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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Cage)
작가 : 쇼콜라
작품등록일 : 20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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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케이지(Cage)로의 초대
작성일 : 16-10-14     조회 : 411     추천 : 0     분량 : 6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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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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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642년.

 고구려 평양성(平壤城).

 큰 북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갑옷과 창칼로 무장한 고구려 병사 수천 명이 압도적인 위세로 도열해 있었다. 병사들의 표정은 곧 전장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비장했다.

 그런 병사들 앞으로 고구려의 고관대작 백여 명이 거들먹거리며 나타났다.

 

 “연장군이 우리 대신들에게 시위하려고 잔뜩 병사를 모아놨구만.”

 

 “변방으로 쫓겨나는 주제에 끝까지 허세를 부리는 게지요, 하하하!”

 

 대신 한 명이 자신을 노려보는 병사를 가르치듯 삿대질하며 말했다.

 

 “아무리 창칼을 갈고 천리장성을 쌓아봐라! 우리 고구려가 당나라 군사들을 당해낼 수 있을 성 싶으냐? 당나라에 신하의 예의를 갖추고 조공만 바치면 될 일을 이게 뭔 짓거리야! 자존심이 밥 먹여주더냐?”

 

 그 때, 대신들 옆으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뼛속까지 노예근성이 밴 놈들이구만.”

 

 대신들이 멈칫하며 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봤다.

 

 “뭐라고?”

 

 대신들이 돌아본 단상 위엔 장군의 갑옷을 걸친 젊은 사내가 편하게 주저앉은 자세로 삶은 소다리를 통째로 뜯어먹고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연개소문.

 나이는 스물 대여섯 정도 되었을까. 젊은 장수였지만 그가 걸친 갑옷은 수많은 전장을 누빈 노장의 갑옷보다 더 많은 칼자국과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연개소문은 연신 소다리에 붙은 살점을 뜯어먹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나라의 신하를 자처하다니. 사내로 태어나 외적에게 무릎 꿇자고 말하면서 쪽팔리지도 않냐?”

 

 연개소문의 비아냥에 대신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연장군! 시비를 걸려고 대신들을 초청한 것이오?”

 

 연개소문이 먹던 소다리뼈를 들고 단상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코딱지 같은 놈들한테 시비는 무슨.”

 

 “코.....코딱지?”

 

 황당해하는 대신들 앞에 서서 연개소문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래. 코딱지 1호, 코딱지 2호, 코딱지 3호. 대충 세어보니 코딱지 100호까지 모였나보네.”

 

 당나라의 신하를 자청했던 대신이 연개소문에게 눈을 부라리며 악에 받힌 일갈을 터뜨렸다.

 

 “젊은 놈이 건방지구나!”

 

 연개소문은 그런 대신의 얼굴을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먹던 소다리뼈를 들어 올렸다.

 

 콰직!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연개소문은 소다리뼈로 대신의 안면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대신의 얼굴이 으깨지며 튀는 핏물이 연개소문의 얼굴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소다리뼈에 맞은 대신이 그 자리에서 죽어 쓰러지는 걸 보며 다른 대신들은 경악하며 웅성거렸다.

 

 “마, 맙소사.....!”

 

 “연장군이.....!”

 

 연개소문을 핏물을 뒤집어쓴 채 시큰둥하게 소다리뼈를 바닥에 아무렇게 던져버렸다.

 

 “오늘부터 고구려 땅에 너희 같은 코딱지들은 필요 없다.”

 

 연개소문의 말이 끝나자마자 병사 하나가 또 다른 대신 한 명의 등을 창으로 꿰뚫었다.

 

 “컥!”

 

 곧 이어 대신들 주변에 서있던 병사들이 누구랄 것 없이 창칼을 들고 대신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크아악!”

 

 “도망쳐! 연장군이 미쳤다!”

 

 “케엑!”

 

 “으아악!”

 

 연개소문은 아수라장을 뒤로한 채 심복들을 이끌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궁으로 간다!”

 

 궁 안으로 반란의 소식이 전해진 것은 연개소문이 대신들을 베고 나서도 반각이 훨씬 지나서였다. 죽은 대신들의 하인 하나가 요행히 도망쳐 나와 부리나케 궁으로 뛰었던 것이다.

 하인은 궁궐의 문을 지키던 수문장에게 가쁜 숨을 참으며 소리쳤다.

 

 “폐하께 전해야 합니다! 역모가 일어났.....”

 

 퍼억!

 

 순간 하인의 외침이 끝맺기도 전에 뒤에서 날아온 화살이 그의 목을 꿰뚫었다.

 움찔 화살이 날아온 쪽을 돌아본 수문장의 시선에 어느새 궁으로 닥쳐든 연개소문과 그의 병사들 수천 명의 모습이 보였다.

 

 “어이, 지나가도 되겠지?”

 

 연개소문은 수문장의 어깨를 다독이며 태연히 지나쳤다. 수문장은 자신의 머리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의 살기등등한 위세에 질려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연개소문의 병사들은 아무런 방해 없이 궁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연개소문이 어전 문을 박차고 열었을 때, 영류왕은 곧바로 사태를 파악했다. 영류왕은 단상의 왕좌에 앉아 겁먹은 얼굴로 주변의 친위대에게 비명처럼 소리쳤다.

 

 “여, 역적을 죽여라!”

 

 영류왕의 명령에 왕의 호위병들은 연개소문의 병사들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역적들은 순순히 칼을 받아라!”

 

 “닥쳐!”

 

 캉, 카캉!

 

 왕의 호위대와 연개소문의 병사들이 창칼을 부딪치며 살벌한 살육전이 벌어졌다.

 

 “크악!”

 

 “커헉!”

 

 순식간에 십여 명의 호위대와 병사들이 죽어 쓰러졌지만 연개소문은 병사들의 싸움을 무시한 채 왕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런 연개소문의 앞을 장군 하나가 거대한 창을 짚고 서서 가로막았다.

 

 “연개소문! 네놈과는 전부터 누가 고구려 최강의 무장인지 가려보고 싶었다!”

 

 장군은 곧바로 연개소문의 복부를 향해 창을 찔러갔다.

 

 “오늘 너를 죽이고 내 이름을 높이리라!”

 

 연개소문은 자신에게 닥쳐드는 장군의 창을 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지랄.”

 

 장군의 창끝이 다다르기 전, 연개소문은 가볍게 몸을 도약해 장군의 창을 밟고 다시 몸을 띄웠다. 그리고는 그대로 장군의 머리 옆을 타 넘으며 검을 그었다.

 

 츄칵!

 

 촤아악!

 

 검을 그은 자세로 가볍게 착지하는 연개소문 뒤로 목에서 피분수를 뿜는 장군의 모습이 보였다. 연개소문은 죽어 쓰러지는 장군을 슬쩍 돌아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코딱지 101호 주제에.”

 

 연개소문의 시선은 단상 계단 위 왕좌에 앉은 영류왕을 향했다.

 

 “그럼 왕코딱지를 베러 가볼까?”

 

 영류왕은 겁에 질려 털썩 왕좌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아아.....!”

 

 연개소문은 왕좌를 향해 계단을 올랐다. 영류왕은 왕좌 뒤로 몸을 웅크려 숨기며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었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이 역적놈을 척살하는 자에게 황금 일천 냥을 주겠다!”

 

 하지만 단상 아래의 호위대는 눈앞의 병사들을 상대하기에도 벅차 영류왕을 도울 여력이 없었다. 영류왕은 어느새 자신의 눈앞에 선 연개소문을 움찔 올려다봤다.

 

 “배, 백성을 지키기 위해 당나라에 무릎을 꿇는 게 왜 잘못이란 말이냐!”

 

 연개소문은 검을 늘어뜨린 채 한심하다는 얼굴로 영류왕을 내려다봤다.

 

 “영류왕, 지금 당신 꼴을 봐. 북으로는 연나라, 남으로는 백제와 바다 건너 왜(矮)까지. 천하가 좁다고 호령하시던 광개토태왕께서 당나라에 무릎을 꿇자는 네 꼴을 보신다면 뭐라 하시겠어?”

 

 영류왕은 연개소문의 질책에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그에게도 일말의 부끄러움은 남아있었던 것이리라.

 

 “그건.....”

 

 그러나 연개소문은 영류왕의 변명을 듣지도 않고 왼손으로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커컥...... 사, 살려줘.....!”

 

 영류왕은 숨도 못 쉬며 버둥거렸지만 연개소문의 검은 예정된 궤적을 그렸다.

 

 푸욱!

 

 영류왕의 복부를 깊게 관통한 검이 등을 꿰뚫고 나왔다. 일순 건물 안의 모든 병사와 호위대들이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멈췄다. 연개소문이 멱살을 놓자 영류왕은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왕좌에 주저앉았다.

 

 “끄윽......”

 

 연개소문은 죽어가는 영류왕을 냉정하게 내려다봤다.

 

 “고구려에 당신 같은 왕은 필요 없어.”

 

 뒤늦게 왕의 호위대가 연개소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네놈이 감히!!!”

 

 “역적놈을 죽여라!”

 

  연개소문은 영류왕에게 꽂아 넣었던 검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좋아! 덤벼!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그 순간, 연개소문은 뭔가 자기 몸의 이상을 느꼈다. 연개소문이 검을 쥔 손을 내려다보자 그의 손은 모자이크 입자처럼 변하며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응?”

 

 팔과 다리가 조각조각 입자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하자 연개소문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해 당황했다. 그러는 사이, 그의 눈앞으로 눈부신 빛의 입구가 열렸다.

 

 “어라?”

 

 하지만 놀랄 틈도 없이 입자로 변해가던 연개소문의 몸은 빛의 문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후아악----!

 

 빛의 문은 연개소문을 빨아들이더니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단상 아래에 남은 병사들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또 다른 공간.

 

 웅웅-----

 

 숲 사이로 눈부신 빛의 출구가 생기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빠져나온 빛의 입자들이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모양을 갖춰가더니 피투성이인 연개소문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검과 검을 쥔 자신의 손이 빛의 입자에서 실제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했다.

 

 “뭐, 뭐야?”

 

 연개소문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 다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그는 자신이 살던 고구려의 어느 마을과도 다른 이질적인 장소에 들어서있음을 깨달았다. 연개소문은 빛이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숲 사이에 서있었는데 그 나무들의 생김새도 한반도의 그것과는 매우 달랐다. 마치 아마존의 정글에서나 볼 수 있는 크고 넓은 잎을 가진 거대한 나무들과 기이한 모양의 수풀이었다.

 

 연개소문은 열대우림과도 같은 숲 속에 덩그러니 서서 주위를 당황스럽게 둘러봤다.

 

 “여긴 도대체......?”

 

 그런 그의 머리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연개소문이 위를 올려다보자 섹시한 자세로 엎드려 누운 채 허공에 떠있는 반라의 여자가 보였다.

 

 “너는......?”

 

 여자는 깃털처럼 가볍게 연개소문 옆으로 착지했다.

 

 “난 딱히 이름이 없으니까 그냥 서큐버스(Succubus)라고 부르면 돼. 인간들의 신화에서 맘에 드는 이름을 고른 거거든. 눈치 챘겠지만 널 이 세계로 불러들인 건 나야.”

 

 연개소문은 서큐버스를 향해 삐딱한 얼굴로 검을 겨눴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그의 눈빛엔 금방이라도 상대를 벨 것 같은 살기가 맴 돌았다.

 

 “난 방금 전까지 평양성에 있었어. 말해봐. 난 싸움 도중에 죽은 거냐?”

 

 서큐버스는 태연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죽은 게 아니야. 내가 널 원자 단위까지 입자화 시켜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재조립한 거지.”

 

 연개소문은 그녀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겠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사술(邪術)을 부렸다고?”

 

 “하긴, 아무리 설명해줘도 네가 살던 시대의 지식으론 이해할 수 없겠지. 하여간 넌 태양계 제3행성 지구의 고구려 지역 대표로 이 세계에 소환된 거야. 그리고 이제부터 지구 곳곳에서 소환된 각 지역의 영웅들과 승부를 겨뤄야해.”

 

 연개소문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큰둥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한 가진 확실히 알겠어.”

 

 연개소문은 순식간에 서큐버스를 머리부터 수직으로 베어버렸다.

 

 “넌 악귀가 분명해!”

 

 서큐버스는 머리부터 수직으로 쪼개진 듯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스파크가 일어나며 잘려진 몸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아이참~ 난 악귀 같은 게 아니라구.”

 

 서큐버스는 허공에 떠서 미소를 띈 채 연개소문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난 이 세계로 전송된 인물을 안내하는 인공지능일 뿐이야.”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악귀는 처음 들어 봤는걸?”

 

 서큐버스는 연개소문의 등부터 가슴 쪽으로 투명한 유령처럼 관통해 나오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

 

 “꺄아악-----!”

 

 순간 울창한 숲 너머 멀지 않은 곳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큐버스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벌써 손님이 온 모양이네.”

 

 연개소문은 서큐버스를 한 번 노려보더니 곧장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잠시 후, 거대한 나무를 코너 삼아 돌았을 때 연개소문은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우뚝 멈춰 섰다.

 

 그곳엔 칼을 늘어뜨리고 서있는 사내와 바닥에 주저앉은 한 젊은 여인이 있었다. 사내는 허름한 일본 낭인 무사 복장에 나막신을 신고 있었으며 두 개의 칼집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그러나 옷처럼 낡고 작은 삿갓을 쓰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여인은 기모노를 입고 있었는데 사내에게 칼을 맞았는지 가슴에 선홍빛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연개소문을 발견하고는 구원을 바라는 눈길로 말했다.

 

 “살려주세요......!”

 

 연개소문은 여인의 앞을 보호하듯 막아서며 삿갓 사내를 삐딱하게 응시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계집을 상대로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하지만 사내는 연개소문의 말을 무시한 채 손에 쥔 칼을 천천히 옆으로 들어 올렸다. 연개소문은 그런 사내의 반응이 가소롭다는 듯 냉소 지었다.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쉭!

 

 순간 삿갓 사내는 연개소문 옆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환영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연개소문이 움찔 뒤를 돌아봤을 땐 이미 여인의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칼로 그어 내리는 삿갓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촤아악!

 

 여인의 상처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아......”

 

 고통인지 감탄인지 알 수 없는 여인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칼로 베인 부위가 빛의 입자처럼 부스러지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은 아름다운 빛의 눈가루처럼 입자가 되어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여자를 보며 놀랐다. 하지만 삿갓 사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칼을 늘어뜨린 채 서있을 뿐이었다.

 

 여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연개소문은 삿갓 사내 쪽을 노려봤다. 그리고는 사내 쪽을 향해 검을 겨눠들었다.

 

 “고구려의 연소문.”

 

 연개소문은 열 받은 얼굴로 씹어뱉듯이 말했다.

 

 “네 놈을 벨 사내의 이름이다.”

 

 연개소문이 살기등등하게 검을 겨눠들자 사내는 천천히 삿갓을 벗어 바닥에 떨궜다.

 

 “낭인.”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사내는 전신에서 압도적인 패기를 뿜어내며 담담히 말했다.

 

 “미야모토 무사시.”

 

 

 

 --계 속--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 일생을 통틀어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일본 역사 최강의 무사이자 두 개의 칼을 사용하는 니텐이치류(二天一流)의 창시자.

 그가 남긴 병법서인 오륜서(五輪書)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그의 일생을 다룬 수많은 소설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이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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