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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역( 非可逆)
작가 : 반짝반짝슈이치맨
작품등록일 : 20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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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역( 非可逆)20
작성일 : 20-09-17     조회 : 441     추천 : 0     분량 : 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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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왜그랬어?"

 

 "그냥 희망이라도 가지라고 그 사람이 당신을 알아 봐줘서 그걸로 이 지옥에서 탈출 하라고......박 사장은 절대 우리를 놓아 주지 않을거야. 당신과 내가 이렇게 일을 해도 줄지 않는 빚을 봐도 그래. 한때는 그래도 빚만 갚고 나면 하는 희망도 있었지. 그런데 벌써 일년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못 하는데 갚아 나가야 할 빚이 줄어 들 기미가 보이지 않잖아.

 당신 죽을까 봐. 그런 희망도 없이 살다가는 죽어 버릴까 봐. 그랬어."

 

 "그 사람이 나를 찾아 볼 거라고 예상했어?"

 

 "그런건 아니지만 의구심마저 들지 않는다면 그 인간에게 희망을 걸어 볼 필요도 없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이 나를 알아 본다고 치자. 그럼 그 다음에는 나는 살아 있고 그럼 죽었다고 했던 나는 누구지?"

 

 "수진이."

 

 "그렇다면 나와 수진이의 연결고리를 경찰들이 찾지 않을까?"

 

 "글쎄? 그런데? 아직도 그게 두려워?"

 

 "지금 당신과 내가 살고 있는 지금 보다 더 지독한 지옥은 없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야. 이건 당신의 삶이 아니야."

 

 "아니. 지금 나에게 이게 나의 현실이야. 어떻게 되었든 과거야 어떻든 이제 나이 세상이고 현실이야. 나는 그걸 살아 내야 하고 상황이 어떻게 바뀐다면 몰라도 우리는 그것을 바꿀 힘이 없어. 그저 받아 들이고 인정하는 수 밖에......"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를 사랑 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훨씬 행복 했을 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전에 내가 살았던 삶에 대한 소중함은 아직도 몰랐겠지. 나의 죄는 현실에 감사 하지 않았어. 그저 없는 것만 불만이었어. 그래서 과거를 후회하고 그 순간을 부정했지. 그런 나의 근본적인 죄는 현실을 제대로 살지 못 하게 했고 그 현실은 다시 과거가 되어 후회를 했고 미래가 다시 현실이 되었을 때 여전히 똑같이 부정적으로 받아 들이게 한 거지. 끝없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어. 그것이야 말로 지옥이야."

 

 "혹시 돌아 갈 수 있다면 수진이의 죽음이 문제가 되지 않느다면 너는 다시 돌아갈거야?"

 

 한경이 최실장을 보고 웃었다.

 

 "돌아가고 싶어. 지금의 자리에서 그리운 그 찬란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런데 자기야 그것은 과거야.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의 머리 속의 상상처럼 그렇게 빛나지 않을 거야. 그건 내가 지금이라는 현실에 있기 때문에 그 과거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지금 나의 현실은 당신 말대로 지옥 일 수 있어. 가끔은 참혹하다고 생각 하기도 하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혼란스러워. 그런데 그게 나야. 지금의 나의 현실이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야. 그것이 나의 것이야. 인정하는 거야. 그게 내가 지금 할 수 잇는 최선이야. 나는 지금 나의 최선을 다 할거야. 시간이 지나면 이 참혹 했던 현실도 실은 괜찮았었다고 생각 할 미래고 올거야."

 

 "우문 현답이네."

 

 한경이 웃었다.

 

 둘은 상을 마주하고 앉아 두부김치에 소주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1년 365일을 따라 다니던 덩치 석필도 제 아버지 칠순이라고 고향을 간다고 보고를 하고 간 터였다.

 

 "지키는 사람도 없는 데 도망가고 싶지 않아?"

 

 "도망을 간다면 어디를 가겠어? 어디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 같아. 그리고 석필씨 하고도 좀 친해 졌고......우리가 도망을 가버리고 나면 석필씨는 박사장한테 개 박살이 날 걸?"

 

 "그렇겠지? 그래도 내가 당신이라면 이 지옥에서 도망가고 싶을 거야."

 

 "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러데 이세상에는 어느 누구도 천국을 살지 않아. 다 지옥을 살고 있어. 다른 사람은 현실이 지옥이라는 것을 모르고 우리는 우리의 현실이 지옥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야."

 

 최실장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수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석필이었다.

 

 "도망 안가요. 우리가 어떻게 석필씨 두고 도망을 가요?"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 내일 올라갈려고 했는데 하루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세요. 편히 다녀오세요 석필씨도 저희들 때문에 고생이 많네요."

 

 "아닙니다. 형수님 뭐 하고 있었어요?"

 

 "최실장이랑 한 잔하고 있었어요."

 

 "두분은 언제 봐도 사이가 좋으시네요. 형님이랑 좋은 시간 보내세요.'

 

 "네네."

 

 전화를 끊었다.

 

 "뭐래?"

 

 최실장이 젓가락질을 하다 물었다.

 

 두부를 만으로 잘라 김치를 올려 수진의 앞에 놓았다. 그것을 수진은 젖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고 우물 거리며 말을 했다.

 

 "뭐라긴 하루 더 있다고 온다고......"

 

 "아니 그걸 왜 우리 한테 말해? 박사장은 어쩌고? 아무튼 웃긴 녀석이야."

 

 "그렇긴 하네."

 

 수진이 미소 지었다.

 

 "왜?"

 

 "석필씨가 나더러 형수님 이래?"

 

 "그래? 아무튼 웃긴 녀석이야."

 

 최실장이 수진의 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웃었다. 취기가 올라 최실장의 얼굴은 붉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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