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케이지(Cage)
작가 : 쇼콜라
작품등록일 : 20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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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케이지(Cage)로의 초대
작성일 : 16-10-18     조회 : 420     추천 : 0     분량 : 5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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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모토...... 무사시?”

 

 연개소문은 무사시의 이름을 되뇌더니 곧 가소롭다는 듯 냉소 지었다.

 

 “섬나라 오랑캐들이 쓰는 이름이군. 그런데 어떻게 오랑캐가 고구려 말을 할 줄 아는 거지?”

 

 무사시는 대답 대신 무심히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조심해!”

 

 서큐버스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무사시는 어느새 연개소문을 향해 닥쳐들며 횡으로 칼을 그었다.

 

 카앙!

 

 연개소문은 검을 옆으로 들어 간신히 무사시의 칼을 막아냈다.

 

 크칵! 칵!

 

 두 사내가 칼과 검을 맞댄 채 힘을 겨루자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연개소문은 자신이 막아낸 무사시의 칼을 보며 힘겹게 이를 악 물었다.

 

 ‘칼을 뽑는 게 안 보일 정도의 쾌도(快刀)에 믿기지 않는 완력까지.....!!’

 

 캉!

 

 연개소문은 검을 휘둘러 무사시를 뒤로 밀쳐냈다. 무사시는 뒤로 물러나며 여유 있게 칼을 늘어뜨렸다. 연개소문은 그런 무사시를 검으로 겨눈 채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응시했다.

 

 ‘이 놈...... 강하다......!’

 

 연개소문은 무사시와 거리를 두고 대치한 채 조금 전과는 사뭇 달리 신중하게 검을 두 손으로 쥐었다. 서큐버스가 그런 연개소문 옆에서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이 세계에 소환된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각 지역의 언어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돼.”

 

 “골치 아픈 얘기는 나중에 해. 지금은 저 녀석을 베는 일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연개소문의 얼굴엔 짜릿한 승부가 견딜 수 없이 즐거운지 광기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무사시는 연개소문에게 흥미를 잃은 듯 칼을 칼집에 넣었다.

 

 “고구려라면 반도 출신의 무사군.”

 

 일방적으로 승부를 멈춘 무사시를 보며 연개소문은 황당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야, 왜 칼을 도로 집어넣는 건데?”

 

 무사시는 바닥에 떨궜던 삿갓을 집어 들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칼을 맞대보고 알았다.”

 

 “뭐?”

 

 “자넨 벨 가치가 없어.”

 

 무사시는 삿갓을 쓰며 돌아섰다.

 

 “죽일 가치도 없는 자를 굳이 내 손으로 베고 싶지 않다.”

 

 왔던 길로 걸어가기 시작하는 무사시의 뒤에서 연개소문은 검을 겨눈 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곧 입가가 뒤틀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하! 싸움을 걸 땐 언제고.....”

 

 연개소문은 곧장 무사시를 향해 검을 높이 치켜 들고 달려들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연개소문은 돌아보지도 않는 무사시의 등을 향해 그대로 검을 내리그었다. 하지만 그의 검은 무사시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투확!

 

 연개소문의 검이 닿기도 전에, 무사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섬광에 연개소문은 격하게 뒤로 튕겨져 나갔던 것이다.

 

 콰아앙!

 

 튕겨져 날아간 연개소문은 그 기세 그대로 거대한 바위에 격하게 부딪혔다. 거대한 바위가 금이 갈 정도의 충격은 정글과 같은 울창한 숲까지 뒤흔들 정도였다.

 

 “쿨럭!”

 

 연개소문은 내장까지 충격을 입고 울컥 피를 토했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바위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런 연개소문을 향해 서큐버스가 날아왔다.

 

 “연개소문!”

 

 “시끄러워!”

 

 연개소문은 서큐버스를 무시한 채 피 흘리며 힘겹게 앞을 응시했다.

 

 웅웅------!

 

 그의 시선엔 몸에서 빛을 뿜어내며 낮은 저음으로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압도적인 위세로 서있는 무사시가 보였다. 연개소문은 그런 무사시를 보며 씹어뱉듯이 물었다.

 

 “너..... 무슨 기술을 쓴 거냐?”

 

 무사시는 빛에 둘러싸인 채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력은 나쁘지 않아. 그러나 이 세계에선 만(熳)을 쓰지 못하는 자는 벨 가치가 없다.”

 

 “만(熳)이라니...... 그건 또 무슨 요술.......”

 

 연개소문은 말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무사시는 빛의 장막을 거두며 서큐버스를 돌아봤다.

 

 “아직 그에게 알려주지 않은 건가?”

 

 “그게 말이지, 지금 막 이 세계로 와서 말이야.”

 

 서큐버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히죽 웃었다. 하지만 그런 서큐버스를 응시한 무사시의 눈빛은 연개소문을 상대할 때보다 더 차가운 살기를 띄었다.

 

 “언제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런 짓을 할 거지? 너희의 정체는 도대체...”

 

 “그건 알려줄 수 없어.”

 

 서큐버스는 허리에 양 손을 얹은 채 냉소지으며 말했다.

 

 “지금 너희들이 고민해야 하는 건 왜 이곳에 오게 됐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야.”

 

 무사시는 의식 잃은 연개소문을 보며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판을 키우기 위해선 아직도 더 많은 산제물이 필요하단 말인가......?”

 

 “글쎄, 이 녀석이 산제물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 아는 것 아니겠어??

 

 “후후후......”

 

 무사시는 서큐버스를 뒤로 한 채 낮게 코웃음치며 돌아섰다. 서큐버스는 무사시가 숲 사이로 사라지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처음부터 위험한 녀석을 만나버렸네.”

 

 그녀는 의식잃은 연개소문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나저나 연개소문을 죽일 가치도 없는 쓰레기 취급하다니. 무사시 말대로 내가 쓸모없는 인간을 소환한 건가......?”

 

 무사시는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정글숲 사이를 걷고 있었다. 연개소문과의 일은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져있었다. 무사시는 조금 전부터 느껴졌던 불쾌한 시선이 계속해서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것이 거슬릴 뿐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우뚝 제자리에 멈춰섰다.

 

 멈춰선 무사시의 발밑으로는 지평선으로 가라앉기 직전인 햇빛이 길게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런 무사시의 그림자 쪽으로 나무 그림자 하나가 은밀하게, 길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쉬악!

 

 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무사시는 지니고 있던 두 개의 칼 중 하나를 뽑아 그림자 쪽으로 던졌다. 그가 던진 칼이 늘어난 나무 그림자에 비스듬하게 꽂혔다.

 

 콰악!

 

 칼이 꽂힌 자리에서 핏물이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맨손으로 칼날을 움켜쥔 사내의 손이 그림자 위로 스며 나오듯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색 닌자(忍者) 복장을 한 사내가 칼날을 움켜쥔 채 쪼그려 앉은 방어자세로 그림자에서 스며 나왔다. 두건을 쓰지 않아 얼굴을 드러낸 나이든 닌자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눈치 챘나?”

 

 무사시는 금방이라도 칼집에서 칼을 뽑아들 자세로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핫토리 한조. 조금 전 반도의 멍청이는 살려줬지만 당신은 달라. 방금 전 내가 벤 여자. 당신이 내 뒤를 미행하기 위해 만들어낸 환영이었지?”

 

 “미행이 아니라 일부러 눈에 띄도록 화려한 기모노 입은 여자를 분신으로 만든 거야. 나 같은 늙은이의 말은 듣지 않으니 예쁜 여자한텐 넘어가나 장난을 쳐 본 거지.”

 

 한조는 넉살좋게 히죽 웃으며 무사시가 날린 칼을 던져줬다. 무사시는 칼을 겨눠든 채 한조가 던져준 또 하나의 칼을 받아들었다.

 

 “장난......?”

 

 무사시의 입가가 일순 살짝 뒤틀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한조의 앞으로 닥쳐들며 칼을 그어내렸다. 하지만 한조의 몸은 환영처럼 모습이 흐트러지며 무사시의 칼을 통과시켰다.

 

 “쯧쯧, 그놈 성질머리하고는.”

 

 어느새 한조는 아름드리나무 위 큰 나뭇가지 위에 쪼그려 앉아 무사시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무사시는 칼을 고쳐 쥐며 다시 나무 위를 겨눴다. 한조는 무사시를 향해 손을 뻗어 싸움 의사가 없다는 것을 드러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무사시. 내가 모시는 주군께서 자네를 원하신다.”

 

 “거절한다.”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무사시의 반응에 한조는 짐짓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히죽 웃었다.

 

 “거참...... 같은 편이 되기 싫다면 적이 되겠다는 건데......”

 

 한조는 미소를 거두며 살기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는 게 좋겠군.”

 

 무사시는 칼을 고쳐 잡으며 언제든지 벨 자세를 취했다. 한조는 그런 무사시를 내려다보며 냉소지었다.

 

 “이거 어지간히 내가 우습게 보였구만. 나 같은 늙은 닌자 정도는 언제든 벨 수 있을 것 같나?”

 

 한조는 멀리 해가 지기 시작하는 숲 너머를 응시했다.

 

 “이제 곧 해가 진다.”

 

 한조는 몸에서 음산한 검은 기운을 압도적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둠은 닌자의 시간이지.”

 

 한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은 마치 생명체처럼 넘실거리며 아름드리나무를 휘감았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만(熳)을 드러내며 시위하듯 무사시에게 물었다.

 

 “어둠 속에서 나의 만(熳)은 3배의 힘을 발휘한다. 그래도 나와 싸우겠나?”

 

 무사시는 전혀 거리낌 없이 허리춤에서 발도술(抜刀術)로 빠르게 칼을 뽑아 낮게 횡으로 그어가며 대답했다.

 

 “물론!”

 

 츄칵!

 

 무사시의 검기(劍氣)는 한조가 앉아있는 아름드리나무의 밑둥을 예리하게 베어버렸다. 한조는 쓰러지기 시작하는 나무에서 살짝 도약하며 빠르게 암기를 연달아 쏘아냈다.

 

 파파팡!

 

 퍽! 퍼퍼퍽!

 

 무사시가 뒤로 도약해 피하자 암기들은 무사시 쪽으로 줄지어 지면을 폭파시키듯 기관포처럼 박히기 시작했다. 한조는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스프링 튕기듯 무사시 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는 무사시를 향해 쏘아져 나가며 등 뒤에 숨겨둔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톤파*였는데 무쇠로 만들었는지 둔탁한 검은 빛이 위력적으로 보였다.

 

 캉! 카카캉!

 

 한조는 무사시에게 닥쳐들며 양손에 하나씩 쥔 두 개의 톤파로 빠르게 후려치고 또 찔러갔다. 하지만 무사시는 한 자루의 칼만 휘두르며 한조의 공격을 무리 없이 막아냈다.

 

 평면적인 공격이 먹혀들지 않자 한조는 왼손의 톤파를 빠르게 회전시켜 무사시의 머리를 공격해 들어갔다. 무사시는 자세를 낮춰 톤파를 피하는가 싶더니 낮춘 자세에서 한조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그어갔다.

 

 카앙!

 

 한조는 톤파로 보호한 팔뚝을 빠르게 내려 무사시의 칼을 막아냈다. 무사시는 한조가 잠시 방어에 치중한 틈을 놓치지 않고 연달아 칼을 빠르게 휘두르며 공격에 나섰다. 한조는 두 개의 톤파로 방어했지만 무사시의 칼 하나를 버티기 힘들었다.

 

 투칵!

 

 순간 무사시가 크게 칼을 휘둘렀다. 한조는 권투 방어자세처럼 두 팔을 들어 톤파로 막아냈지만 그 기세를 죽이지 못한 채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콰콰콰!

 

 튕겨져 날아간 한조는 두 발로 지면을 뭉개며 간신히 멈춰 섰다. 그는 무사시의 공격을 막아낸 팔뚝이 저릿저릿한지 톤파를 쥔 손을 가볍게 털었다.

 

 “짜릿짜릿하구만.”

 

 그는 다시 톤파를 고쳐 쥐며 공격 자세를 취하며 여유있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닐 텐데? 해 떨어지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제대로 덤비는 게 좋을 게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무사시는 한조의 도발에 천천히 칼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칼을 내리그으며 허공을 베었다.

 

 쿠우우웅!

 

 순간 한조는 자신의 어깨 위로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짓누르는 것처럼 엄청난 무게에 움찔했다.

 

 

 웅웅!

 

 칼을 내리그은 채 살기를 뿜어내는 무사시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한조는 마치 거대한 바위산에 깔린 것처럼 발버둥조차 칠 수가 없었다.

 

 ‘움직일 수가 없어......?’

 

 

 

 --계 속--

 

 

 *핫토리 한조(服部半蔵) : 일본 센고쿠 시대부터 에도 시대 초기까지 활약한 닌자. 한조라는 명칭은 핫토리 가문의 당주를 뜻하는 말이며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한조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섬겼던 핫토리 마사나리(服部正成)임.

 

 **톤파(Tonfa)는 오키나와에서 사용하던 고유 무기로 현대 경찰들이 쓰는 곤봉이 이것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팔뚝 정도 길이의 막대기에 수직으로 장착된 손잡이가 있어서 공격과 방어가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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