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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총아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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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 나타난 복면인들
작성일 : 17-06-28     조회 : 100     추천 : 2     분량 : 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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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잣거리엔 수백여 평복 차림의 관군이 자신이 관군임을 증명하는 호패를 들어보이며 백성들의 통행을 막고 있었다.

 

  요지부와 제국모가 호패를 품속에서 꺼내 보이며 왕총아를 가리켰다.

 

  "검을 거두시오! 우리는 양양 관청 소속의 포졸이고, 여기 계신 부인은 양양 관청의 지현 사모님 되시는 분이올시다."

 

  요지부의 설명에도 관군들은 안하무인격으로 여전히 검을 든 채 세 사람을 제지했다.

 

  관군 하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이곳은 지현의 부인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정 이곳에 볼 일이 있다면 지현이 직접 오라하라!"

 

  화효공주의 호위를 맡은 관군들은 모두 만주족 신료들의 자제들로 지방 관리인 양양 지현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때 왕총아가 나섰다.

 

  "검을 거두세요! 그대들이 나의 일행을 제지한다면 틀림없이 공주마마의 책망을 면치 못할 것이예요!"

 

  왕총아의 말에 관군들은 겁이 났는지 그제서야 검을 거두며 물었다.

 

  "왕부인께서는 대체 무슨 용건이 있으신게요?"

 

  왕총아가 요지부와 제국모를 데리고 저잣거리에 온 것은 서천 백련교 형제들이 화효공주에게 위해를 가할까봐였다.

 

  왕총아는 관군들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공주마마께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어요."

 

  관군들의 책임자로 보이는 사내가 왕총아의 허리에 찬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인께서 공주마마를 알현하려면, 그 검은 여기에 두고 가시오."

 

  허리에 찬 검을 풀어 관군에게 건넨 왕총아는 요지부와 제국모에게 검을 풀라고 눈짓했다.

 

  요지부와 제국모가 검을 풀어 건네자 관군은 왕총아, 요지부, 제국모, 세 사람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이때 화효공주는 건달패들의 죄를 추궁하고 있었다.

 

  "연약한 여인을 검으로 위협하고, 멀쩡한 사람을 백련교도라 모함하다니! 너희들은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다! 내가 누구인 것 같으냐?"

 

  화효공주의 물음에 건달패들의 우두머리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대는 어제 양양 관청의 지현 나리와 혼례식을 올린 왕부인이 아니시오?"

 

  건달패들은 자신들을 포박한 자들이 양양 관청 소속의 포졸들인 줄 알고, 화효공주를 어제 양양 관청의 지현 제림과 혼례식을 올렸다고 들은 왕총아로 오인한 것이다.

 

  옹염과 화효공주가 제림의 혼례식에 참석한 사실은 조정의 고위 신료들만 알고 있는 기밀이라 이들 건달패들로서는 자신들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화효공주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화효공주가 어의없다는 듯 깔깔 웃었다.

 

  "하하하...... 내가 왕부인이라고?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구나!"

 

  화효공주가 깔깔 웃자 건달패들의 우두머리 사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왕부인이 아니라면...... 누구신지요?"

 

  화효공주를 본 적이 없는 건달패들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구인지 도무지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화효공주가 비록 건달패들에게 자신이 누구인 것 같으냐 물었지만, 신분을 노출시킬 생각이 없어 모르면 그만이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모르면 알 것 없다. 여하튼 너희들이 죽을 죄를 지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 발뺌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의 죄를 인정하겠느냐?"

 

  건달패들의 우두머리 사내가 억울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귀인을 몰라뵈어 무례를 범하였기는 하나, 기껏 경범죄 밖에는 안되는 일인데, 어찌 죽을 죄를 지었다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이 말에 화가 치민 화효공주가 꾸짖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약한 여인을 검으로 협박한 것과 무고한 사람을 백련교도라 모함한 것이 경범죄란 말이냐?"

 

  건달패들은 약속이나 한듯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우리가 귀인을 몰라뵈고 저지른 일이니 부디 용서하여 주소서."

 

  건달패들은 화효공주의 용서만 받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구동성으로 용서를 빌었다.

 

  화효공주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건달패들을 보자 왕총아는 통쾌한 듯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쯧, 저런 파렴치한 건달들은 곤장 백대는 맞아야 죄값을 치를 텐데......"

 

  바로 이때였다.

 

  팔짱을 낀 채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왕총아가 별안간 화효공주 앞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모두들 조심하세요!"

 

  몇 명의 복면인들이 군중들의 무리를 헤치고 화효공주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 왕총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왕총아가 외친 것과 거의 동시에 복면인 하나가 한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화림을 죽여라!"

 

  복면인들이 노린 것은 화효공주가 아니라 화림이었다.

 

  사천에서 백련교가 봉기를 일으켰을 때 화림이 팔기군을 이끌고 와 봉기를 진압하고 서천 백련교 교수 송지청을 체포해간 것을 앙갚음하려 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 그야말로 눈깜짝 할 사이에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복면인이 외치는 소리와 함께 저잣거리 곳곳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으악!"

 

  군중들 사이에 섞여 있던 백련교도들이 품속에 감추었던 단도를 뽑아 평복 차림의 관군들을 찌른 것이다.

 

  순간 왕총아의 시야에 군중들 사이를 헤치고 나오는 수백의 백련교도들이 보였다.

 

  백련교를 상징하는 흰옷을 입은 이들은 복면을 하지 않은 채 얼굴을 드러내고 거사에 나선 것이다.

 

  순식간에 수백의 관군들을 죽인 백련교도들은 일제히 화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화림을 죽여 지난 번 봉기에서 희생당한 형제들의 원수를 갚자!"

 

  화림은 한꺼번에 수백의 백련교도들이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자 당황하면서도 급히 명을 내렸다.

 

  "공주마마의 안전이 우선이다! 공주마마를 보호하라!"

 

  그 순간 화림을 향해 돌진하던 백련교도들의 시선이 화효공주를 향했다.

 

  화림이 외치는 소리에 백련교도들은 이제서야 건달패들을 심문하던 남장한 화효공주의 신분을 알아차린 것이다.

 

  저잣거리에서 화효공주가 건달패들을 혼쭐내고 있는 광경을 지켜봤던 백련교도들은 화효공주의 얼굴이 유난히 희고 목소리가 여자같은 것을 듣고 화효공주가 남장한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뿐이었다.

 

  누구도 그녀가 만인지상의 공주일 것이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화림이 얼떨결에 알려준 셈이었다.

 

  "이런 바보 같으니!"

 

  이 한마디를 내뱉은 왕총아는 비호처럼 빠른 동작으로 화효공주의 옆에 있던 호위무사 두 명의 검을 빼앗아 들었다.

 

  왕총아가 검을 빌려달라 말할 틈도 없이 복면인 둘이 화효공주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회색 장포를 입고 회색 복면을 쓴 복면인 둘의 경공술은 경의적이었다.

 

  공중을 날듯 높이 몸을 날려 복면인 둘이 화효공주 코앞까지 다가오자 왕총아는 화효공주의 앞을 가로막은 채 양손에 든 검을 검집채 힘껏 휘둘렀다.

 

  챙! 챙!

 

  복면인 둘의 검과 왕총아의 쌍검이 맞부딪치자, 복면인 둘의 검이 왕총아가 휘두른 쌍검에 밀려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쌍검술로 천하제일의 검객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아미의 장문인 천성사태로부터 전수받은 왕총아의 쌍검술은 천하에 적수가 드물 정도로 뛰어났다.

 

  왕총아가 혼신을 다해 휘두른 쌍검에 복면인 둘의 검이 밀려 땅에 떨어진 것이다.

 

  복면인 둘이 재빨리 땅에 떨어진 검을 주워드는 순간, 왕총아는 실로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저 검은 내 검이 아닌가!'

 

  복면인 하나가 든 검은 다름 아닌 왕총아 자신이 요지부와 소림에 갔을 때 유청원에게 말을 빌리는 대신 맡겨둔 검이었다.

 

  '틀림없이 저 복면인은 유형제를 통해 내게 말을 빌려준 소림 제자일 것이다!'

 

  이때 복면인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왕총아의 귀에 들려왔다.

 

  "아미 제자인 그대가 어찌하여 만주족 공주를 호위하는 것이오?"

 

  순간 왕총아는 모든 것을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복면인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유청원의 목소리였다.

 

  왕총아의 검을 든 복면인은 왕총아의 검을 맡고 말을 빌려준 소림 제자가 틀림없으리라.

 

  왕총아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복면인의 말에 대꾸한다면 화효공주의 의심을 살 터, 왕총아는 사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화효공주를 다치게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유청원은 왕총아의 뜻을 알아차렸는지 왕총아의 검을 든 복면인에게 화림을 가리켰다.

 

  "먼저 화림을 죽이고 봅시다."

 

  왕총아의 검을 든 복면인이 고개를 끄덕이니, 복면인 둘은 동시에 몸을 날려 화림 쪽으로 돌진해갔다.

 

  그러자 화효공주 쪽으로 돌진해오던 다른 백련교도들마저 방향을 바꾸어 화림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화효공주는 왕총아가 자신의 곁을 지키는 한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화림을 가리키며 외쳤다.

 

  "내 시숙부님이 위험하다! 모두들 시숙부님을 보호하라!"

 

  왕총아는 요지부와 제국모에게 자신의 곁을 떠나지 말라는 듯 눈짓하며 생각했다.

 

  '지부, 국모,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대들은 내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예요.'

 

  왕총아는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에 요지부와 제국모를 끌어들인 것이 미안했다.

 

  왕총아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제국모가 화효공주의 호위무사에게 빌린 검을 든 채 걱정말라는 듯 눈짓을 보냈다.

 

  "저와 지부가 사모님과 공주님을 안전하게 지킬 터이니, 아무쪼록 걱정하지 마소서."

 

  이때 백련교도들은 총력을 다해 화림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검술이 빼어난 복면인 둘이 앞장서서 화림의 병사들을 베어나가니 화림의 병사들이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점점 궁지에 몰려가는 화림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화효공주가 요지부와 제국모에게 명했다.

 

  "나는 왕부인에게 맡기고, 그대들은 어서 내 시숙부님을 구하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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