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렇게 아들 아들 하면서 집 사람을 잡던 어머니는 한 번을 찾아와 보지 않았다. 잊고 있었다. 어머니가 말 뿐이 사람이라는 것을 ......
아내가 생기면서 갑자기 어머니는 시어머니가 되고 영한은 효자가 되었다.
영한은 결혼전 자신이 어머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것 때문이었구나 새삼 떠올라 쓴 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다만 아내라는 울타리가 막아내고 있었고 어머니와 영한은 공통의 적을 두고 잠시 휴전 중이었을 뿐었다.
노인네가 하는 말이 뭐 그리 서러워서 집에서도 하는 일 어머니댁에 가서 하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들어서 돈을 벌어 오라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 키우는 것이 뭐가 그리 짜증이 나서 영한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영한은 그 순간 모든 것의 간섭으로 부터 아내를 밀어 넣고 자신은 쏙 하고 빠져서 관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몰랐고 몰랐다는 것에 놀라웠다.
아내가 있었다면 몰랐던 생각을 영한은 빨래를 널면서 했다.
아내는 빨래를 팡팡 털면서 널었다. 그래야 구김이 없다고......
영한도 그렇게 해 봤다. 답답 함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7.
" 네 집사람은 뭐가 그리 불만이라 맨날 죽상이냐?"
어머니의 말이었다.
영한이 대답을 했다.
"그러게요."
둘의 대화 였지만 아내가 들었다. 아내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영한은 보았다.
뭐가 그리 힘드냐고 물었다.
몰라서 그러냐고 아내가 되물었다.
정말 몰랐다.
정말 알 수 없었다.
다들 하는 것이고 다들 말 없이 혹은 행복해 보일 정도로 살고 있는데 아내는 왜 저리 힘들어 할까?
영한이 아내에게 말을 했다.
"네가 이상 한거야."
"그래. 내가 다 잘 못 했지.. 다 내 탓이지.'
"너 , 그 교회 좀 안 가 면 안 되냐?"
"왜?"
"어머니랑 아버지가 싫어 하시잖아. 그렇게 싫어 하는데 꼭 그렇게 기를 쓰고 가야 되냐?"
"마음 둘 곳이 없어서 그래."
"네가 왜 마음 둘 곳이 없어? 나도 있고 가족이 있잖아. 애들도 있고 어머니도 아버지도 있고."
"내가 가족이야. 파출부지. 종이지"
아내는 날카롭게 말을 했다.
"무슨 소리야? 왜 사람이 그렇게 매사에 삐딱해?"
8.
"아빠 이거 뭐야?" 얼룩이 안 지워 졌잖아. 아! 어떻해? 지금 입고 나가야 되는데?"
"아. 미안, 미안 다시 빨아 줄게."
"아 짜증나! 내가 그랬잖아. 지금 입어야 한다고!"
"다른거 없어?"
"다른게 어딧어? 교복 셔츠 입을 수 있는거 이거 하나 뿐인데 이씨! 짜증나"
큰아이가 짜증을 냈다. 영한은 큰 아이의 뒷 모습을 보고 황망 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제 사춘기에 들어선 큰 아이와 아내는 싸움이 잦았다.
이런 이유들로 여러가지 이유들로 문을 닫고 들어가는 딸애의 방문을 하염 없이 바라 보던 아내의 딋 모습을 보고 말을 했었다.
"뭐해? 신경 쓰지 마. 사춘기 잖아."
영한은 그 순간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 하게 아내에게 작용 했을 지 생각 했다.
집인일이라는게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내가 한 말이었다. 어지르는 사람은 셋인데 치우는 사람이 하나이니까 그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었다.
서랍을 열면 속옷과 양말은 언제나 깨끗하게 그 자리에 있고 와이셔츠와 셔츠는 얼룩 없이 다려져 있고 모든 것이 그냥 그자리에 있는 건 줄 알았다.
아내가 없어지고 나자 그렇게 만 있는 마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