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첫회보기
 
나는 누구 집 아들?
작성일 : 24-02-21     조회 : 45     추천 : 0     분량 : 4094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57화

 나는 누구 집 아들?

 

  명문에 속하는 쇼와학원 슈에이 중고등학교(昭和学院秀英中高等学校) 3학년생인 아베 신타로는 애꾸눈 잭처럼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풀이 죽은 채 학교를 오갔다. 패거리들도 예전처럼 어울렸지만, 동급생이나 같은 학교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기는 하지만 일부러 학생들을 피했다. 어떤 겁 없는 학생은 아베 신타로를 깔보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아베 신타로는 그 학생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

 아베 신타로는 양아치지만 공부는 꽤나 잘했다. 그래서 명문 슈에이 고등학교에 들어간 거였다. 그러니 일자무식 아베 노부스케(安倍 信介)가 아베 신타로를 하늘 받들 듯이 하는 거라고 소문이 야쿠자 세계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숙모는 가쿠슈인 들어가고부터 멈췄던 훈련을 재개했다. 동시에 과외도 시작했다. 손가락 6개라 별명이 육손인 작은아버지도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작은아버지 부부는 사업과 집안일로 무지하게 바쁜데도 짬을 내 나를 단련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새벽 5시 반부터 지하에 마련한 도장에서 혹독한 격투기 훈련부터 시작해 유도, 검도, 복싱, 태권도, 봉술 등 다양하게 가르쳤다. 처음엔 일어나기 싫어서 속이 안 좋다, 다리가 접질리었다, 등 핑계를 대어도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는 포기하고 순순히 따랐다. 몸이 가벼워야 정신도 맑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면 공부도 잘되니까 자연적으로 대학도 쉽게 패스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야코와의 만남이 뜸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더 만나고 붙어 다녔다. 그 사건 이후로도 우리는 여전히 나와 아야코, 쥰페이와 유리나 두 커플과 데면데면한 사이인 미나미와 황위 계승 7위 다이히토, 우리 6인은 더 친밀해졌고 더 한 몸이 되었다.

 한 번은 쥰페이와 쥰페이 집에 있을 때 쥰페이를 꼬드겼다.

 

 - 너희들,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 또, 뭘 넘겨짚으려고 이러시나?...

 

 쥰페이 집 거실은 어지간한 집 크기이었다. 그것도 정원이 딸린, 실제로 쥰페이 집 거실엔 실내 정원이 자리 잡았다. 작은 식물원을 옮겨놓은 것 같았다. 누가 일본 집이 아니라 할까 봐 자로 재듯이 인공적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연못도 있었고 비싼 관상어 아시아 아로와나 금용(金龍)도 그 연못에 놀았다. 나는 일본에 생존하는 또 다른 베아트리체라고 부르는 쥰페이 엄마가 내놓은 몽모랑시 타트체리에 망고를 섞은 최고급 쥬스를 한 모금 마시며 냅다 한마디 던졌다.

 거실에서 쥰페이는 겨울방학 때 놀러 갈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리모컨으로 TV 여행 프로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 접때 북오프(Book off)점 갔을 때...

 

  쥰페이가 느낌이 이상한지 나를 쳐다봤다.

 

 - ‘사요나라 황제별’ 어쩌구저쩌구 할 때 너희들 일제히, 동시에, 자동적으로, 자연스럽게 아야코를 쳐다봤잖아...

 - 보면 안 돼?

 - 봐도 되지, 왜 보느냐고 따지는 게 아니라, 일제히, 동시에, 자동적으로, 아차 싶어

  다시 고개를 원위치하냐, 그 말이야?

 - 그게 뭐가 이상해, 참 나... 겨울방학 때 어디갈래?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나라 설국으로 갈래? 다테야

  마...

 - 야, 임마 나도 무식한 거 알지만 설국 정도는 안다...

 

 성제에게 강간당하고 극도의 수치심과 자학(子瘧)으로 목매 자살한 우리 동네 문학소녀 누나가 갑자기 떠올려져 가슴이 아렸다. 문학소녀 누나를 통해 1년 정도 문학에 심취했을 때 그때 들은 기억이 있어서 큰소리친 거였다. 글이 감각적이며 서정성이 빼어나고 허무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어쩌고 저쩌고... 들려주는 누나의 눈이 슬펐다. 샴푸한 머리에 솔향(率香)이 아련히 났었는데, 그러면 나는 아득해지고 누나와 꿈속 꽃들이 만발한 푸른 잔디가 깔린 야트막한 동산을 뛰어다녔다. 아쉽고 안타깝고 아까웠다. 누나가 악마 성제 때문에 졸지에 불귀(不歸)의 객(客)이 되다니... 성제에 대해 복수를 다짐하며 얼마나 벽을 치고 울었던가...

 

 - 괜히 자기 디스야...

 - 말 돌리지 마, 임마...

 - 엄마, 엄마 젖, 몽이 만지고 싶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만지게 할 거라고 했잖아

  요?

 - 응, 왜? 지금 만지게?

 - 아니에요, 야, 임마 내가 언제?

 

 마침 쥰페이 엄마가 왔고, 나는 화들짝 놀라 뛰어오르다시피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나는 부끄러워 얼굴이 붉다 못해 새하얘졌다.

 사연인즉슨 내가 성제에게 학폭을 당하고 일본 오기 전 어릴 때 엄마 젖 만지며 잠들곤 했는데 그때가 떠올라 이젠 영원히 엄마를 못 만날 거 같아 엄마 자궁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충동에 엄마 젖을 만졌더니 엄마가 화들짝 놀라다가 내 저의(底意)를 알아차리고 가만히 계셨다고 쥰페이에게 자초지종 말했더니, 쥰페이가 그날 당장 쥰페이 엄마에게 엄마 나도 몽처럼 엄마 젖을 만져도 되냐고 물었고 쥰페이 엄마도 쾌히 승낙했다고 했다. 그리고 쥰페이가 한술 더 떠 만일 몽이 엄마 젖을 만져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약간 당황하다가 몽도 아들인데 뭐 어때 했다고 나에게 전했다. 그래서, 나도 우리 엄마한테 물어 봐라고? 귀빵망이 맞는 꼴 보고 싶냐?! 그러고 싶었지만, 우리 엄마도 그래, 좋아, 하면 나만 뻘쭘하잖아,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 엄마, 나하고 몽하고 둘 중 아들 하라면 누구 할래요?

 - 몽.

 

 쥰페이 엄마는 1도 망설임 없이 나를 택했다. 쥰페이 엄마도 우리 엄마 곽세린 여사랑 똑같이 대답했다. 이유는 쥰페이 너보다 몽이 잘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엄마는 쥰페이가 나보다 잘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듯이, 쥰페이 엄마는 하나 더 덧붙였다. 내가 모성 본능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 어머니, 얘 말 믿지 마세요, 내 질문에 대답이 궁하니까 말 돌린다고 그러는 거예요.

 - 아냐, 엄마 젖이 생각나면 언제든지 말해.

 

 나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변명했지만 쥰페이 엄마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아, 당황스러워, 쥰페이 이 자슥...

 일본판 베아트리체인 쥰페이 엄마의 말이 이상하게도 저속하거나 도색적(桃色的)이거나 천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귀(高貴)했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의 모성 본능을 불러일으킨 손놀림일 거라는 것에 한 치의 오차도 오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쥰페이, 너 또 장난친 거지?...

 - 쥰페이는 매일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지 않으면 공황장애 오는가 봐요, 킥킥...

 - 난, 니 사랑은 필요 없다, 몽이 날 사랑하니까, 흥~

 

 쥰페이 엄마가 내 말에다가 기름을 부었다.

 

 - 미투, 나도 한국에 엄마가 있으니까요, 헤...

 - 그래?

 

 쥰페이 엄마가 최고급 수제 찹쌀 모나카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냉랭하게 되받았다.

 쥰페이 엄마가 집 안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휑하니 올라갔다.

 

 - 야, 임마, 말을 그렇게 하냐, 엄마 섭섭하게...

 - 큭, 우리 엄마 장난 한 수 위야, 행동주의자, 실천주의자...

 - 무슨 말이야?

 - 나중에 알게 돼.

 - 그래? 알겠어... 너 혹시... 사요나라 황제별 아야코 작품이야?

 - 뭐? 직접 물어봐.

 - 너 진짜 말 안 할래? 엄마까지 바꿔치기하자는 놈이...

 

 내가 다그쳤다.

 

 - 그냥 감(感)으로 잡아...그 감이 맞을 거야... 이 정도로 하자, 더 이상은 내가

  불편해...

 - 피를 나눈 형제 어떻고 저떻고 할 때는 언제고, 속 시원하게 말해 주면 안 돼?

 - 아야코는 선남선녀의 순수한 교제? 이러기를 바라는 거 같애... 아무래도 선입견이 들면 니가 주눅이 들까 봐...

 - 그러니까 더 선입견이 드네, 그전엔 무뎠어 몰랐는데...

 - 물어 봐, 직접... 난 입장 곤란해...

 - 니가 이 정도로 나오는데 내가 아무리 벽창호라도 사요나라 황제별 작가가 누군지 단박에 알아차리겠다...

 

 쥰페이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큰 캐리어를 싣고 내려왔다.

 

 - 내가 뭐랬니, 우리 엄마 저렇다니까...

 

 쥰페이는 알고 있었다. 쥰페이 엄마가 다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라 그렇게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워해야 했다.

 엄마 장난에 장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쥰페이는 효자니까...

 

 - 어머니 어디 가십니까?

 

 내가 뜬금없어서 물었다.

 

 - 아니, 내가 아니고 쥰페이가 갈 거야, 아들 바꿔치기하기로 했잖아, 니 방은 쥰페이가 쓰는 방을 쓰도록 해라. 빠른

  시일 내에 니 구미에 맞게 리모델링 해줄 테니까.

 -네?!

 

 나는 영문을 몰라 당황했고, 놀랬다. 쥰페이는 피식 웃었다.

 

 - 쥰페이, 빨리 가 나리타 공항에 5시 비행기 예약해놓았어.

 - 내일 가면 안 될까요?

 - 안 돼, 몽대 엄마가 니 엄마라며? 빨리 가 엄마 기다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76 닷코부호(達古武湖) 호수 눈발 속에 뿌려진 … 3/11 28 0
75 끈질긴 야마구치구미가 보낸 자객(刺客)들 3/10 28 0
74 쿠시로 습원(湿原)의 괴어 긴 뿔 이토우 3/9 26 0
73 아야코의 입김은 감미로웠다 3/9 27 0
72 버스 안에서 혈투 3/7 27 0
71 불한당들이 힘든 여행을 만들다 3/6 31 0
70 뜨거운 톤 다운 그린 녹차 3/5 26 0
69 아름다운 청춘들 3/4 26 0
68 우정은 깊어가는 가을밤 3/4 26 0
67 전 단계 없는 아야코의 천진함 3/2 28 0
66 여행은 가는 거보다 짜는 거 2/29 34 0
65 밥만 축내는 황실이라는 오명 속의 다이히토 2/27 34 0
64 야쿠자의 습격 2/27 42 0
63 원조교제(遠眺交際)... 멀리 바라보며 사귄다 2/26 40 0
62 우리는 장난을 쳐도 이렇게 친다 2/26 44 0
61 한국인이 노무라 그룹 상속자가 될 수 없는 … 2/25 48 0
60 이 감정은 뭘까? 2/24 45 0
59 장난은 막장 드라마를 넘어... 2/23 40 0
58 노무라 그룹은 장난으로 일가를 이루다 2/22 48 0
57 나는 누구 집 아들? 2/21 46 0
56 잠수탄 야쿠자들 2/20 52 0
55 개박살 난 야쿠자 조무래기들 2/20 46 0
54 블루 아워 카페에서 격투 2/19 43 0
53 동병상련 쥰페이 2/18 44 0
52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전쟁 2/17 48 0
51 이탈리안 레스토랑 2/16 43 0
50 우정이라는 심연(深淵)Ⅱ 2/16 54 0
49 우정과 사랑 사이에 뭐가 있을까? 2/15 61 0
48 우정이라는 심연(深淵)Ⅰ 2/14 48 0
47 명문 학교의 괴짜 선생들 2/12 40 0
 
<<  1  2  3  4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