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생리가 시작이 되었다.
이상하게 생리가 시작이 되고 나도 여자구나 하고 생각이 들 때면 인비는 엄마가 떠 올랐다.
엄마의 사진을 볼 수 없었다. 그러고 나면 울 것 같아서 였다. 울면 안 될 것 같았다. 우는 것이 죄 같았다.
그래서 인비는 절대 울지 않았다. 울고 싶을 때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었다. 그리고 샤워를 했다.
절대 울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인비는 엄마처럼 나약해지고 싶지 않았다.
"죽긴 왜 죽어 죽을 힘으로 살지."
할머니가 말을 했다. 모든 것은 엄마의 잘못이라는 듯이 말을 했다.
할머니와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혼자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소통이 안된다. 엄마는 나이가 들면 다 그런거라고 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사람이 말을 하면서 대화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인비는 피가 묻는 팬티를 쓰레기 통에 버렸다. 그리고 새것을 꺼내 입고 생리대를 팬티에 붙였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짜증이 나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첫 단계가 이 것이었다.
생리 그것도 한달에 한번
생리를 시작하니 몸 조심 하라고 엄마가 말을 했다. 안 그러면 아기가 생길 수 있다고
그정도는 초등학교때 알았다.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해. 그냥 내버려 두면 그 몸은 너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으로 쓰여 지고 버려 질 거야. 너를 지켜 내야 타인들도 너에게 함부로 굴지 않을 거야. 강해 져야 해."
엄마의 말이었다.
그런데 정작 엄마는 나약해서 자신의 목소리 한 번 못 내고 이러 저리 당하다가 못 견뎌 자살을 했다.
엄마는 나약 했다. 그러나 인비 자신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인비는 절대 결혼 따위는, 여자가 손해 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엄마 생각을 하다 엄마가 사라지기 얼마 전에 좀 이해가 안 되는 엄마의 행동이 생각이 났다. 그 날은 정말 엄마가 이상했다,
그 날은 절대 엄마같지 않고 낯선 누군가처럼 보였고 그 행동 때문에 엄마의 속의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다.
뭔가 숨기는 듯한 마치 구미호가 꼬리를 숨기 듯 그 끝을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 아닌가? 아닌데?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는 행동 그 일이 머리 속에서 지워 지지 않았다.
처음 엄마가 사라지고 난 이후 아빠에게 말을 해야 하나 생각을 했지만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 좋은 사이의 부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빠 그런데 하고 말을 할 사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아 됐어 하고 말아야 하는 것에 익숙 했다. 이렇게 되고 나니 말을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가 죽고 난 이후에도 인비는 그 날 엄마의 모습에 명쾌한 답을 찾지 못 했다.
그날은 원래는 학교에서 바로 학원을 가는 날이었지만 학원 숙제를 두고 와서 집으로 갔다. 엄마는 멍하니 있는가 싶기도 하고 허둥지동 하기도 했지만 어떤 정확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이상해서 인비가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가 화들짝 놀랐다.
"뭐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마치 혼이 나간 사람 같았다.
엄마의 손과 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엄마 다쳤어?"
"아니 아니 생리야."
엄마는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 갔다.
그런데 엄마의 몸에 묻어져 있는 것은 생리 혈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생리를 하면 온 치마에 손에 범벅이 된단 말인가. 생리를 주물 주물 했으면 몰라도.
집안에 들어오니 강한 철 냄새 같은 것도 났다.
"엄마 이거 뭐야? 무슨 비린내 같은 거 나지 않아?"
"무슨 비린 내가 난다고 학원 안가니?"
엄마가 욕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 갈거야. 학원 숙제 두고 갔어."
평상시 학원 숙제를 두고 갔다고 하면 미리 챙기라고 말을 하지 않았나고 하면서 잔소리를 했을 텐데. 그렇지 않고 욕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방에 가서 학원 숙제를 챙기고 신을 신고 현관을 나오려는데 엄마의 운동화에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산에라도 갔었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 었으니까
언제나 엄마는 엄마였다. 맘에 들때도 있고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신경을 꺼줬으면 좋겠는데 신경을 끄지 않았다.
그렇게 말을 했었다.
"제발 나 한테 신경 좀 꺼줘."
"네가 필요 할 때 난 네 엄마인거니?"
말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응 이라고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충격이었는지 방문을 두드리면서 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충격 받으라고 한 짓이었지만 너무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상처 받기 좋은 말들이 있다. 특히 엄마를 자극 하고 화가 나게 만드는 말들 그런 말들을 일부러 하곤 했다. 그래서 상처 받으라고 그러면 엄마는 여지 없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그러다 울었다. 인비는 엄마를 울리고 싶어서 그런것은 아닌데 자꾸 그렇게 되었다.
미안하다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더 이상 그 말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이 인비는 슬펐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다만 마음에 안개가 낀 호수 같이 어둡고 습했다.
맑고 쾌청 했던 때는 엄마가 있었을 때 인데 이제 엄마가 없으니 인비의 마음 속은 계속 그럴 것 같았다.
대견 하게 인성이는 울지 않았다. 그래서 인비는 인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TV를 보고 있던 인성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에이씨 뭐야? 갑자기 머리는 왜 만져."
"그냥"
"기분 나쁘게 시리."
"왜 기분이 나쁜데?"
"네가 머리를 만지나까 그렇지"
"그냥 쓰다듬은 거야."
"그래 왜 머리를 만지냐고?"
"그냥 쓰다듬었다고!"
"왜?"
인성이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됐어 하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인성이도 날이 서 있었다. 그냥 무엇 때문에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인비는 인성이 왜 그렇게 날이 서 있는지 알았다.
인성이의 마음도 인비와의 마음 속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인비는 방으로 들어가 책상에 앉으면서 한숢을 쉬었다.
엄마가 잘 하는 건데
엄마는 그렇게 한숨을 많이 쉬었다. 그렇게 라도 숨을 쉬어야 했을 지도 모르는데 그 소리가 듣기 살었다.
그래서 엄마의 한숨을 가지고도 싸웠다.
"이제는 엄마 숨쉬는 것도 시비냐?"
"시비가 아니라...... 됐어. 그만해"
말을 싹뚝하고 잘라 먹고 도망을 갔다. 도마뱀처럼 불리 하면 그렇게 도망을 갔다.
"엄마도 그렇네 결국 꼬리 자르고 도망을 가버리다니......나는 엄마를 닮았네."
하고 인비는 한숨과 같이 작은 혼잣말을 했다.
아빠가 엄마가 하던 일을 했다.
빨래 청소 밥 엄마가 있을 때 보다야 완벽 할 순 없지만 아빠는 나름 노력을 했다.
인비에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너희 먹은 것 증은 너희들이 설거지해 하고 말을 했다.
엄마의 자리에 서면 엄마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에 잔소리도 같이 포함이 된 모양이라고 인비는 생각을 했다.
"알았어."
하고 퉁명 스럽게 말을 했다.
"너는 왜 매사에 그렇게 불만이야?"
아빠가 엄마가 하던 시비를 걸어 왔다. 인비의 머리 속에 엄마에게 하던 상처가 될 만한 말을 몇 가지 떠 올렸지만 하지 않았다.
말이 입 밖으로 나가 버리고 나면 미안하다는 말로 되 돌릴 수 없으니까 죽어버리고 나면 다시 살아 날 수 없듯이 말은 그런 것이었다.
"불만 아니야. 그냥 말한 건데 아빠가 좋지 않게 들은 거라고......"
아빠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했다.
"우리가 이러는거 다 이유가 있는데 왜 우리는 이러고 있는 거냐?"
"왜 이런 말싸움 같은 것을 하고 있냐고?"
"그래."
"그러게 왜 이러고 있을까? 생각 해 봤는데 이런 말싸움 엄마랑 수도 없이 했어. 지금 생각 해보면 지금 아빠가 생각 하는 것 처럼 왜 그랬나 싶어 모르겠어. 그 전에는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어. 이제 나는 예전의 나를 이해 하지 못 하겠어 그리고 나는 내가 미워."
"나도 그런데......"
아빠가 말을 했다.
설거지를 하려고 서 있던 씽크대 앞에서 아빠가 인비를 밀어 내고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했다.
"모든게 영원 할 줄 알았던 거지. 그런걸 호강에 받혀서 요강에 똥 싼다고 하는거야."
"으웨 더러워 요강에 똥을 왜 싸?"
"그러게 말이다.
더 이상 말 싸움은 없었다. 그냥 애둘러 갔어야 했는데그렇게 공격 적이 될 필요는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인비는 설거지를 하는 아빠의 등을 봤다. 그냥 짜증만 났던 그 등이 조금은 토닥토닥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