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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라
작가 : 너굴토끼
작품등록일 : 20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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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소녀의 죽음은 두 번째였다.
작성일 : 20-09-20     조회 : 564     추천 : 0     분량 : 7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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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소문 들었어?”

 “쉿! 지나가시잖아···.”

 

  소녀가 지나가자 모두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뚜벅뚜벅.

  굽낮은 구두 소리가 그들 앞을 지나치자 그들은 그제야 한숨 돌린 듯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오소소 돋아난 소름에 온몸을 바르르 떨며, 방금 자신들의 앞을 지나간 ‘소녀’에 대해 이야기를 마저 했다.

 

 “보인다며? 저분.”

 “그런가 봐. 근데 회장님도, 사장님도 그런 걸 쉬쉬하시는 이유가, 회사에 엄청나게 이득이 되나 봐.”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난 저분 볼 때마다 꺼림칙하단 말이야. 아니, 어떻게 무당을 회사에 들인데?! 막말로 친자식도 아니면서.”

 “쉿! 무당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니까! 못 들었어? 전에 대놓고 말하다가 짤린 사람 있다고···!”

 

  속닥이던 한 사람이 ‘소녀’에 대해 어떤 말을 하자, 모두들 그의 입을 막으며 경고했다.

  그들이 이렇게 말을 하게 만든 ‘소녀’는 불과 16세의 나이로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한 기업의 이사가 된 어린 소녀를 말하는 것이었다.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명 ‘무당’으로 회사에선 이미 유명했던 소녀는 어느 날, 회장이 회사로 데려온 것이었다.

  회장은 자신의 친가도, 외가도 아닌 어디서, 누구에게서 태어났는지 출생조차 확실하지 않은 이 소녀를 단숨에 이사로 만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무섭도록 정확한 그 눈썰미, 아니 귀신을 본다는 그 능력으로 이미 여러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고, 그로 인해 회장의 회사는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피곤해···.’

 

  사람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소녀는 피곤한 듯 서류를 책상에 집어 던지고, 소파에 털썩 누웠다.

  그녀는 살짝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자신의 머리 위로 여러 색의 조그마한 것들이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일하는 동안만큼은 보지 않으려고 애쓰던 것들이었다.

  소녀는 그것을 ‘귀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보이던 것들. 외로웠던 자신의 곁에서 항상 즐겁게 해준 것이 바로 이 ‘귀신’들이었다.

  소녀는 그것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신이 난 듯, 소녀에게 쪼르르 달려와 재잘거렸다.

 

 「피곤해?」

 「피곤해, 라이라?」

 

  항상 그것들은 소녀를 ‘라이라’라고 부르며 귀여운 눈동자로 소녀를 바라보고, 귀여운 입술로 쫑알쫑알 말을 건넸다.

  재잘거리는 그것들은 목소리는 퍽 듣기 좋아 소녀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고, 소녀의 웃음소리에 신이 난 그것들은 그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소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것의 작은 코를 콕,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말했다.

 

 “옛날부터 말했지만, 내 이름은 라이라가 아니라니까?”

 「······분명 라이라가 맞는데?」

 「맞아, 라이라가 맞는걸?」

 「라이라는 아직 모르는 거야.」

 “내가 뭘 몰라.”

 

  소녀의 말에 파란빛의 그것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말할 수 없어. 라이라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니까.」

 「쉿!」

 

  그것들은 작은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대며 비밀인 것처럼 답했다.

  결국, 오늘도 답을 얻을 수 없었던 소녀는 하는 수 없는지 어깨만 으쓱이며 그것들을 뒤로한 채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회장이 맡긴 대형 프로젝트를 어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무실에서 나온 소녀는 지나갈 때마다 자신을 꺼림칙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눈을 신경써봤자 기분만 상할 뿐이었다.

  회사 로비로 내려온 소녀는 마침 준비된 차를 타고 서둘러 현장으로 향해달라 말했다.

  차가 출발한다.

  소녀는 흔들리는 차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드럽게 출발한 차는 이내 회사를 벗어나 도로를 달렸다.

  그때, 소녀를 따라온 그것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항상 보던 자들이 아니야, 라이라!」

 「처음 보는 자가 이것을 움직이고 있어!!」

 

  위협적인 그것들의 목소리에 소녀는 고개를 돌려 룸미러로 기사의 얼굴을 확인했다.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소녀는 룸미러 너머로 보이는 기사의 얼굴이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덕분에 소녀는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소녀의 시선이라도 느낀 것일까, ‘기사’가 룸미러로 소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 소녀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빠른 속도로 따라오는 그것들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쁜 음색이 들리는 자야.」

 「위험해, 라이라!」

 

  다급하게 위험을 알리는 그것들의 소리에 소녀는 조용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세큐리티 경보 장치를 눌렀다.

  납치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납치는 납치인지라 몸과 마음 모두 긴장한 소녀는 ‘기사’의 행동을 엿보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들은 소녀에게 계속해서 위험을 경고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것들이 분노할 때마다 들릴 리 없는 차창 밖의 바람소리가 거세게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목적지를 향해 가던 차가 순간 방향을 틀더니, 소녀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방금 놀란 사람처럼 일부러 입을 열었다.

 

 “여긴 이천 방향이 아닌데요, 기사님?”

 “······.”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잖아요!!”

 

  꽤 성난 목소리에 그제야 차를 몰던 ‘기사’가 입을 열었다.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이사님.”

 “······.”

 “이사님의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하길 바라는 분이 계셔서요.”

 

  목소리서부터 소름이 끼치는 음산한 기운. ‘기사’는 평범한 납치범이 아닌 것 같았다. 최소 이름 있는 조직의 행동대장이거나, 삼합회 같은 해외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자일 것이었다.

  소녀는 침착하게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하게 되면 이득을 보게 되는 자가 누구인지 생각하며, ‘기사’에게서 누가 범인인지 확실하게 유도하려고 했다.

  잠시 후, 소녀의 머릿속에 단 한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타 회사의 인물이 아닌, 바로 소녀와 같은 이사진 중 한 명. 박 이사이기 때문이었다.

 

 “······박 이사.”

 

  소녀의 정확한 추리에 ‘기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문제는 ‘기사’의 미소에 소녀는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졌단 것이었다.

 

 “······역시 듣던 대로 머리가 아주 비상하시군요. 예, 그분께서는 이사님의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해 자신에게 넘어오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프로젝트를 넘기라고 협박하는 겁니까?”

 “······.”

 “고작 이따위 협박으로, 박 이사는 내가 이번 프로젝트를 넘길 거로 생각했나 보죠?”

 

  소녀는 일부러 강한 태도로 나갔다. 어차피 세큐리티는 앞으로 수 분 이내에 자신을 찾아낼 것이었다. 소녀는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기사’에게 말려들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조용히 운전만 하던 ‘기사’가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차를 세운 것은 소녀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기사’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롯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그는 소녀를 향해 몸을 돌리며 손을 뻗었다.

  손엔······총이 들려 있었다.

 

 “협박이라니···. 그럴 리가요.”

 “······!!!!”

 “이건······제거입니다, 이사님.”

 

  ‘기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심장을 향해 정확하게 총구를 겨누었다.

  실제로 총을 본 게 처음인 소녀는 순식간에 다가온 죽음의 공포에 쿵쿵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마에서부터 식은땀이 한 방울 툭, 떨어지기 무섭게 ‘기사’의 입술이 열렸다.

 

 “세큐리티를 믿고 계신 것 같은데, 아마 오지 않을 겁니다.”

 “······.”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면 그 정도 안전장치, 기본이지 않겠습니까.”

 

  소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직감했다.

  자신은 여기서 죽을 것이란 걸 말이었다.

  자신을 쫓아온 그것들 역시 ‘기사’의 살의를 눈치챘는지 매섭게 소녀에게 달려들며 그 주위를 에워쌌다.

  차창 밖에 하나, 둘씩 빗방울이 쏟아진다.

 

 「라이라······!!!」

 「그녀가 위험해!!」

 

  번쩍!!

  순식간에 번개가 내리쳤다.

  차가운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던 ‘기사’는 갑자기 급변한 날씨에 작게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겠네요.”

 “······.”

 “그럼 이만 끝낼까요, 이사님?”

 

  철컥.

  그것은 분명 총알을 장전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소녀는 바로 눈앞에 마주한 죽음의 문턱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뛰던 심장이 점점 천천히 뛰기 시작했고 머리는 차갑게 식어갔다.

  차창 밖에 소나기와 바람, 그리고 번개가 빠르고 음산하게 몰아쳤다.

 

 「살려야 해!」

 「라···ㅇ···라를······살려···해!」

 

  그것들이 외쳤다.

  그러나 소녀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직접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누군가! 그녀를 살려줘!」

 「······를 살려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차창을 두드리는 소나기와 천둥소리에 파묻혀 소녀는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소녀가 들은 그들의 목소리.

  그것은 분명 슬픔과 분노,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총을 든 기사에게 한껏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보일 리 없었던 기사는 그저 꺼림칙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 뿐이었다.

 

 “원망하려면 회장님을 원망하세요.”

 “······.”

 “회장님이 이사님을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조금 불행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죽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꺼림칙한 미소와 함께 방아쇠가 당겨졌다.

  그 순간, 기사는 보았다.

  죽음을 앞둔 소녀의 은은한 미소를······.

 

 「라이라······!!!!!!!!!!!!!」

 「아아악···!!!!!!!!!!!!!!」

 

  끔찍한 총성이, 천둥소리와 함께 차 안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소녀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들은 크게 비명을 질렀지만, 그 비명은 결코 인간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

  소녀는 신음 하나 내지 않고 그대로 쓰러져, 여전히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기사에게 천천히 입술을 뻐끔거렸다.

 

 “······.”

 

  기사는 소녀의 소리 없는 마지막 말을 두 눈에 똑똑히 새겼다.

  꺼져.

  끝까지, 회장이 키워낸 소녀다운 말이었다.

  피식, 웃음을 터뜨린 기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녀의 마지막을 없애기 위해 핸들을 잡았다.

  태풍이 몰아치듯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빗줄기는 굵어졌다.

  번개는 마치 죽은 소녀를 위한 진혼곡을 연주하듯이 빠르고 강렬하게 내리치며 운전하는 기사의 두 눈에 새겨졌다.

  아아, 기사를 매섭게 뒤쫓던 그들의 존재가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들의 존재 의의가 마치 소녀의 생명과도 같았던 것처럼 말이다.

 

 「라이라를 위한 진혼곡을······.」

 「살인자를 향한 죽음의 연주를······!」

 

 * * * *

 

  한차례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야기는 어젯밤 사건부터 시작하여, 오늘의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빗길에 미끄러져 벼랑 아래로 떨어진 차량에서 발견된 한 남자와 소녀의 사망 이야기서부터, 우연히 벼락을 맞고 부러진 커다란 나무가 한 차량을 덮쳐 유명 기업의 이사가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이 뉴스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 소녀의 청부살인을 의뢰한 유명 기업의 이사가 결국 천벌을 받아 죽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결국, 유명해진 것은 ‘성공’이란 이름을 핑계로 추악한 죄를 짓고 천벌을 받아 죽은 ‘박 이사’의 이야기뿐.

  소녀의 이야기는 이름조차,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또한, 소녀의 주위를 맴돌던 신비한 그들 역시 소녀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

 

  죽음.

  심음조차 내지 않은 육체적인 고통은 정말로 잠시뿐이었지만, 소녀에게 찾아온 정신적인 고통은 너무나도 컸다.

  사실, 소녀가 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죽는 순간, 일생의 주마등이 지나간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그동안은 누구에게 태어났는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정확하지 않았던 소녀의 일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녀는 이번 죽음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일생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나이칼 제국의 제 1황녀, 라이라 프로란스 본 나이칼이었던 사람이다.]

 

  소녀의 진정한 일생, 그것은 소녀가 가장 처음으로 기억해낸 과거였다.

  피의 황제라 불리던 아버지.

  타오르는 것 같은 새빨간 머리칼을 가진 아버지를 둔 제 1황녀, 라이라 프로란스 본 나이칼로 태어났던 소녀.

  소녀는 아버지를 닮아 만지면 뜨거울 것 같은 붉은 머리카락을 물려받았지만, 어머니께 아쿠아마린의 눈동자를 물려받은 사람이었단 것 역시 기억해냈다.

  태어났을 때 단 한 번 보았던 블론드 머리카락에 아쿠아마린의 눈동자를 가진 어머니와 오렌지 머리카락에 스카이블루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남동생.

  점점 떠오르는 기억에 소녀는 아련한 그리움과 함께 어딘지 모를 분노에 가슴을 앓았다.

  분노, 분노, 분노!!!

  그 분노의 정체가 나타났다.

 

 [파투스 일렌 알렉산드로스 공작···!!!!!!]

 

  그의 비릿한 미소가 소녀의 눈앞을 뒤덮었다. 기억 속에 소녀는 피를 토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 발자국소리가 들려와 겨우겨우 고개를 들고, 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던 라이라 프로란스 본 나이칼.

  그리고 눈이 마주친 한 남자.

 

 [······독한 것.]

 

  공작은 냉혹한 미소로 죽어가는 라이라를 뒤로한 채 방문을 나섰다.

  저 자가 나를 죽였다!!! 저 자가! 내게 독을 먹였다!!!

  기억은 거기서 끊어지고, 라이라는 아무도 모르게 대한민국 한 여성의 뱃속에서 조용히 물방울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점점 아주 작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여 다시 태어났다.

  그녀를 낳은 여성은 성관계를 맺지도, 맺어본 적도 없는 처녀였고 그로 인해 소녀는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버려졌다.

  지독하게 살아남은 어린 소녀에게 친구라곤 언젠가부터 자신의 주변을 떠다니던 작은 존재들.

  그러다 그런 소녀에게 손을 내민 자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김 회장’이었다.

 

 [사람처럼 살고 싶으면, 날 따라오거라.]

 

  소녀는 회장의 말처럼 사람처럼 살기 위해 그가 내민 손을 잡고 보육원을 나섰다.

  그러나 김 회장이 원한 ‘사람’은 고통 아닌 고통, 삶이 아닌 삶 속에서 시작되었다.

  늦게 배우기 시작한 만큼, 소녀는 혹독하게 기본적인 지식과 제왕학, 경영, 사교 수업 등을 받았다.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에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던 소녀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그들’ 덕분이었다.

  그들은 김 회장이 맡긴 프로젝트가 어느 곳에서,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무엇이 성공하고 무엇이 실패할지를 알려주었다.

  귀신 보는 소녀.

  그것은 곧 소녀의 별명이 되었고, 그런 소녀에게 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사님이, 그 소문의 귀신 보는 이사님이시군요.]

 

  그였다.

  소녀를 죽이라고 살인을 청부한 박 이사였다!

  박 이사와 관련된 기억이 빠르게 지나가며, 소녀의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었다.

  박 이사, 박 이사, 박 이사!!!

  그의 얼굴이, 이전 생의 알렉산드로스 공작의 얼굴과 점점 겹쳐졌다.

  분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뒤덮은 것 같았다!

  또다시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여, 물방울로 돌아간 소녀에게 남은 것이라곤 슬픔과 분노, 그리고 절망감뿐이었다.

명황 20-10-21 09:37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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