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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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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 답
작성일 : 22-03-01     조회 : 72     추천 : 0     분량 : 7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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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사는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임을 직감했다. 곧 청사의 눈앞으로 경찰이 나타났다. 청사를 발견한 경찰은 총을 들이밀었다.

 

 "손들어!"

 

 청사는 망설임 없이 몸을 던져 그 경찰을 덮쳤다. 경찰은 총을 쏠 타이밍을 놓치고 청사와 함께 바닥에 부딪혔다. 청사는 경찰의 총을 뺏으려 했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경찰 말은 듣지 않는다! 알겠냐?"

 

 하지만 여전히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동자로는 2명의 경찰들이 도우러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도적에게 깔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다리를 신속하게 움직였다.

 

 "에잇!"

 

 청사는 왼팔로 경찰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켰다. 이윽고 그는 다가오는 경찰들을 향해 총을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으...."

 

 그는 없던 힘까지 짜내 손가락을 움직였다. 곧 방아쇠가 움직였다.

 

 철컥.

 

 총알이 없었다.

 

 철컥. 철컥.

 

 "젠장."

 

 장전을 하려 했지만 팔 한 쪽이 걸레짝이 되어 쉽지가 않았다. 경찰들은 청사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자 곧장 총을 꺼냈다. 그들은 청사가 장전하기 전에 서둘러 장전했다. 즉시 두 자루의 총이 장전이 되고 두 총구가 눈동자처럼 청사를 노려봤다.

 

 탕! 탕!

 

 2번의 총성. 청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 그를 겨누고 있던 경찰들이 쓰러져있었다. 청사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한 단원이 서있었다.

 

 "어? 넌 그때 칼을 떨어뜨렸던?"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흑사님이 탈출로를 뚫으셨습니다."

 

 미네민은 청사를 탈출로로 인도했다. 청사는 고맙다는 말도 잊은 채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근데 이 상황에서 흑사님은 어떻게 탈출로를 만드신 거야?"

 

 미네민은 먼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경찰차들이 무리지어 달리고 있었다.

 

 "저 차들은 왜 여기서 멀어지고 있지?"

 "가장 앞에 달리는 차를 흑사님이 운전하고 계십니다."

 

 흑사는 자신이 미끼가 되어 경찰들의 시선을 돌렸다. 흑사단은 작전 전에 만들어놨던 대피로를 이용하면 은신처로 갈 수 있었다.

 

 "내가 도와드려야 돼."

 

 청사는 주변을 돌아보며 자동차를 찾았다. 하지만 자전거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미네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청사님이 또 사라지시면 흑사단을 제어할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청사는 그제야 깨달았다. 방금 전 자신이 무턱대고 나섰던 탓에 이 사달이 났다는 사실을. 청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피로로 가지.“

 

 

 ***

 

 

 [경찰, 흑사단과의 전쟁에서 승리]

 

 꼭두새벽부터 신문과 뉴스는 떠들썩했다. 마루의 모든 언론사가 어제 발생한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신문에는 오성한 경찰청장의 사진이, 뉴스에서는 경찰청장과의 인터뷰가 반복해서 나왔다. 지금 TV로 나오는 모든 영상은 경찰청장의 얼굴로 도배되었다. 그런 그의 뒤엔 포박된 흑사단원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기자는 줄지어 체포된 흑사단원들을 배경 삼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럼 송혜성 장관님은 무사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송 장관님은 저희가 미리 대피를 시켜놨기 때문에 손톱만큼의 피해도 입지 않으시고 잘 계십니다."

 "이번에 송 장관님을 노렸던 흑사단은 얼마나 되나요? 그리고 경찰이 도적들을 얼마나 체포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제 사건현장에 있었던 흑사단은 최소 1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총격전에서 사망한 인원이 14명, 생포한 인원이 36명입니다."

 

 카메라는 곧바로 흑사단원들의 얼굴을 촬영했다. 체포 과정에서 얼굴이 땅바닥에 쓸려 생채기가 난 이도 있었고 눈 주위에 멍이 생긴 사람도 있었다. 체포된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분한 표정이라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흑사도 그 현장에 있었나요?"

 "예. 있었습니다. 저희가 잡으려고 했으나 부리나케 도망치는 통에 놓쳐버렸습니다."

 

 오성한 경찰청장은 TV를 보고 있을 흑사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일호는 TV를 껐다. 어차피 아침부터 계속 봐왔던 내용이었다. 더 이상 새로운 정보를 얻을 리가 없었다.

 

 "자화자찬의 연속이네."

 

 그의 오른손에는 강상일보가 들려있었다. 강상일보 1면에도 경찰청장의 얼굴이 커다랗게 걸려있었다.

 

 "강상일보도 이제 다른 신문사와 다를 바가 없네."

 

 강상일보는 날이 갈수록 수요가 줄었다. 기사의 질은 다른 신문사보다 좋았지만 일손이 달려서인지 신문의 두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는 일간신문에서 주간신문으로 바뀔 위기에 처해있었다.

 

 오효인 편집장은 [카쟝 Inside] 마지막 화를 강상일보에 싣지 않았다. 카쟝이 준 마지막 한 방으로 돈을 왕창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카쟝의 앞길을 막고 싶지 않아서인지 효인은 그러지 않았다. 일호는 그 기사가 카쟝의 정체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기사이기에 효인이 참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결국 강상일보는 카쟝과의 관계가 사실화되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 사건 이후 절반이 넘는 구독자가 구독을 중단했다. 마루시에서도 여러 압박과 통제가 들어왔다. 현재는 신문 광고도 줄어 돈벌이도 거의 안 되는 상황에서 꾸역꾸역 출간하는 신세였다.

 

 돈도 없다보니 다른 언론사처럼 특종을 잡기 위해 투자를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카쟝의 사망소식이 알려지며 [카쟝 Inside]도 무기한 휴재가 되었다. 강상일보만의 특별 기사도 없었어진 셈이었다.

 

 "여기도 별 다른 내용은 없네."

 

 일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상일보를 정독했지만 역시나 다른 신문과 같은 내용이었다. 백민관이 정기 구독하던 신문이었기에 현재까지 명장제약회사로 배달될 뿐이었다. 애초에 안 읽었다면 굳이 구독을 신청하진 않았을 그런 신문이었다. 그는 신문을 내려놓고 의자에 기댔다.

 

 "근데 흑사단이 약해진 거야? 경찰이 세진 거야?"

 

 매번 뒷수습만 하던 경찰들이 흑사단을 일방적으로 혼쭐냈다는 게 조금 의외였다. 마루 시민들도 경찰의 이번 성과에서 '도적단 소탕'을 향한 실낱 같은 희망을 발견했다. 하지만 일호는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흑사단이라는 이름이 보일 때마다 침샘이 점점 말라갔다.

 

 "다음 주까지 치료제를 구하지 못하면 흑사가 명장제약으로 찾아올 거야."

 

 일호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고 있었다. 명장제약에선 학목 바이러스 전담팀도 전보다 훨씬 크게 만들어졌다. 그는 명장제약 3층 전부를 학목 바이러스 분석과 치료제를 개발하도록 꾸렸다. 학목 바이러스를 구하기는 쉬웠지만 그것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근데 이런 방식이라면 다음 주는커녕 다음 년도 안으로 항체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이야."

 

 현실적인 답은 하나였다.

 

 "카쟝이 어서 치료제를 들고 와야 할 텐데."

 

 일호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똑. 똑. 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일호는 자세를 고쳤다.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성민석의 얼굴이 보였다. 성민석은 저번 면접을 통해 백민관의 새로운 비서가 되었다. 그는 백민관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환기 팀장님이 올라오셨습니다."

 "한 팀장? 신약 때문인가?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성민석이 나가고 곧이어 한 남성이 들어왔다. 일호보다 적어도 10살은 많아 보이는 남성이었다. 그 남성은 일호에게 꾸벅 인사했다.

 

 "사장님, 여기 계셨군요. 저희 팀의 신약개발 경과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일호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한 팀장, 요즘 바쁘지?"

 

 한환기는 연구2팀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있었다. 염색체를 보호하여 노화를 저해하는 약이었다. 게다가 부작용이 거의 없다시피 한 노화저해제라서 명장제약에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유일한 부작용이라면, 성장이 저해되거나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성년자에게는 사용이 금지였다. 반면에 성인에게는 부작용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더욱이 하루에 소량만 투여해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 약의 미래가 곧 명장제약의 미래였다.

 

 "어제 신약 허가를 신청했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한 팀장은 신약 개발 보고서와 허가 신청서를 사장의 책상에 올려놨다. 일호는 그것들을 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잘했어. 허가가 떨어지면 대량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약속하지."

 "감사합니다."

 

 환기는 사장의 약속을 받음과 함께 용무를 마쳤다. 그는 사장에게 인사하고 문밖으로 걸어갔다. 환기는 문은 열기 전, 뒤돌아서서 일호를 바라봤다.

 

 "사장님."

 "왜?"

 "오늘은 안 내려가 보십니까?"

 "내려가다니? 어디를?"

 "보통 10시면 회사를 돌아보시지 않으십니까. 벌써 10시 30분이 다 됐습니다."

 

 일호는 그제야 자신이 오늘 10시 순회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참. 이것 좀 봐. 내가 정신이 팔려서 까먹었군. 고맙네."

 

 일호는 서둘러 책상을 정리했다.

 

 "저는 먼저 내려가 있겠습니다."

 

 사장이 내려갈 채비를 하는 모습을 뒤로 한 채 환기는 사장실을 나왔다. 환기가 로비로 나오니 성 비서가 눈에 들어왔다. 환기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 같은 동아리 선후배 사이였다.

 

 "민석아, 사장님이 일정을 까먹으시면 네가 알려드려야지."

 "죄송합니다. 저도 아직 적응하는 중이라서 일정이 헷갈리네요. 사장님이 안 나오시길래 오늘은 안 내려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사장님 요즘 저렇게 깜빡깜빡 하시나?"

 "옛날 일과 관련해서는 종종 그러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 일들은 누구보다 또렷하게 기억하고 계시던데 말이죠."

 "흠, 이상하단 말이지."

 "뭐가 이상해요?"

 "오늘도 그래. 사장님이 50년 넘게 하셨던 회사 순찰을 까먹으신 것도 그렇고. 대화하는 방식도 뭔가 다정해졌다고 해야 하나? 내가 10년이 훌쩍 넘도록 백 사장님 밑에서 일을 했는데 말이야. 요새는 내가 알던 분이 아닌 듯한 느낌이야.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그러신가요?"

 "넌 어차피 이번에 처음 뵌 거라 차이를 못 느끼겠지. 그래, 일단 넌 신경 쓰지 말고 사장님 일정이나 잘 챙겨드려."

 "네. 그래야죠. 그게 제 업무니까요."

 "그나저나 넌 여기 왜 지원한 거야?"

 "백 사장님 옆에서 일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행운이 어디 있어요. 경쟁률도 어마어마했어요."

 "뭐, 그 경험으로만 치더라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하지. 아무튼 조심해. 너, 네가 들어간 비서 자리가 왜 공석이 되었는지 알아?"

 "그건 따로 말씀 안 해주셨는데. 업무 강도가 높아서 그만 두신 겁니까?"

 

 환기는 민석에게 한 걸음 다가가 속삭였다.

 

 "죽었거든. 엄청 우락부락한 사내였는데 말이야. 키도 이만큼 크고."

 

 이전 비서의 공석 사유에 민석은 눈이 동그래졌다.

 

 "왜 돌아가셨답니까?"

 "최근에 도적단이 여기 침입한 적 있지? 너 입사하기 전에."

 "네. 그거 모르면 마루 사람 아니죠."

 "그때 도적단한테 당했나 봐."

 "그러셨구나."

 "내가 해줄 말은,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거야. 사장님이라고 항상 안전이 보장되어있는 분이 아니야. 그 옆에 있는 너도 마찬가지고. 네 몸은 네가 챙겨."

 "알겠습니다."

 

 그때 사장실에서 일호가 나왔다.

 

 "둘이 대화중이었나?"

 

 환기는 화들짝 놀랐다.

 

 "네. 오랜만에 만난 후배라서요. 참 아끼던 후배였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전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래, 딱 봐도 한 팀장 얼굴에서 반가움이 묻어나오네. 좀 이따 또 보지."

 "네. 알겠습니다."

 

 한 팀장은 내려갔고 일호와 민석은 순회를 시작했다.

 

 

 ***

 

 

 카쟝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택시에서 내렸다. 고개를 드니 언덕 위로 교도소가 보였다. 교도소 정문과 그 문 좌우로 이어진 담장. 오늘따라 담장이 더욱 높아 보였다. 카쟝은 길을 따라 걸었다. 3번째 방문이라 길도 익숙해졌다. 오늘은 잔룡도 우 박사도 없었다. 카쟝 혼자 교도소까지 왔다. 그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하게 걸었다.

 

 "그냥 정문 앞까지 태워 달라고 할 걸."

 

 카쟝의 오른손에는 서류가방이 들려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필요한 물건들이 담겨있었다. 숨이 살짝 가빠질 즈음 교도소 정문이 보였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왔다.

 

 "아침이라 꽤 쌀쌀하네."

 

 아침바람을 맞으며 정문에 도착했지만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쟝은 정문 옆에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곧이어 안에서 누군가 나왔다. 예전에 카쟝과 우 박사를 안내했던 공무원이었다.

 

 "어? 의사선생님, 왜 이리 일찍 오셨어요?"

 "날씨가 좋아서 일찍 나왔어요."

 "그러시군요. 어서 들어가시죠."

 

 공무원은 의사로 변장한 카쟝을 알아채지 못했다. 덕분에 첫 관문은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또 다른 철문이 나왔다. 앞서가던 공무원은 공무원증을 꺼내 철문 우측 센서에 가져갔다. 곧 문이 열렸다. 카쟝도 주머니에서 공무원증을 꺼냈다. 그도 센서에 공무원증을 댔다.

 

 삑-

 

 문이 열렸다.

 

 '휴.'

 

 공무원증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카쟝은 교도소를 첫 방문한 뒤에 교도소에 재직 중인 의사에 대해 조사했다. 그의 인적사항부터 생활패턴까지 낱낱이 기록했다. 그 결과 그가 아침마다 교도소 언덕 밑에 있는 사우나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이면 1시간 정도 사우나를 들렀다가 교도소로 출근하는 식이었다. 그 사실을 안 카쟝은 오늘 아침 그가 다니던 사우나로 갔다. 카쟝은 의사가 탈의실에 옷을 벗어놓고 사우나실로 들어가자 그의 옷에서 공무원증을 슬쩍했다.

 

 '잠깐 없어진 거니 알아채지 못 하겠지.'

 

 카쟝은 이제 교도소 운동장 옆을 지나 건물로 들어갔다.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하는 과정은 수월하게 끝났고 문제는 금속 탐지기였다. 카쟝은 서류가방을 옆에 놓고 몸부터 통과했다. 탐지기는 울리지 않았다. 다음은 서류가방이었다.

 

 삐-

 

 금속탐지기가 작동했다. 교도관은 의심의 눈초리로 카쟝을 노려봤다.

 

 "의사선생님 서류가방에 들은 게 뭡니까?"

 

 카쟝은 재빨리 서류가방에서 그 물건을 꺼냈다. 그는 그 물건을 교도관에게 보였다.

 

 "새 청진기를 가지고 왔거든요."

 "청진기는 진료실에도 있지 않습니까? 일단 가져와 보세요."

 

 카쟝은 청진기를 꺼내서 교도관에게 가져가는 사이에 몰래 청진기 머리 부분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 물건은 자연스레 카쟝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교도관은 카쟝이 건넨 청진기를 받아 유심히 관찰했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도 찾지 못했다.

 

 "이런 물건들은 미리 신고하고 가져오셔야 돼요. 우선은 제가 신고 처리를 해놓을 테니 일단 여기서 보관하고 있을게요. 허락이 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진 예전 청진기를 사용하세요."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그럼 새 청진기는 다음에 따로 찾아갈게요."

 

 교도관은 카쟝의 서류가방을 다시 들고 탐지기에 통과시켰다. 이번엔 탐지기가 울리지 않았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안 그래도 수감자 한 명이 새벽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고 진료를 받고 싶어 합니다."

 "일찍 오길 잘했네요. 당장 진료실로 보내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쇼."

 

 카쟝은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진료실로 향했다. 그가 걷던 복도 왼편으로 진료실이 나왔다. 카쟝은 진료실로 들어가 차분하게 가운을 입었다. 환복을 마친 그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훑었다.

 

 '진료실 안에는 감시카메라가 단 하나.'

 

 1대뿐이었기에 사각지대를 찾기 수월했다.

 

 "오, 이런 것도 있었네?"

 

 책상 옆에는 비상 버튼도 달려있었다. 수감자가 난동을 부릴 경우 그 버튼을 누르면 교도관들이 즉시 달려왔다.

 

 "오늘은 사용할 일이 없을 장치군."

 

 카쟝이 진료실을 한 바퀴 돌아보고 의자에 앉자마자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온다."

 

 똑. 똑. 똑.

 

 노크소리가 들리고 교도관과 수감자가 들어왔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이 수감자가 새벽부터 자꾸 아프다고 진찰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 징징거렸던 수감자는 역시 금정이었다. 금정은 수갑을 찬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계속 콜록거렸다. 카쟝은 태연하게 금정을 의자에 앉혔다.

 

 "교도관님, 모닝커피나 한 잔 하고 오세요. 진료가 끝나면 교도관님을 부를게요."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말썽피우면 바로 비상버튼 누르시면 됩니다."

 

 교도관은 복도로 나갔다. 금정이 머뭇거리며 주변을 살피자 카쟝이 먼저 목소리를 풀고 입을 열었다.

 

 "금정 씨 맞으시죠?"

 "네."

 "시간 맞춰 왔네."

 

 카쟝의 한마디에 금정의 눈빛이 바뀌었다. 금정도 눈치가 제법 빨랐다.

 

 "뭐야, 당신 누구야?"

 "누구긴. 약속시간에 만나기로 한 사람이지."

 

 금정은 눈이 동그래졌다.

 

 "세상에, 변장하신 거예요?"

 "그렇지."

 

 금정은 놀라움과 안도가 섞인 숨을 내뿜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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