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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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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지는 학교폭력의 진실.
작성일 : 24-01-06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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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벗겨지는 학교폭력의 진실.

 

  여형사와 마주 앉았다. 여형사가 왜 학교나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았느냐는 너무나 식상한 질문을 던졌다.

 

 자기 질문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는지 여형사도 시니컬하게 웃었다.

 

 나는 그랬다.

 여형사님의 그 웃음이 내가 처한 냉엄한 현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내가 처한 이 상황에서 과연 무슨 힘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형사도 눈앞에 까마득한 철옹성의 거대한 벽을 느끼는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 만일 그때 운 좋게 형사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 맞았겠네?...

 

 그것도 질문이라고 여형사가 너무나 뻔한 바보 같은 말을 던졌다.

 

 - 당근이지요, 난 뒷산에 바로 끌려가 유관순 누나 아시죠?

  그 유관순 누나보다 더 많이 맞았을걸요.

 - 왜, 맞고만 있어? 너도 맞장 뜨면 되지?...

 

 여형사가 또 억장 무너지는 바보 같은 말을 했다.

 이 바보야, 할 수도 없고...

 

 - 맞장 떠서 이긴다는 보장만 있으면 하죠, 불가능해요...

 

 여형사는 내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아마 운동으로 다져진 내 몸을 보고 그러는 거였다.

 

 내가 혼자서 격투기 관련 서적을 보고 무술을 단련했어도

 격투기 관장을 과외 선생으로 두고 훈련하는 성제한테는

 사실 게임이 안 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 직접 겪었잖아요. 성제는 부산의 고등학생 중에서도

  몇 손가락 꼽히는 주먹이에요. 1대 17, 진짜예요.

  성제가 그렇게 해서 다 작살냈어요, 성지곡 수원지에서...

 

 그때 내가 광분(狂奔)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곳을 탈출할 수 없었고

 그들 손에 죽었다. 나의 과도한 행동을 이해해달라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애걸했다.

 

 여형사는 그 애걸의 이유가 뭔지 자초지종 말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얼마든지 말 할 수 있다고 했다.

 여행사는 A4 용지를 건네며 시간 상관 말고 성제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것을 낱낱이 적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모나미 볼펜을 들고 A4 용지를 내 가슴 앞으로 당겼다.

 

 - 맞춤법, 띄어쓰기 안 지켜도 되죠?

 - 응, 사실 나도 잘 몰라, 큭...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잠시 허공을 본 뒤로 글은 거침없이 쏟아졌다.

 

  * * *

 

 - 으, 으, 윽, 아야, 왜 그래?

 - 아프냐?

 - 응, 이 봐, 피나잖아?

 

 성제가 내 뒤에 앉아서 재크나이프로 찔렀다.

 매일 벌어지는 일이라 다반사(茶飯事)지만 오늘은 좀 세게 찔러 피가 났다.

 손에 묻은 피를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얀 노트에 닦았다.

 

 - 허준의 동의보감도 모르냐, 침이 아프지, 황홀해?

 - 침이 아니고 칼이잖아?

 - 내가 임마 침이라면 침인 거지, 말이 많아 새끼가?

 (E) 퍽!

 

 성제가 내 뒤통수를 한 대 올려붙였다.

 

 - 띠 띠 띠 띠 쥬크 박스 1번 댄스곡~

 

 성제가 내 등에 대고 손가락으로 누르면 댄스곡을 불러라 이 말이었다.

 나는 거북이 빙고를 부르며 춤을 췄다.

 

 - ladies and gentlemen 아싸 또 왔다 나

  아싸 또 왔다 나 기분 좋아서 나

  노래 한곡 하고 하나 둘 셋 넷

  터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

  틀에 박힌 관념 다 버리고 이제 또

  맨주먹 정신 다시 또 시작하면

  나 이루리라 다 나 바라는대로---

 

 - 띠 띠 띠 띠 쥬크 박스 2번 랩

 

 성제가 이번에는 랩을 불러라 이 말이었다.

 나는 래퍼처럼 오른손으론 중지를 오므리고 왼손으론 마이크를 잡은 것처럼

 흉내를 내며

 윤미래의 Momories를 불렀다.

 

 --- 중략----

 

 - 멍하니 밑을 내려다봐 갑자기 날고 싶은 생각이 나

  자유를 향해 순수를 위해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나의 소중한 시절을 찾아 저 높은 우주에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 그냥 끝까지

  잃어버린 기억 속에 찾아가 또래 친구와

  같이 놀고 싶어 오직 바라는 것은 넓은 동산에 누워

  한가이 하늘을 바라보는 것

 

 - 띠 띠 띠 띠 쥬크박스 3번 발라드

 

 성제가 이번에는 발라드를 불러라는 거였다.

 나얼의 귀로를 목청을 높여 불렀다.

 

 - 화려한 불빛으로 그 뒷모습만 보이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진 그대

  쉽게 흘려진 눈물 눈가에 가득히 고여

  거리는 온통 투명한 유리알 속

  그대 따뜻한 손이라도 잡아볼 수만 있었다면

  아직은 그대의 온기 남아있겠지만

  비바람이 부는 길가에 홀로 애태우는 이 자리...

  -------

 

 한창 목청껏 부르는데 쓸데없이 살이 쪄 비대한 음악 선생이 들어왔다.

 우리는 그 여선생을 ‘쓸비’라고 불렀다.

 그 말은 쓸데없이 먹어 마구잡이로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나서서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침묵을 지키지도 않았다.

 자기 자리에 앉아 웅성거리거나 고개만 돌려 내 노래를 경청했다.

 즉 성제와 그 일당들 눈치만 봤다.

 

 - 조몽대, 이리 나와, 누가 교실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로 노랠 부르라고 했어.

 

 내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교실 앞으로 나갔다.

 

 - 손바닥 내.

 

 음악 선생이 들고 온 회초리로 내 손바닥을 세 대나 때렸다.

 엄청 아팠다. 참았다. 손바닥이 얼얼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자리로 들어오며 인상을 팍 썼다.

 

 - 야, 이 새끼가 어디서 인상 그려...

 

 성제가 일어나 발로 내 배를 찼다.

 나는 책상을 안고 넘어졌다.

 우당탕! 큰소리가 낫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더니

 내 뺨을 양쪽으로 철썩철썩 갈겼다.

 완전 안하무인이었다. 음악 선생을 무시했다.

 성제 패거리들도 내 뒤통수를 때리거나 팔꿈치를

 내 등을 가격했다.

 

 -윽...

 - 새끼가 어디서 엄살이야...

 

 성제의 오른팔 거머리가 기고만장해 나를 유린(蹂躪)했다.

 

 - 얘들아, 장난 그만치고 수업하자, 어서 가서 앉아...

 

 성제와 애들이 그제야 자기 자리에 앉았다.

 

 쓸데없이 비대한 음악 선생 당신 눈에는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

 아니 저런 사람이 선생이냐?

 

 재단 이사장 빽으로 들어온 음악 선생은 국회의원인 성제의 아버지

 장제갈 지역구 사무실 청년부장의 와이프였다.

 

 - 오늘, 니들이랑 같이 밥 먹어도 돼?

 - 그러셔야죠, 안 그러면 우리가 섭하지요~

 

 거머리가 성제 눈치를 보며 저열한 멘트를 날렸다.

 

 - 박수!~ 박수로 음악 선생님과의 만찬을 축하합시다~

 

 성제가 느닷없이 손뼉을 쳤다.

 음악 선생은 호쾌하게, 급우들은 마지못해 손뼉 쳤다.

 나는 앞이 깜깜했다.

 

 아니 쓸데없이 음악 선생은 왜 여기서 점심을 먹어

 교무실 가서 먹으면 되지.

 큰일이네, 숱하게 돈이 깨지겠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자습할까?

 - 네!!~

 

 음악 시간은 자습 시간이 되었다.

 음악 수업은 고작 한 달에 1번 할까 말까였다.

 성제 비위 맞춘다고 음악 수업을 대부분 자습 시간으로 때웠다.

 

 - 딩~딩~딩~딩~

 

 수업 마치는 종이 울렸다.

 나는 총알같이 뛰어나가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엔 벌써 학생들로 가득했다.

 

 선후배 따지지 않고 비집고 들어갔다.

 먹을거리를 아무리 다양하고 많이 사가도 지키라는

 시간에 못 들어가면 개 박살이 났다.

 날아서 2단 옆차기에, 팔을 꺾고 발을 꺾는 UFC 격투기 암바에,

 버라이어티하게 괴롭힘을 당했다.

 

 - 야, 뭐야?

 

 험상궂은 3학년 선배가 인파를 비집고 들어오는 나를 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 죄송합니다, 성제가 사오라고 해서...

 - 오늘만이다.

 - 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나는 과자와 빵을 다양하게 한가득 사서 교실로 뛰어갔다.

 1분 1초가 아까웠다. 급하게 교실로 들어가다가 넘어졌다.

 성제 패거리 중 한 놈이 내 발을 걸었던 거였다.

 교실 바닥에 빵, 팩우유, 새우깡, 꼬깔콘, 천하장사 소세지 등이 나뒹굴었다.

 

 - 씨벌...

 

 또 한 번 허공을 쳐다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 가위, 바위, 보, 내가 또 이겼다!

 

 나는 말이다.

 성제의 패거리 중 한 명이 다리를 벌리면 나는 머리를 박고 말이 되었다.

 

 누가 말이 되느냐 가위바위보를 하면 항상 내가 말이 되었다.

 

 내가 보를 내면 성제와 그 패거리들은 0.5 초 뒤에 가위를 냈다.

 아니면 그들이 보를 먼저 내고 내가 가위를 내면 그들은

 주먹으로 바꿨다.

 어쨌든 간에 나는 말이 되었다.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나보고 말하라고 하면 될 걸

 바보 같은 짓은 왜 하는지 몰랐다.

 

 성제는 그냥 타는 법이 없었다.

 뛰어와서 공중에 떠서 내 등에 앉았다.

 나는 충격에 주저앉았다.

 등이 끊어져 나가는 고통이 따랐다.

 심지어는 책상 위에 뛰어내려 내 등에 올라탔다.

 

 이건 약과다. 올림픽이 열리면 올림픽 경기 종목만큼 맞았다.

 우리나라 선수가 잘하면 그 선수의 종목으로 맞았다.

 태권도면 태권도로 복싱이면 복싱으로,

 축구면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탁구면 탁구채로 뺨을 좌우로 얻어맞았다.

 

 나는 김동현 선수를 제일 싫어했다.

 김동현 선수가 UFC에서 이기면

 그날은 걷어차이고, 팔이 꺾이고, 매미처럼 올라타고,

 주먹으로 명치를 맞아 숨도 못 쉬고, 목을 뒤에서 졸라 기절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방법이 상상을 초월했다.

 어느 놈이 올림픽을 만들었냐고 속으로 개같이 욕을 했다.

 

 성제는 공부는 뒷전이고 나를 괴롭히기 위해

 온갖 악랄한 방법만 짜냈다.

 전날 짠 것은 다음 날 학교에 와서 내게 바로 써먹었다.

 

 - 나는 한국의 월리엄 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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