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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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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 불리는 스에마쓰 아야코
작성일 : 24-02-05     조회 : 48     추천 : 0     분량 : 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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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42)

 신이라 불리는 스에마쓰 아야코.

 

  아야코의 절친 셋은 모두 여자다. 아야코의 절친은 이시하라 유우의 절친이기도 했다.

 아야코의 절친 유리나와 미나미는 카이세이 영재고를 마다하고 아야코를 따라 가쿠슈인에 왔다. 아야코는 이시하라 유우와 달리 학교생활 외는 혼자 다녔다.

 또 하나는 스에마쓰 아야코의 엉뚱한 발상과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가쿠슈인 입학식 때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연단에 선 교장이 놀라 혼절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야코가 얻은 별명이 파라슈트걸이었다.

 고1 여름과 겨울방학 때 혼다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노르웨이의 애틀란틱 로드로부터 파키스탄의 낭가 파르밧까지 7곳을

 도로 사정에 따라 곡선은 최저 60km에서 직선은 최고 200km 이상으로

 달려 완주하기도 했다. 정작 아야코 부모들은 신경도 안 쓰고 무덤덤했는데

 가문의 원로들이 가문 문 닫을 일이 있냐며 노발대발해 결국 가문에서

 아야코 몰래 오토바이를 가지고 가서 분해해 없애버렸다.

 아야코는 그때 자기로 인해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반면에 아야코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덕 본 자도 있었다.

 바로 나다. 스에마쓰 아야코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나라는 인간하고 인연의 끈이 닿았던 거였다.

 가쿠슈인 도서관 옥상에 올라간 아야코는 결심했다. 아니 그런 결심이 그런 충동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건 떨어질 때 자기를 구하는 사람과 사귀겠다는 결심이다. 그 결심이 왜 생겼는지 따져 보지 않았다. 그냥 느닷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구하지 못한다면? 만일 구한 사람이 여자라면? 내가 물은 적이 있었다. 그건 신의 영역이기에 자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운명의 남자가 나타날 거라 확신했다고 했다. 바로 나라고 했다. 만일 이것저것 따졌다면 떨어지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갈등하다가 떨어졌다면 목뼈가 부러져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운명의 만남은 순수(純粹)에서 온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며 그건 거역할 수 없는 초자연적(超自然的) 우주의 섭리라고 했다.

 운명의 그 날, 내 남은 생의 첫날 아침은 싱그러웠다. 맑은 하늘과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바람에 스치는 꽃들의 향기가 더욱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꿈만 같은 등교였다. 과연 이런 날아갈 거 같은 기분으로 등교한 적이 내게 있었던가? 큭... 매일 등교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일을 당할까 전전긍긍(戰戰兢兢)했는데, 실내화에 든 지네에 물려 양호실에 누워있을 그때가 그리웠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성제가 지네를 실내화에 넣은 건 당연한 거였다. 흐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지배배 새들의 지저귐도 좋고 삼삼오오 급우끼리 짝을 지어 종알종알 지껄이며 등교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오늘은 쥰페이랑 뭘 하고 놀지, 그때, 등교하는 애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도서관 옥상을 올려다봤다. 나도 무심결에 올려다봤다, 어 떨어지겠네, 막상 떨어지자 그 많은 수의 사람들은 놀라기만 하고 감히 나서지 못하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안타까워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나는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 힘껏 뛰어올라 아름드리나무를 밟고 반동으로 다시 뛰어오르며 떨어지는 스에마쓰 아야코를 안았다. 안을 때 새털마냥 가볍다는 생각을 한 게 끝이었다. 그 뒤로는 기억에 없다. 떨어지는 운동의 법칙에 나는 아야코의 머리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이틀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던 거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떨어지는 스에마쓰 아야코를 안고 도서관 앞에 있는 잎이 무성한 아름드리나무에 의도적으로 몸을 부딪쳐 완충작용을 받았기에 그 정도 충격으로 끝났지 만일 그러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면 아마 나는 황천길로 갔을 거라고 의사 선생이 말했다고 했다. 당연히 스에마쓰 아야코는 살았겠지만...

 내가 이틀 동안 사경에 헤맬 때 스에마쓰 아야코는 이틀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그 자리서 화석(化石)이 되어 내가 깨어나기만 기다렸다고 했다. 아야코야 너 오줌 안 마렵더냐? 궁금해서 물은 적이 있었는데 아야코는 씩 웃기만 했다.

 정말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비상(非常)한 것들은 독한 구석이 있었다. 도저히 우리 같이 대충 닥치는 대로 사는 것들하고 달랐다.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하얀 쌀밥 속에서 뭔가 꿈틀거렸다. 나는 겁을 잔뜩 먹고 젓가락으로 미확인 물체가 뭔지 살며시 쌀밥을 떠올렸다.

 

 -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고 도시락을 내팽개치고 도망갔다. 뒤통수에 성제와 그 패거리들이 웃음이 따라왔다. 붉은 전갈이었다. 호텐토타 타물루스로 불리는 인도 붉은 전갈이었다. 그 정돈 약과였다.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 수십 마리를 내 가방에 넣기도 했고 구더기가 바글거리는 죽은 쥐를 내 책상 서랍에 넣어두기도 했다. 나에 대한 성제의 악동 짓은 갈수록 극악했다. 한번은 책상 위에 둔 체육복 속에 성제가 몰래 뱀을 넣어 내가 모르고 들다가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며 체육복을 던졌는데 성제 패거리에게 날아간 뱀이 물어 패거리는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까치 살모사라고 불리는 칠점사였다. 물리면 일곱 걸음 만에 죽는다는 맹독을 가진 독사였다. 그때는 성제도 놀랐는지 패거리를 물고 있는 칠점사를 잡아 책상에 태질을 쳤다. 눈이 돌아갔다. 미친 듯이 쳤다. 칠점사는 대가리가 날아가고 몸뚱이가 날아갔다. 그때 우리는 악마를 보았다. 칠점사에 팔이 물린 패거리는 결국 팔을 잘랐고 대신 백수로 놀고먹던 패거리 아버지가 민암 사학재단 대학의 경비 자리를 얻었다고 했다. 그 사건으로 성제는 체육선생에게 불려가 마디가 찰진 대나무 몽둥이로 손바닥 3대를 맞았다. 그러니 성제가 체육선생과 원수질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비상 교무회의가 열렸다. 쓸데없이 비대한 음악 선생 ’쓸비‘가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고 하다가 교장 선생한테 입에 빵이라도 물려주면 조용하겠느냐는 핀잔을 듣고 질질 짰다고 체육선생이 히야시 잘된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이 속이 시원했다고 했다.

 재크나이프 던지는 장난은 주로 ‘쓸비’ 쓸데없이 비대한 음악 선생 시간에 했다. 어묵 국물 속에 든 머리카락까지 찾아내는 ‘쓸비’가 눈에 뭐가 씌었는지 성제가 재크나이프로 나를 과녁 삼아 던지는 걸 봐도 장난이라고 했다. 오히려 라면박스를 뒤집어썼다고 대나무 몽둥이로 내 머리를 때렸다.

 그날도 뒷산 성제 아지트에 빵셔틀을 하고 내려오던 중이었다. ‘쓸비’가 수업 중에 화장실에 가는 게 보였다. 민암 사학재단은 오래된 건물이 많았다. 건물을 하나씩 지으면서 하나씩 학교가 늘어났다. 내가 다니던 신축 건물인 고등학교보다 먼저 생긴 중학교 건물이 낡았고 부실했다. 그래서 중학교 수세식 화장실은 운동장 구석에 있었다. 시골집 화장실처럼 앉으면 밑에 가득 찬 똥이 보였다. ‘쓸비’는 중학교 음악도 가르쳤다. 요정 집에서 손님을 상대로 남편은 전자 오르간을 두드리고 자긴 유행가를 불렀던 음악 선생이 장제갈을 만나 민암 사학재단의 음악 선생이 되었다.

 전의가 불타올랐다. 살금살금 화장실 뒤로 가 변비에 끄응, 끙, 힘을 쏟는 ‘쓸비’가 앉은 곳 정화조 시멘트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내 머리만 한 돌을 주워 정화조에 던졌다.

 

 -풍덩!

 -으악!

 

 나는 소리 소문도 없이 달려가 시치미 떼고 교실에 들어갔다. 나는 성제가 어떤

 모진 고문을 해도 유관순 누나처럼 절대로 내가 그랬다고 자백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다. '쓸비'는 똥을 뒤집어쓰고 방과 후까지 그 비대한 몸으로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고 했다. 통쾌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뱄다.

 

 -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더니, 실실 웃는 걸 보니 딱 그렇네, 일어나지?

 

 누가 일본말로 했다. 중저음이었다. 그러나 내 귀에 들린 말이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럼 여긴 한국이 아니고 일본이구나, 잠깐, 그렇지 떨어지는 누굴 안았지, 내가... 그럼, 내가 꿈에서 깨어났구나, 그때 비로소 내가 깼다는 것을 인지했다.

 

 - 네?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데, 동서, 아니 삼촌,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내 눈을 까보더니 한마디 던졌고 엄마가 놀라며 일본말이라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 머리를 다친 거지, 사지는 멀쩡합니다, 이제 깨어났으니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거지요, 아이구 이 몸 봐, 딴딴한 게 야구공 만지는 거 같아요, 허허.

 

 의사 선생 말에 더 누워 버티기가 그랬다. 타이밍을 놓치면 뻘쭘해지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거 같아서 삼촌이 통역하기 전에 벌떡 일어났다. 나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더니 반가워 침대 주변으로 모였다.

 1인실 병실은 특실을 넘어서 고급 펜션의 거실처럼 넓고 거창했다. 내가 왜 이런

 고급진 병실에 누워 호강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족들 앞에서는

 호기(豪氣)를 부렸다.

 

 - 아 잘 잤네.

 - 살아 있네.

 - 어, 엄마, 여긴 어쩐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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