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그냥 나왔다. 집을 나왔다. 그렇게 도망을 가버리면 그만 일 줄 알았다. 모든 것이 엇갈리기 시작한 순간 한경이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그 도망을 가는 길 끝에 뭐가 있는지도 알지도 못 한채 그저 모든 것들로 부터 도망을 갔다.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았다.
한 낮 부터 날이 흐리더니 결국 비가 내리고야 말았다. 비가 내려 내내 한기가 들었다.
눈이라도 오지.
잔뜩 흐린 하늘은 눈 대신 비를 내리고 있었다. 어두워 지자 습기를 먹은공기가 알싸해졌다.
흐리기 시작 하고 비가 내려 습도가 높아 지면 한경의 코에서는 콧물이 훌렀다. 쭉하고 흐르는 콧물을 습관 적으로 코를 찡그려 빨았다. 목구멍으로 콧물이 짠 맛이 났다. 오래된 습관이라 자신도 모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습기로 인해 비염 때문이 코를 훞쩍거리면 감기 걸렀어 하고 물었다.
"비염이 있어서요."
"그래?"
"날씨만 흐리면 그렇게 콧물이 나네요."
"비염 그거 잘 안 낫 던데."
"네 그렇죠."
둘이서 온 손님이었다. 고정 아가씨가 부족해서 보도를 불렀다 두명의 아가씨가 필요 한데 한명은 그집의 고정 아가씨였고 하나는 보도인 한경이었다.
한경의 옆에 있는 손님이 접대를 받았다. 그래서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손님이 연신 이차를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경 옆의 손님이 손을 저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말을 하지만 술이 두어잔 들어가면 욕정에 불이 붙으면듯 말이 달라졌다. 그런 사람을 한경은 많이 봤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이차를 가야 할때 일 수록 술에 취하면 안된다. 그럼 최실장에게 할말이 없어진다. 행여 술에 취해 모텔에서 잠이라도 들어버리면 정말 곤란하다, 그러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아침까지 연락이 안된 한경을 붙잡고 다음날 일도 못 가게 하면서 울면서 난리를 쳤다.
"네가 다른 놈이랑 잤다고 뭐라는거 아니야. 네가 어쩌다 이렇게 되도록 만들었는지 나는 그게 너무 슬퍼."
최실장은 너무 감상적이었고 현실은 냉혹했다. 해결 해야 할 문제가 그들을 주시 하며 늘 노려 보고 있는 것은 느끼기 때문에 한 순간도 느슨 해질 수 없었다.
결국 그 희망은 허사라는 것을 알게 되기 까지 한경은 최실장을 속이며 이차를 가고 술에 취한 남자의 하루의 여자가 되었다.
웨이터가 불렀다.
"어이 손님이 찾아."
"네 알았어요."
"이차 갈거야?"
"네?"
조금 머뭇거렸다.
"이차가자는데?"
그때 웨이터의 뒤에 마담이 서서 말을 했다.
"가. 우리 집 단골이야. 너 맘에 든다는데 왜 안가. 이차비 많이 챙겨 줄게."
바닥에 담배를 비벼 끄며서 작게 네 하고 망를 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수,,,,수진이요."
"그래 수진아 너 우리 가게 고정 해 졸 생각 없어?'
"네 그건 저희 실장님 한테 물어 봐야."
"숙소도 제공 하고 여가 손님들도 점잖고......"
한경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잘 생각 해 봐. 마이킹도 땡겨 줄게"
"한번 생각 해 볼게요."
한경은 집을 나와야 했다, 그래야 살수 있었다. 모든 것이 나야 나때문이야 그러니 아이들과 남편한테 피해를 줘선 안돼
그 생각 뿐이었다.
모든것이 힘이 들었다. 그래도 살만 했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그러니 그렇게 살아도 되었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시간이 지나면 좋은 날이 올 거리고 언제가는 한경의 마음을 알아 줄거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참을 만했다. 나는 잘 못 한것이 없어 그들이 잘 못 하고 있어 나는 피해자니까 나중에 할말이 있고 나중에 기회가 올거라고 그렇게 벼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문제 였던 것일까? 그냥 받아 들이고 계속 참았던 것 처럼 참고 살았다면 괜찮았을 까?
아이들과 씨름을 하고 남편과 툭탁거리고 시댁과 줄다리기 하고 행복하다고 할순 없지만 이런 것이 사는거라고. 그런걸 알고 있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다. 어디를 가서 뭐를 할 수 있을 까?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할수 있는 것은 살림하고 아이들 챙기고 어른들 모시고 그런 정도뿐인데 내가 여기를 떠나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어디를 가서 파출부라도 하면 모를까
그런 생각으로 살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그일이 없었다면 정말 기가 막힌 일이었다. 도무지 한경의 인생에서는 상상도 못 해 본 그런 일이었다. 모든 일이 폭풍이 휘몰고 가듯 그렇게 순식간에 벌어지고 말았다.
최실장 몰래 이차를 갔다가 모텔을 빠져 나왔다. 모텔 입구에서 행여 최실장의 눈에 띄일 까 주변을 살폈다. 그는 사무실에 있거나 일이 끝난 아가씨를 데리려 갔을 것이다. 한경이 전화를 하지 않는다면 최실장은 그저 한경이 테이블이 늦게 끝났나 보다고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한경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모텔을 빠져 나와 행인들 사이를 들어가 난 이후에 한경은 자신이 몇 분 전 까지만 해도 돈을 받고 몸을 팔았다는 것을 잊으려 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네온 사인 때문에 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았다. 별을 볼려고 올려다 보지 않았지만 별이 보리려 나 했다.
별은 보이지 않았다.
최실장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났다. 하얗고 애띤 얼굴이었다. 키가 커서 한참을 올려다 봐야 했다.
불륜이라고 생각 하지 않았다. 불륜이 아니라 그저 잠시의 휴식, 잠시의 틈,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 정도라면 그 잠시라면 그래서 아무도 모르고 한 눈 팔다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것은 흠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 했다.
한경이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 정도로 가볍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퉁 쳐 줄 수 있을 만큼 생각 할 테니까 누구에게 허락을 받는 것도 아닌데 괜찮지 않냐고 한경은 스스로와 타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그런다고 하는 생각과 이래도 될까 하는 생각 사이의 줄다리기는 한 방에 무너 졌지만 그래서 받는 벌치고는 너무 가혹 한것이었다.
그 입구는 넓고 화려하고 아룸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 속은 출구도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록 좁아 져서 온 뭄을 압박했다.
그것은 덫이었다. 누구를 탓 할 수도 없었다. 제 발로 들어간 덫에 겯혀 버린 것이다.
사랑이라고 최실장은 말을 한다. 그 미약한 사랑이 한경을 어떤 처지로 만들고 말았는지 멱살이라도 쥐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의 피해자는 한경 혼자 만이 아니었다. 최실장과 한경 둘이 만든 것이었다.
도망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죄의 굴레의 공범으로 묶여 떠날수도 없었다.
실수였다. 아무리 생각 해도 그녀가 원한는대로 끌고 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가 저 아래에 왜 누워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최재희씨 알죠?"
하는 전화,
낯선 전화 그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