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수진이 소리를 질렀다.
"나가 나가 죽으라고!"
"또 왜 이래?"
"내가 뭘?"
"넌 내 기둥서방이자나! 몸 팔고 돈만 벌어다 주면 그만 인거지? 그렇지? 너는 나를 사랑하기나 하냐?"
"아 제발 왜 이래?"
"왜 이러긴 너는 나를 뭘로 알고 있어? 난 뭔데?"
"뭐긴 수진이지."
"내가 수진이라고? 내가 김수진이라고? 웃기지마. 나는 김수진 아니야. 그건 네가 나를 옭아 매기 위해 만든 쇠사들이라고!"
"하지마! 하기 싫음 하지 말라고 누가 하라고 등 떠밀었어?"
"그래 안 할 거야. 절대 하지 않을 거야. 나도 여자고 나도 이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그래. 누가 일하래?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
"누가 하고 싶데?"
수진은 만취해 있었다.
흔들 흔들 몸을 흔들면서 촛점없는 눈동자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수진아. 술 너 술 취했어. 술 깨고 이야기 하자. 응? 응?"
최실장은 수진을 달랬다.
"누가 술 취했데? 내가 누가 때문에 이렇게 사는데!"
"누구 때문인데?"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너 때문이야. 난 갈거야."
"이 새벽에 어디를 간다는 거야?"
"네가 없는 곳이면 어디든. 지금 갈거야. 지금 갈거라고!"
"알았어. 갈때 가더라도 일단 내일. 내일 가든지 해. 내일 술 깨고 나서도 똑같은 마음이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안 취했다고 안취했어.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야."
수진이 악을 썼다.
근처 어디 집에서 창문을 열어 소리를 질렀다.
"야! 잠좀 자자. 잠 좀 자!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 지랄이야. 경찰 부른다!"
더 이상의 소란은 불필요 한데 수진은 여전히 소리를 지리고 악을 써대고 장롱 속의 옷들을 꺼내 찢어 대고 성이 안 차는 지 주방으로 가서 가위를 가지고 와 옷을 자르기 시작 했다.
매번 그랬다.
술에 취해 집에 와서 하는 짓은 다음날 후회를 하면서 매달리고 용서해 달라고 할 일들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점점 더 나빠진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결국 옷을 자르던 가위를 들고 튜브에서 바람이 강하게 빠지는 비명을 지르며 최실장에게 달려 들었다.
간발의 차로 최실장은 수진을 피해 수진의 손을 잡고 가위를 쥐고 흔들는 수진의 손을 겨우 막아 낼 수 있었다.
점점 더 심해 지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 여자의 몸이라 힘에서는 밀리지 않는데 가끔 술에 취해 발광을 할 때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가녀린 여자의 몸에서 나오는 힘이 아니라는 생각과 언젠가는 그 힘을 이길 수 없을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여자 어디 있어?"
" 수진이는...... 수진이는 병원에 있어.....병원에 있습니다. 제가......제가 어떻게 든 해결 해보겠습니다."
최실장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래야 했다. 그래야 믿어 줄 것 같았다. 그래야 수진이를 찾아 나선다고 설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모든 일이 다 틀어지고 말 것니까 아니 벌써 일은 틀어지고 말았지만 더 이상 틀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그냥 이대로 정리가 되어야 했다.
2호가 박사장의 뒤로 원래 그가 있던 자리로 갔다. 그 자리에 무슨 표식이라도 있는 듯이 두발을 벌리고 앞으로 손을 모으고 있었다.
최실장을 고개를 들어 그들을 올려다 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없이 어디론가를 응시 하고 있었다. 그래 봐야 15평의 최실장의 사무실의 벽 정도 겠지만 그 너머를 보고 있거나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거나 하는 듯 했다.
박사장이 몸을 굽혀 최실장의 코 앞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는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서로 몇 장을 꺼내 최실장 앞에 던졌다. 그것을 최실장을 들여다 보았다.
손이 떨렸다.
공증한 자용서 였다. 갚지 못 할 시 신체를 포기 하겠다는 각서도 있었다.
최실장은 그런 서류를 많이 봤다. 그런 서류는 많다. 왜 사람들이 이런 서류를 만들고 돈을 빌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의 어머니는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에 도박 중독자 였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돈을 벌어도 없어지는 것이고 아이들은 뒷 전이었다. 그래서 악해 졌는지 아니면 악하서 그렇게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머니가 가출을 하고 이후에 몇십년이 지나 어머니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최실장은 안도 했다.
어머니가 남겨 놓고 간 빚의 감옥에서 탈출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최실장은 어머니를 떠 올렸다.
어머니 때문에 수진을 사랑 했다. 연민 했다. 최실장이 없으면 그녀는 죽고 말았을 것이다. 언젠가는 스스로 목숨을 꾾을 것같았다. 그런 날이 오고야 말리라고 등 떠밀지 않아도 그렇게 되고 말 여자라고 생각 했다.
그러니 한경의 말이 그리 믿지 못 할 말도 아니었다.
수진이 자살을 했다는 것을 최실장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수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경에게는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의 탓을 한경에게 돌리고 싶었고 그 결과로 인해 그녀가 어떤 방식이든 그에게서 멀어지지 못 하고 하고 싶었다.
최실장은 그런 자신의 그런 맘에 대한 보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는 언제나 빠르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게 되면 포기는 순간에 이뤄 진다.
수진이 그렇게 죽고 말거라고 생각 했던 예감과 같이 자신도 그에 대한 댓가도 받게 될지 모른다는 예감도 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실장은 그리도 빨리 무릎을 꿇을 수 있었다. 태생이 그렇다. 운명이고 숙명이다.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다는 절망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고 밀어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굴레
최 실장은 그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5억이었다.
최실장이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당겨도 그 돈을 마련 하기 힘든 돈이었다.
"원금은 얼마 입니까?'
그들의 계산법은 이상하다. 듣다 보면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돈을 빌릴 때는 그 말이 다 맞는 것 같고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벗어 날 수 없는 덫이다.
그것을 최실장은 알고 있었으나 어머니가 그리고 수진이가 빠졌던 굴레 들어 가야 했던 그 순간 그 역시 그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원금은 그가 불렀던 금액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돈일 것이다. 다들 그러니까 알면서도 최실장도 그가 하는 말에 다시 계약서를 쓰고 말았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약속의 계약서에 1호의 강한 손을 느끼면 지장을 찍었다.
그 순간 최실장의 귀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내는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뭔가 잘 못 되었구나 하고 각성 했지만 최실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원금은 중요 하지 않아. 네가 해결 한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해결해야 할 금액이 그거라는 게 중요 하지."
"저에게 이정도의 돈은 없어요."
"그럼 둘이서 벌어서 갚아야지. 너는 원양 어선을 몇 년 타고 네 여자는 섬에서 몸을 팔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거야. 물론 그 중간 중간 너희들의 이자는 꼬박 꼬박 올라 갈거고."
그말은 절대 갚지 못 할 거라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다 이런 놈들에게 돈을 빌린 것일까? 날짜를 보았다. 이년 전이었다. 이년 전 그와 수진이 그나마 조용히 살때였는데.......
그녀는 그 돈이 왜 필요 했던 것일까?
서류를 들여다 보면서 아무리 생각 해도 짚이는 것이 없었다. 그냥 그 서류에는 최실장의 앞날이 쓰여 있을 뿐이었다.
"일단 집을 팔면 한 삼억을 마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 정리 하면 일억 정도 마련 할 수 있을 것 같그요. 나머니 일억은 분할로 갚을 테니 이자는 더 이상 받지 말아주세요. 열심히 일을 해서 갚을 게요."
최실장은 고개를 조아리면서 말을 했다.
박사장이 최실장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을 보면서 말을 했다.
"너희들이 야반도주를 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믿지?"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는 거야?"
북사장은 찬찬히 말을 했다. 마치 시나리오를 읽는 배우처럼 너무 완벽해서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했다.
"각서를 쓰라면 쓸 수 있습니다. 정말 우리가 도망을 가면 죽여 버리 셔도 됩니다."
박사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젖혀 웃었다.
"어디 외국으로 도망을 가버리고 나면 우리는 속수 무책이라고......"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수족들을 보면서 어깨를 한번 올렸다 내렸다.
그는 한 바탕 시원하고 웃었지만 그의 눈ㅇ은 핏발이 서고 눈가에는 물이 맺혀 있었다. 그 논에는 두가지 감정이 충돌 하는 것을 최실장은 느꼈다.
"그렇지만......"
그의 말도 맞는 말이다. 박사장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렇게 하도록 하지. 네가 하고 있는 그 보도 사무실에서 나오는 지분의 반을 우리에게 줘. 그리고 나머지는 일을 해서 같아. 뭐 일종의 네 일에서 나오는 지분의 50%는 이자 같은 거지. 그리고 나머지는 이자를 받지 않고 계약서에 서 있는대로 계산을 해서 받아서 2억이 되는 날 너희들을 자유롭게 해 줄게. 어때 ? 정말 좋은 조건이지 않나? 내가 사람이 좋으니까 이런 조건을 제시 하는 거야. 나는 말이야. 다른 방법으로 돈을 받아 낼 수 잇는 방법을 수만가지나 더 알고 있거든. 자네라는 인간이 불쌍해서 말이야. 여자 하나 잘 못 만난 죄에 대한 배려라고나 할까?'
박사장은 손을 비비면서 맛 좋은 먹잇감을 앞에 둔듯 말을 했다.
일에는 미련이 없었다. 언제나 그 만 두고 싶었고 그만 둘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돈이 되는 알짜배가 일이고 권리금도 잘 받을 수 잇는 일이다. 기한이 짧았다. 박 사장이 원하는 기한 내에 그 정도의 것을 제 돈을 받고 인수 할 만한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사장은 최실장의 일 지분의 50%를 원하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이 오롯이 돈 만은 아닌 것 같았다. 돈은 다 갚을 수 있으니 시간들 달라고 집과 일을 정리 하고 대출을 좀 내면 그 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리고 말이야. 이 녀석이 너희들을 24시간 감시 할 거야."
3번이었다. 3번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그 이유였던 것이다. 최실장을 그 곳에 잇는 모든 사람들이 그 곳에 있어야 할 충분 한 이우가 잇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사장의 뒤에 서 있던 3호는 최실장의 앞으로 와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여전히 감정이 없는 얼굴이 었다.
"앞으로 어디를 가든지 이 녀석이 너희들의 그림자가 될거야. 내돈을 다 갚는 그 날까지......"
"이렇게 까지 할 필욘 없었어. 그런데 그 새끼가 나타나는 바람에......미안하다. 한경아! 어차피 그런 여자들은 빚내고 도망가는게 비일비재한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그냥 수진이가 도망을 갔다고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들은 사채업자이고 절대 포기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리고 내 옆에 당신이 있는 한 그 짐을 당신에게 지울거야. 그냥 그 녀석이 하자는 대로 하자. 지금처럼 수진이로 있자. 잠시 기간이 길어 진 것 뿐이니까. 그 깟 돈 금새 갚을거야."
최실장의 시나리오는 완벽해 보였다. 수진을 자살한 한경으로 만들고 깊은 숲에 대충 가려 두면 사람들이 쉽게 찾지 못 할 것이고 산 짐승들이 헤쳐 놓거나 시간이 부패 하게 만들거나 할 것이고 한경의 유류품으로 인해 수진이 한경이라고 생각 할 것이고 도피를 위해 재산과 일을 정리 하는 동안 수진이 아프다고 하고 한경을 알아 볼 수 있을 수 있기도 하고 외국으로 가려면 수진이 되어야 하니 수진과 비슷하게 수술을 해서 여권 사진과 비슷 하게 만들어 새출발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말은 정말 완벽한 것이었다.
그들이 나타나기 전 박사장이 나타나지 전......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한경은 완벽한 수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