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한달 동안의 아내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엄마를 진짜 잃게 된 예방접종이 되었는지 아이들은 울지 않았다.
너무 슬프면 울음이 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래서 아이들은 울지 않은 걸 지도......알고 있다고 생각 했던 것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경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 했어."
"다른 남자들도 다 그래."
"그래 알아. 하지만 다른 남자들의 아내는 자살을 하지 않아, 그냥 바가지를 긁지."
"바가지를 긁을 수도 없는 집이 잖아. 너네 집, 너에 대해 나쁜 말 비슷한 말만 나와도 으르렁 거린다고 하더라."
"누가 그래?"
"한경이가."
"언제?"
"그니까 몇 달전에 한번 만났어. 그리고 커피 한잔 했지."
"그런 말 없었는데?"
"너 한경이가 정신과 다니는건 알고 있었어?"
"아니? 그건 무슨 소리야? 한경이가 정신과를 다녀?"
"네 반응을 보니까 한경이가 말을 안한 모양이네. 한동안 나 회사 때문에 너 그거 알지? 거래처 때문에 우리 사무실 부도까지 갈뻔 한거. 그때 영 심란해서 몇 일을 아니 몇일이 뭐냐 몇 주 내내 피곤 한데도 잠이 오지 않더라구 그래서 결국 병원을 갔었지."
"병원이라고 하면?"
"그래 신경정신과. 나도 처음에는 의야 했지.너네는 문제가 없어 보였거든."
"문제가 없어 보여?"
"뭐랄까? 완벽해 보이는거 말이야. 나는 말이야. 세상에서 네가 제일 부럽더라. 돈 많은 아버지에 좋아 보이는 어머니 그리고 사이 좋은 가족들 아이들에 가족들 안정된 직장까지 너는 모든 것을 갖췄다고 생각 했거든."
"내가 완벽하다고?'
영한은 헛 웃음을 웃었다.
"그래 그때는 그랬는데 한경이 만나고 나서 완벽해 보이는건 너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완벽해 보이는 너의 뒤에서 한경이는 우울증에 빠져 있었던 거지."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아내와 영한의 초등학교 동창인 무현이가 말을 했다. 영한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초등학교때 아내이 6학년때 짝이었다.결혼 할때 사회도 봐주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다들 그렇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한경이가 그런 이야기를 털어 놓더라."
"뭐라고?"
"나도 조금 놀랬어. 한경이가 원래 내색하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어떤 스타일?"
"자존심이 좀 세다고 해야 하나? 학교 친구들 한테도 아쉬운 소리 안 하기로 유명하고......"
"그렇긴 하지만 그래서 한경이가 뭐랬는데?"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어. 그냥 병원에는 무슨 일이냐고 그런 이야기, 잠이 안오다는 말하더라고 그러다 근황이야기를 하고 아이들 이야기 좀 하고 그랬는데 갑자기 울더라 그래서 너무 당황했어. 그래서 우울증이 있나 보다고 생각을 했지. 농담 삼아 왜 영한이가 바람이라도 피냐고 물었더니 웃더라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대충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데 한 쪽 말만 듣고 어찌 알겠냐 만은 그냥 듣기에도 한경이가 좀 불쌍하더라. 너는 알고 있었니?"
"뭘?"
"한경이가 힘들어 하는거"
"힘들어 했어. 알아. 이 마당에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맞아 힘들어 했어. 나는 그냥 하는 소리라고 무시 했지."
"너 가끔 보면 무서울 정도로 사람 무시 하는게 있어 그거 알아?"
"내가? 언제 그랬어?"
"너 좀 울타리를 친다고 해야 하나? 마음을 안 준다고 해야 하나? 그런거 말이야."
"그런가?"
"누가 자신에 대하 다 알겠냐 마는 그래도 아무생각 없이 네가 어머니한테 한경이 이야기 하면 그 말 바로 한경이 한테로 전해 진다더라. 그건 몰랐지? 너네 집 어려운 집이야 층층 시하에 누구 하나 편사람 없지 남편은 차갑지. 나 같았으면 그 만큼도 못 살았을 거야."
"야! 야! 마누라 장례식장에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그만 해라."
"아 미안 말하다 보니....."
눈물은 나지 않았다.
영한은 그냥 멍하니 아내의 영정 사진을 만 봤다.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 낮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딸의 죽음 앞에서 영한의 장모는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이들 옆에서 아이들만 보고 있었다. 처음 부터 말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 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혼자 키운 딸이었다. 아버지 없이 자라서 그런지 본데없다는 말을 쉬 했던 어머니 였는데 아내는 그말에 아파 했다. 그 말이 영한의 귀에도 거슬렸다. 그렇게 말을 한 어머니에게 하지 말라고 했다면 아내는 죽지 않았을까?
영한의 모든 생각은 결국 그것으로 귀결이 되었다.
아내의 죽음에 이런 저런 변수라도 두고 싶었지만 그 변수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깨달음 그리고 득달 같이 물어 듣는 후회
한영은 장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었다. 죄송하다고 미안하다고
하지만 정작 무릎을 꿇은 것은 장모 였다. 장례식 이튿날 한 마디 말도 없이 그저 바닥만 내려 보고 있던 장모가 벌떡 일어나서 어머니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못난 엄마 밑에서 커서 공부도 못 하고 못 가르쳐서 시집 보내서 미안합니다. 아버지도 없이 혼자 키워서본데 없이 시집 보내서 죄송합니다. 가진거 없는데 있는 집으로 감히 시집 보내서 죄송합니다."
사죄를 하며 손을 빌어고 울었다. 머리를 조아렸다.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장례식 장을 나가고 어머니는 왜 이래오 하고 짜증을 내며 아버지를 따라 갔다.
장모의 행동은 일종의 시위였다. 영한은 장모를 일으켜 세웠다.
장모는 영한을 잠시 노려보다 그의 손을 뿌리 치고 장모 역시 장례식 장을 나가 버렸다.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은 무슨 소동인지 싶어 눈이 커지며 수근 거렸다.
그 이후 장모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이었고 친지도 없었다. 그러니 이곳에 어떠한 미련도 없었다.
다만 아이들에게는 종종 전화가 왔다.
눈치가 그랬다.
전화를 받는 아이들에게 물으면 아니야 하고 얼버무렸다.
아이들 역시 장모의 노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