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상 최강의 무장(武將)이 누구냐고요?”
오래된 역사책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쌓여있는 국사학과 교수실 안이었다.
안경 낀 50대 중반의 교수가 소파에 앉은 채 앞을 보고 말했다.
“글쎄요, 역사학자마다 생각이 다를 순 있겠지만 저라면 고구려의 연개소문을 꼽겠습니다.”
교수의 대답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만나본 역사학자들 여러 명이 그 이름을 언급하더군요.”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왕을 죽인 역적이라는 비난부터 위대한 혁명가라는 찬사까지, 연개소문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죠.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그는 외적과의 수많은 전쟁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한국사 최강의 무장이라는 겁니다.”
교수는 마치 자신의 무용담인 양 뿌듯하게 가슴을 펴며 말했다.
그러나 대화 중인 교수의 소파 앞 쪽엔 아무도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교수실 안에 있었다면 교수의 머리 위 허공에 반라의 모습으로 턱을 괴고 엎드리듯 떠있는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중력을 초월한 듯 그녀는 허공에 떠서 장난스러운 얼굴로 교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와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투명한 피부, 스스로 빛을 내며 일렁이는 긴 머리카락까지. 그녀의 외모는 지구상 어느 인종과도 다른 기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녀는 미소를 띤 채 교수를 내려다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좋아, 결정했어.”
“예?”
여자의 혼잣말에 교수는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순간 교수실 문을 열며 조교가 들어왔다.
“교수님, 아까부터 누구랑 그렇게 얘기 중이신 거예요?”
“어?”
어느새 반라의 여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정신이 든 교수는 아무도 없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당황했다.
“그러게? 내가 누구랑 얘기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