으로 하강했다.

 

 "장 비서! 자가 발전기를 작동시켜!"

 "정전되자마자 작동됐습니다. 이제 곧 불이 켜질 겁니다."

 

 명장제약은 건물이 정전됐을 경우를 대비해서 지하에 자가 발전기가 설치되어있었다. 발전기는 정전이 일어난 경우 5초 안에 작동되었다.

 

 틱.

 

 다시 사장실에 불이 들어오고 명장제약 건물 전체에 불이 들어왔다. 민관은 밖을 내다보았다. 낙하산은 이미 땅에 닿아 흐트러져 있었다. 그때 백민관의 허리춤에서 무전이 들렸다.

 

 "사장님, 1층 초상화가 사라졌습니다."

 "1층 초상화?"

 

 1층에 걸려있던 백민관의 초상화였다. 3m의 높이를 자랑하는 커다란 그림이었다. 게다가 권성환 화백이 그려주었기에 꽤나 값이 나가는 작품이었다. 그 초상화가 정전된 사이에 사라진 것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초상화를 훔쳤다고?"

 

 민관은 초상화를 잃었다는 분노와 함께 명장제약에 불청객이 침입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카쟝이야. 카쟝 녀석이 1층에 있는 거야."

 

 민관은 당장이라도 1층으로 내려가서 카쟝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그는 분을 못 참고 성큼성큼 사장실 문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대로 출입문을 열고 로비로 나섰다. 카쟝의 목적지는 정해져있었다.

 

 "이 녀석 분명히 지하 3층으로 갔을 거야."

 

 그는 승강기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였다.

 

 철컥.

 

 민관의 뒤통수로 냉기가 서렸다. 민관이 덫에 걸린 걸 알아챘을 땐 이미 총알이 장전된 후였다.

 

 "손 들어."

 

 민관은 양손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의 앞으로 경비원이 보였다. 사장실 앞을 지키던 경비원이었다. 평소에도 사장실 앞에는 경호원이 한 명씩 서있었지만 지금 보이는 경비원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민관은 그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언제 들어온 거야?"

 "당신이 지금 생각한 시간보다 훨씬 더 이전에 들어와 있었지."

 

 민관은 카쟝의 총을 훑어보다가 다시 카쟝의 얼굴을 노려봤다.

 

 "그래서, 네가 나한테 총을 겨눠서 얻는 게 뭐지?"

 "내 동료, 어디 있어? 어디 숨겨놨어?"

 "지하 3층은 이미 다녀왔나 보네. 동료가 없어져서 몹시 당황했겠어?"

 "난 내 동료만 데려가면 돼.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자."

 "글쎄. 네 동료를 찾았다고 해도 너를 잡으려고 건물 앞까지 모여든 사람들을 피할 수 있을까?"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동료와 단 둘이 걸어간다면 눈에 띄겠지. 하지만 우리가 있던 곳으로 사람들이 어지럽게 뒤얽혀 들어온다면? 눈에 띌 가능성이 줄어들지."

 

 카쟝은 총으로 민관의 허리춤에 달린 무전기를 가리켰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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